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광명씨께
좋은 날에 광명씨께 편지를 띄워 봅니다. 소록도를 떠나온지 일주일이 다 되어 가지만 구릿빛으로 그을린 광명씨와 동료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한 번도 본적도 없고 대화도 나눈 적이 없는 우리를 친구가 소개했다는 그것 하나로, 소록도 봉사 왔다는 그것 하나로 그렇게 자상하게 대해 주신 광명씨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날씨가 너무 더운데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저희들도 소록도에서 올라 온 후로 각자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한 여름밤에 별빛이 밤하늘을 수놓고, 수면을 가르는 보트의 물살이 파랗게 변할 때 탄성을 질렀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늦은 밤에도 다음날 고기에게 줄 먹이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열심히 사는 분들이라는 생각을 했더랍니다. "밥은 없응께 회로 배 채우고 가시요이~"라며 부지런히 회를 떠 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동료들은 생전 처음으로 회를 마음껏 먹어 봤다며 감사해 하더이다. 비록 함께 소주잔은 들지 못했지만 이 세상 어느 것보다 큰 대접을 받았습니다. 주방장이 끓여 준 매운탕은 별미 중의 별미였고요. 늘 미소를 짓던 집사님도 눈에 선합니다. 벌콰하니 약주에 취해 속내를 보여주시던 어르신의 모습도 정답게 기억됩니다.
광명씨...
요즘은 수온이 높아져서 양식하시는 분들이 고생을 하고 있다던데 그곳은 어떠신지요. 뉴스를 보면서 걱정이 들었습니다. 우리 자오 나눔 가족들도 광명씨의 이야기를 하며 걱정을 하고 있답니다. 전엔 소록도 앞 바다에 널찍하게 펼쳐져 있던 가두리 양식장을 무관심하게 보며 지냈었는데, 이제부턴 다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소록도 봉사를 다닌지도 6년이 됐고, 광명씨가 그 자리에 가두리 양식장을 시작하신지도 6년이 됐다니 더욱 정이 갑니다.
소록도 봉사 마지막 날엔 일부러 아내에게 김치를 담궈 달래서 전해 드리려고 시도를 했었는데 결국 서로 엇갈려 전해 드리지도 못하고, 맛있는 매운탕 감만 얻어 오는 결과가 되어 참 죄송합니다. 장로님께 연락해서 찾아 가셨는지... 주신 매운탕 감은 맛있게 매운탕을 끓여 무료 급식 때 식사하러 오시는 어르신들께도 대접을 해 드렸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11월에나 광명씨를 뵐 수 있겠네요. 광명씨를 알게 해 준 근호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서로가 칭찬해 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근호씨도 함께 자리를 만들어 회포를 풀어 보았으면 좋겠네요. 어쩌면 10월 중순경에 소록도를 미리 방문해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숙직실 문이 낡아서 샷슈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여건이 되면 숙직실의 모든 문 치수를 재고 견적을 뽑으러 기술자와 함께 방문할 일이 생기지 모르겠네요. 그럼 만나는 날까지 건강하시고 사업이 잘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평안하세요.
2000년 8월 15일
부천에서 양미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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