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왔다. 어디선가 들었던 목소리인데 잘 모르겠다. 우리
곁을 떠났던 아내가 3년만에 전화를 했다. 정신이 아찔했다. 두려
움과 반가움이 교차된 채 나의 모든 신경은 수화기를 대고 있는
귓가로 몰려있었다.
혹시나 잘못했으니 용서해 달라는 기적이 일어나겠는가 하며
듣고 있노라니 기가 막히고 숨이 막혀온다. 이혼해 달라고.... 딸
의 나이가 세 살이라고..... 남자의 나이는 서른 아홉이고.... 준열
이가 보고 싶다고.... 우리 곁을 떠날 때 이미 임신 5개월이었다
고.... 충격적인 이야기들이었고 가슴아픈 이야기들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담담했다. 아니 할 말을 잃고 있었다고 해도 과
언은 아니리라. 이것이 세월의 위력인가 보다. 옛날 같으면 전화
기가 부셔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나의 입술에서는 오히려
그 여인이 불쌍했다. 영원히 죄인의 멍에를 쓰고 살아갈 그 여인
이 한없이 불쌍하기만 했다.
그 와중에 주님을 알게 하려는 나의 안타까움을 발견하게 된
다. 예수를 믿어라. 교회에 나가라. 모르겠다. 하나님은 어떻게 생
각하실 지.... 내 마음에 구멍이 나 버린 듯한 착각을 한다. 허무
함이 밀려온다. 울고 싶다. 그냥.... 모두들 상처만 남겨 주고 내곁
을 떠나간다. 언제까지가 될는지.... 이 허무함은 언제나 끝이 날
런지.....
1996.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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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세상은 결코 우리들 마음같지 않단다. 사람에게는 정이라는게
있는데, 그 정은 한곳으로 가게 되어 있단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
가면서 수많은 배신을 당하게 될거야. 그러나 그것도 삶의 일부
분이란다. 결코 낙심하지 말고 힘있게 살아가자구나. 사랑한다 아
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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