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이에게

그대 내 좋은이여...15

자오나눔 2007. 1. 11. 01:05
      그곳에 가면 꼭 엿 먹는다.

      그대 내 좋은이여, 내일이  추석입니다. 모두가 고향을 그리고 있는가 봅
   니다. 이번 추석에는  3천만 명이 이동을 한다고 하지요? 고향이  멀리 떨어
   져 있기에 더 가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이번 추석  때는 가까운 이웃을 찾아
   보는 것으로 마치려고 합니다.  그대 내 좋은이는 엿을 먹어 보셨는지요. 아
   니 엿을 먹어 보았을 것입니다. 오늘은 그대 내  좋은이에게 엿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기억한  최초의 엿장수는 할머님이  살아 계실 때입니다.  할머님은
   남자보다 더 억세게 살아오신  분이셨지만 남이 고난에 처하면 솔선 수범하
   여 돕는 분이셨습니다. 추운 어느 겨울날입니다. 할머님은 아버님과 함께 술
   취한 어느  아저씨를 부축하여 집으로  모셨습니다. 자세히 보니 아까  낮에
   등에 엿상자를 메고 신나게 가위질을 하시던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그 아저
   씨가 술이 잔뜩  취하여 작은 시냇가 고랑에 엎어져 있었는가  봅니다. 그리
   하여 그분은 집에서 푹 주무시고  나서야 당신이 술에 취에 얼어 죽을 뻔했
   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덕분에 우린 그 아저씨가 동네에 오실  때마다 엿을
   실컷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생각나는 소중한 추억입니다.

      저는 나눔 일 때문에  서울에 있는 인쇄소를 자주 갑니다. 가는  길은 김
   포 공항 뒷길을  이용합니다. 그곳에 가면 몇 년전부터 언제나  흥겨운 음악
   을 틀어 놓고 신나게 엿을 팔고 있는 부부를  만나게 됩니다. 작년부터는 부
   부가 나와서 함께  계십니다. 아저씨만 가위질을 하며 차가 잠시  신호 대기
   를 하는 사이를  뛰어 다니며 엿을 팔고 있습니다. 아주머니는  자리만 지키
   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쑥스러워 그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며칠전부터는 아주머님이  가위질을 하고 있습니다. 흥겨운  음악
   에 박자를 맞추며 엿을 잘라 내고 있습니다.  쿵짜라작작~ 가위 소리도 박자
   에 맞춰 흥겹습니다. 집에서 가위 연습을 많이 하셨는가 봅니다. 아주머님은
   부지런히 엿을 쪼개며  박자를 맞추고, 아저씨는 신이 나서 엿을  팔러 다닙
   니다. 길을 갈 때마다 사 먹는 덕분에 얼굴이 익었는가 봅니다. 아저씨는 반
   가운 눈인사를 합니다.  하루에 몇 개쯤 파시느냐 물었더니  120개정도 판다
   고 합니다. 1,000원에 팔고  있는 엿, 그 엿을 사 먹을 때마다 어릴  때 만났
   던 엿장사 아저씨가 떠오릅니다.

      그곳에 가면 엿을 먹습니다.  소중한 추억을 먹습니다. 그대 내 좋은이에
   게는 어떤 추억이  있는지요. 정답게 열심히 살아가는 엿장사 부부를  볼 때
   마다, 행복은 서로가  노력하며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대 내 좋은이도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랬으면 참 좋겠습니다. 내
   일이 추석입니다.
      2001.9.30
     
http://jaonanum.net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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