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육지라면
추워서 추석이요, 서러워 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없는 사람들의 가슴에 다가올 말입니다. 명절이면 어김없이 고향을 찾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며,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고향을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빈 손으로 간다고 싫어할 고향이 아니지만 그래도 고향에 갈 때는 무언가 가지고 가고 싶은 게 우리들의 마음인가 봅니다. 그래서 고향은 더욱 그리움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민족의 대 명절이라는 한가위 날입니다. 뉴스를 보노라니 도로가 많이 막혀서 열시간 이상을 걸려 고향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더 기가 막힌 소식은 눈앞에 고향을 두고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북 실향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향이 섬인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바람이 불면 파도가 높아지고 결국은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고향을 바라만 보다 오게 되는 게 섬사람들의 애환입니다. 제 고향도 섬입니다. 서편제를 촬영한 청산도라는 섬인데, 태풍이 불어 고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들의 안타까움을 경험해 본 저는 압니다.
가끔 우리의 만남도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마음먹은 대로 갈 수 있고, 올 수 있을 것 같지만, 태풍이 길을 막는 경우가 너무나 많음을 경험합니다. 바다가 육지라면이라는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애타는 마음은 더 하리라 생각해 봅니다. 지금도 '바다가 육지라면' 이라는 노래는 내 마음속에서 흐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바다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대 내 좋은이의 추석은 춥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2001.10.1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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