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노라니 알싸한 봄 내음이 나의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지금 이순간에 그때 뒷 동산 묏등에서 미끄럼타며 맡았던 그 내음을 이시간 갑자기 맡고 싶은건 왜 일까요.
비록 지금은 작은집 식구들밖에 계시지 않지만 내 마음 속에는 항상 어릴적 묏등에서 뒹굴던 그 고향으로 남아 있습니다.
불현듯이 고향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한줌의 흙으로 남아 있을 부모님의 산소 앞에 엎드려 말없는 넋두리를 하며 실컷 울어 보고 싶습니다. 미친놈 소리를 들어도 좋습니다. 가슴으로 만나지 못하고 헤어져버린 내 아비, 어미 앞에 쓰러져 마냥 울어보고 싶습니다.
고향을 떠난지 벌써 12년... 이 모습 이대로는 결코 갈 수 없을것 같습니다.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던 작은 어머님의 목소리가 내 가슴을 울리고 있습니다.
"언제나 한번 올 수 있겠냐... 아들아...."
참 많이 시도를 해 보았었습니다. 고향행 버스를 타보려고.... 철부지 아들래미랑 그냥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갈수가 없습니다. 왜? 왜일까요. 그건 고향에 가면 그대로 흙이 되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두려워서였습니다. 내 마음을 이길수 없을것 같아서였습니다. 아마 죽으면 갈수 있을까요...
내 할아버지가 태어나고, 내 아버지가 태어나고, 내가 태어나 자란 고향에... 아마 난 갈수 없을것 같습니다. 그런데 눈물이 나네요.
97년 8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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