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슴이 덜컹하고 내려 앉는 듯한 상황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아마 예상치 못했던 일이 생겼는데 해결책이 없을 때면 더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이 어제 저희에게 생겼더랍니다. 저에게 10살 짜리 아들이 있다는 것은 그대 내 좋은 이도 알 것입니다. 그녀석이 양쪽 귀에 보청기를 끼우고 있는 것도 말입니다. 그런데 녀석이 행방불명 된 것입니다. 학교에 다녀와서 가방을 벗어 놓고 신발을 갈아 신고 나간 흔적은 있는데 자정이 넘도록 행방불명인 것입니다.
무료 급식 바자회 준비를 하느라 사무실에 나와 있었는데, 저녁 시간이 되어 집에 간 아내가 아들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어느 부모가 자식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있겠습니까 만, 전에 딸을 먼저 하늘나라에 보낸 저로는 지금 녀석이 참 소중하답니다. 그런데 녀석이 행방 불명입니다. 아내는 동네를 누비며 찾아다니고 나는 사무실에서 연락을 기다리고... 파출소에 신고를 해 놨지만 환장할 노릇입니다.
잠시 사무실 밖으로 나가 2층 로비 의자에 앉아서 기도를 했습니다. 그 순간 떠오르는 것, 이것도 악의 세력이 개입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다니엘 새벽기도, 가정 예배로 열심인 저희 가정에 악의 세력이 살짝 건드리고 있다는 생각. 바로 예수 이름으로 기도를 드린 후 나머지 작업을 합니다. 아내는 계속 찾아다니고 있고... 걱정을 많이 하는 지인들께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한마디 말로 대답을 했습니다.
자정이 넘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화를 받았지요. 녀석이 어느 집에 보호를 받고 있다고... 감사했습니다. 과정이야 어찌되었든지 녀석이 잘 있다니 감사했습니다. 녀석을 찾아서 집으로 데리고 가면서 녀석의 손을 꼬옥 잡아 봅니다. 녀석을 품에 안아 봅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으로도 녀석은 모든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사랑을 말입니다.
2001/8/29
'사람이 꽃보다 > 사랑하는 이에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 내 좋은이여...9 (0) | 2007.01.11 |
---|---|
그대 내 좋은이여...8 (0) | 2007.01.11 |
그대 내 좋은이여...6 (0) | 2007.01.11 |
그대 내 좋은이여...5 (0) | 2007.01.11 |
그대 내 좋은이여...4 (0) | 2007.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