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5] 어떻게 할래?

자오나눔 2007. 1. 11. 02:38

     가끔씩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25년전, 그때도 아마  날씨는 이렇게 더웠었나
   보다. 시골 사람들은 날씨가 더우면  자연스럽게 아름드리 고목이
   수많은 사연을 조용히  들려주고 있는 공원으로 모이곤  했다. 어
   른 아이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그곳, 아름드리  고목 아
   래에는 우물가의 여인들의  소식보다 더 방대한 소식들이 전해지
   는 곳이다.

     그곳에서 열살 짜리 소년은 생애 처음으로 진실이 거짓으로 둔
   갑하는 상황을 경험하곤  엄청난 충격을 받아야 했다.  그때 받은
   충격은 어른이 되어서도  좀처럼 잊혀지지 않고 가슴의 응어리로
   남아 있었다. 옆에서는 어르신들이  장기를 두고 있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올 농사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는 농군들의 넋두리가 들
   려 오고 있을 때, 저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밝음이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인가보다.

     그곳에는 동네 청년  하나가 사람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귀를  기울이고 있던 나에게  그 청년은 물었다. "야!  너
   말이야, 지금 너는 지서 앞에 서 있는데  거기서 오백원을 주었다
   면 어떻게 할래?"  자연스럽게 나는 "지서로 가서 순경한테 주어
   야지요" 하고 어깨를  폈다. 그런데 그 청년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었다. "거짓말하지 말아!" 나는 멍
   해질 수밖에  없었다. 무슨 뜻인  줄을 몰라 그 청년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청년의  말은 이것이었다. "오백원을 주었으면  주머니에 넣
   고 얼른  가게로 가지, 왜? 지서로  가느냐?"는 것이었다. 지서로
   가져가지 않고  가게로 가거나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오는 것이
   맞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서로  갈 것이라고 우겼지만, 모두가 나
   를 병신 취급을  하고 있었다. 혼자 잘난 척 한다고  나를 궁지로
   몰아 세우고 있었다. 참 많이 울었었다.  울다가 얻어맞았다. 그러
   면서 또 한 소리를 들었다. "너는 거짓말쟁이야!"  "......" 나의 눈
   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었고,  그 눈으로 그 청년을  원망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일이 25년이 지난 지금에도  나의 뇌리를 떠
   나지 않고 있다.

     지금 생각을 해 본다. 어른과 아이의 마음은  다르다는 것을 느
   낄 수가 있다.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진실이 제대로 받아들여지
   지 않는다. 어른들의  고정관념에 맞춰서 생각을 해  버리기 때문
   에 아이들의 순수함은 왜곡되어 버린 것이다. 그때  그 청년도 아
   마 그런 시각에서 보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
   린 나는 바보와 거짓말쟁이가 되어야 했지만......

     나는 지금 나에게 물어 본다. "지금  네가 길을 가다가 5만원을
   주었다면 어떻게 할래?" 어른이 되어 있는 나는 무어라고 대답을
   할까? 25년전의 나로 돌아가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주인
   을 찾아 주겠다고...... "당신이  길을 가다가 5만원을 주었다면 어
   떻게 하시겠습니까?"
     1996.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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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아...
     세상은 가끔  진실이 거짓으로  변하고, 거짓이 진실로  변하는
   경우도 있단다.  아무리 세상의  풍조가 나날이 갈리어도  아들의
   진실만은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랑한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