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7] 발렌 타인 날의 사랑

자오나눔 2007. 1. 11. 14:53
     햇살이 참으로  따사롭다. 엊그제  어깨를 움츠리며  다닌
   것 같은데.... 두꺼운  외투를 입고 다닌 것 같은데,  벌써 어
   느 양품점의 진열장에는  예쁜 봄옷들이 진열되어 있다.  따
   사로운 햇살만큼이나 아름다운 세상이다. 길을 나섰다. 콧노
   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가고 있는데, 어느  노점상의 가판대에서 흘러나오는
   지 구성진 유행가가 내 추억을 더듬게 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 내 여인아~~
     보고 또 보고 또 쳐다봐도 싫지 않는 내 사랑아~~
     비 내리는 여름날에 내가 당신 우산이 되고~~
     눈 내리는 겨울날엔 내가 당신 불이 되리라~~
     온 세상을 다 준다 해도.....  
     내가 사고 나기 전날... 기분 좋게  한잔 마시고 그녀를 노
   래방으로 불러내어 그녀에게  불러 준 노래다. 지금은  잊혀
   져 간 일이지만...

     오늘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초콜릿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란다. 의미는 참  좋다. 그리고 그러한 고백들이 성사되
   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만 지나친 상술이 순수한  마음에
   먹칠을 하고 있음에 가슴 아파할 뿐...  어느 분의 부탁을 받
   고 그 일을  해 주기 위해, 오늘도 어김없이  차량 봉사하실
   분께 찾아간다.  박민선 미용실이다.  내가 장애인이고 또한
   장애인들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일하고 있음을 아시고 계
   신 박민선씨는 먼저 말씀을  꺼낸다. "미동씨! 오늘이 거 머
   시냐... 사랑을 전하는 날이라고  하는디. 어디 존일 할 때가
   없어? 씨잘대 없이 그 비싼 초코래트는 머할라고 사까이...."
   (박민선씨는 전남 해남이 고향이다.)

     이렇게 해서  나와 박민선님은 의기  투합하여 일을 하러
   갔다. (고객들이  원장님만 찾는데도  싱긋 웃어  주고 나와
   같이 가신다.) 주소가 잘못 된  줄도 모르고 주소만 보고 찾
   아가니 찾을  수가 있나.... 부동산에  가서 겨우 찾게  된다.
   서류를 가지고 또 다른 곳으로 가서 일을 한다. 그런데... 뭐
   가 또 빠졌단다. 또  준비해서 와야지요... 뭐가 뭔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래서 알아야 면장도 한다고 했나 보다.)

     라디오에선 조용한 멘트가 흘러나온다.  오늘이 발렌 타인
   날이고, 어느 전도사님이  21살 먹은 아가씨께 자기  콩팥을
   띄어 주는 수술을 오늘 했다는 멘트였다.
     "....."
     뭔가 생각하게 하는 멘트였다. 사랑.  소비적인 사랑. 나누
   는 사랑... 어쨌든 오늘은  좋은 날이다. 저 내리쬐는 햇살만
   큼이나 아름다운 날이다.  오늘 나에게 메일로 초콜릿을  보
   내 준 그분께 감사를 드린다.
     1997.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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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아...
     아빠는 말이야. 우리 준열이가 빨리 컷으면 참 좋겠다. 아
   들과 함께 가끔 외출을 하면 참 좋을  것 같아. 아빠의 바램
   이야. 빨리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