어제는 올 겨울 들어 제일 추운 날씨라고 했다. 그런데 오늘이 더 춥게 느껴진다. 분명히 기온은 어제보다 더 높은데 말이다. 어제 무척 추운 날씨에 온 대지가 꽁꽁 얼었기에 그 여운이 오늘까지 남아서 체감 온도가 더 낮아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교도소는 참 신기하다. 교도소 안과 교도소 밖은 15척 담장으로 갈라놓고 있다. 담장 밖에서는 견딜 만 했는데 담장 안으로 들어가면 더 춥게 느껴진다.
교화행사장에는 이미 재소자들이 나와서 탁자를 중심으로 무리지어 둥그렇게 앉아 있다. 인도자의 인도에 따라 찬양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서자 반가운 눈빛을 보내는 재소자 형제들이 눈에 띈다. 지인이 구해준 성경찬송을 성경책 보내 달라고 편지 왔던 재소자에게 전해 주니 고마워한다. 열심히 하시라고 했다. 출소하면 찾아오겠다는 재소자께 성경필사를 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 파란 죄수복이 더 춥게 느껴진다. 세 곳에 대형 난방기가 가동되고 있었지만 워낙 큰 행사장이라 난방기 바로 곁에만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재소자 한명이 내 앞으로 온다. 본인이 끼도 있던 손가락장갑을 내게 주며 손 시린데 끼라고 한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름을 물어 본다. 강영*이란다. 손이 시려도 착용하지 않고 탁자위에 놓인 장갑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백집사님과 장갑을 놓고 잠시 담소를 나눴다.
백집사님의 찬양 인도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목사님 기도하러 나가시더니 몇 가지 메시지를 전하신다. 그러면서 먼저 통성기도를 제안하신다. 교도소 사역에 대하여도 기도하고 다른 기도 제목을 정해 주며 함께 기도하자고 하신다. 양미동 전도사님이 혼자 사역을 하고 계시는데 귀한 사모님이 하루속히 생겨서 사역 잘 감당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잖다. 졸지에 재소자 형제들까지 날 장가보내달라고 기도를 하게 된다. 교정위원실에서 시각장애인 고성선 목사님께 설교를 부탁드렸다. 기도와 찬양이 끝나고 설교가 시작된다. 전자 점자기를 이용해 성경을 읽고 말씀을 전한다. 참으로 대단하시다. 들리지 않아 가슴아파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이지 않아 어려운 난관을 만나기도 한다. 청년 때 눈을 다쳐 시각장애인이 되어 버린 고목사님의 간증과 함께 들려지는 설교는 은혜다.
내 눈에 띈 고무신 한 켤레, 다른 재소자 형제들은 모두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는데, 할아버지 재소자 한 분만 고무신을 신고 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설교를 듣고 있다. 발이 시려 동동 구르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왜? 고무신을 신고 나왔을까? 분명 교도소에서는 운동화를 지급했을 텐데…. 행사가 끝나면 교도관에게 물어 보기로 한다. 다과를 나눈다. 나름 열심히 장을 보고 떡집을 드나들며 준비한 간식이다. 성탄을 앞두고 있어서 조금 더 푸짐하게 장만을 했었다. 둥그런 탁자마다 푸짐하게 놓인다. 마침 금식중이라 좋아하는 커피도 마시지 못하는 날 보고 백집사님은 행사나 끝나고 금식을 하지 이런 날 하느냐고~ 이것저것 따지면 할 수 없음을 잘 알기에 시작했다고 말해 준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서로를 마주 보며 맛있게 다과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앞으로 나와서 찬양을 부르는 형제도 있고, 짧은 간증을 하는 형제도 있다. 미리 편지를 써서 나에게 전해 주는 어느 재소자. 편지를 읽어 보니 출소 후 인터넷 선교 방송을 할 예정인데 나에게 고문이 되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일단 출소 후에 먼저 해 보고 결정하라고 했다. 감옥에 갇혀 있다가 오랜만에 출소를 하는데 사회와 단절 되어 있던 사람이 바로 적응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마이크를 잡았다. 항상 하는 말이다. 성경 필사에 도전해 보라는 내용이다. 성경필사를 마치면 분명 무엇인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며 직접 성경을 써 보라고 했다. 내게 장갑을 주었던 형제에게 성경필사를 해 보라고 권면했다. 그랬더니 다른 교도소로 이감을 가는데 어렵다고 한다. 다른 교도소에 가서도 성경 필사를 하라고 했다. 성경 필사가 다 되었다고 연락이 오면 내가 그 교도소까지 찾아가 특별접견을 해 줄 것이고, 성경 필사한 자료를 가지고 와서 합본까지 해 줄 테니 염려 말고 도전해 보라고 했다. 어느 교도소로 가더라도 성경 필사를 마치면 찾아가 특별접견을 해 주겠다고 하니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새로운 재소자와 인연을 맺는 순간이다. 내 아들 정도로 어리게 보이는 재소자. 하나님께서 그를 통하여 어떻게 일하실지 기대가 된다. 할아버지 재소자가 왜 고무신을 신고 있느냐고 교도관에게 질문을 했다. 신발을 따로 구입하는 것이냐고 물으니 모두 공짜로 지급해 준다고 하신다. 고무신이 더 편해서 신고 나온 것 같다고 하신다. 손자들 재롱 받으며 살 연세인데….
발이 시리고 손이 시린 이 상태서 정해진 시간까지 행사를 진행하는 것보다 조금 일찍 끝내주는 것도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박목사님께 출소자를 위한 기도를 해 주시고 마무리 기도까지 해 주시라고 했다. 이젠 눈빛만 봐도 내 뜻을 아시는 것 같다. 참으로 귀한 동역자들이다. 여전히 발이 시리지만 잠시 후엔 차에 타고 따뜻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생각하니 걷는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왼손엔 목발을 오른손은 백집사님 어깨를 의지하여 담장 밖으로 나왔다. 정말 담장 밖은 덜 춥다. 참 신기하다. 이렇게 2011년 마지막 교화행사는 끝났다. 내년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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