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오늘도 좋은 하루였구나. 요즘은 아빠가 네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쓰는 재미가 솔솔 하단다. 언젠가는 네가 글을 알고 이해를 할 때쯤 되
면 참 기쁠꺼야 그치? ^_^* 빙그레~
실파가 싸다고 한 보따리 사오신 우리 누님....
오징어를 잘게 썰어 실파와 함께 밀가루 반죽을 해서 부침개를 만들고
있다.
고소한 부침개 냄새가 집안에 진동을 한다.
내 어릴 적, 어머님은 녹두를 곱게 갈아 녹두 빈대떡을 만들어 주셨지.
만들어 놓은 빈대떡을 먼저 먹다가 아버님께 드리기도 전에 먼저 먹었
다고 신나게 혼난 후, 울면서 꾸역꾸역 빈대떡을 먹었었다. 그래도 그때
먹었던 빈대떡이 가장 맛이 좋았던 것 같다. 어머님의 빈대떡 향수가
오늘 진하게 와 닿는다.
준열이는 접시를 들고 설치고 있고, 집안에서 간간이 조카들의 웃을 소
리가 들려 온다. 집안에서 웃음소리가 나온다는 건 행복이다.
이윽고 준열이가 접시에 맛있게 부쳐진 부침개를 담아 온다. 간단한 기
도도 길었나? 준열이가 기도가 길다고 투정이다.
"아빠~~ 준열이가 다 먹어 버릴꺼야?"
"그래 이제 먹자"
부침개가 너무 크다고 준열이가 잘라 달란다. 내가 잘라 준건 너무 크
단다. 크다고 한 것은 내가 먹어 버리고.... 또 잘라 준다. 겨우 한입 먹
으면서 투정은....
갑자기 별떡 이야기가 떠올랐다. 별 모양을 만들어 준다고 야금야금 먹
다가 꿀떡 먹어 버렸다는 이야기가...훗~
준열이가 내 입에다 젓가락으로 집어넣어 준다. 난 열심히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었고.... 그런데 조용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준열이
가 울상이다.
"아들! 왜 그래요?"
"아앙~ 내껀 어디 갔어.. 잉~ 아빠가 다 먹어 버렸잖아!"
헉! 그러고 보니 내가 다 먹어 버렸네... 치.... 자기가 먹여 주고선......
아들을 끓어 안고 본의 아니게 흥정을 한다.
"아들!"
"네~에~(축 늘어졌다)"
"어떻게 하지?"
"아빠~!"
"응?"
"그럼 우리 짜장면 먹어요"
"알았어요...치.."
이거 완전히 당한 기분이 든다. ^_^* 빙그레~
.......................................................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지요?
우리 행복 합시다.
^_^* 빙그레~~
1997.3.22.
부천에서 나누미가
'사람이 꽃보다 > 사랑하는 아들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아...31] 아빠의 눈물... (0) | 2007.01.13 |
---|---|
아빠, 내 말은 크게 들리는데 아빠 말은 안 들려.. (0) | 2007.01.13 |
[아들아...29] 콩밭 매는 아낙네야.. (0) | 2007.01.13 |
[아들아...28] 이름 모를 과일.... (0) | 2007.01.13 |
[아들아...27] 여행을 가고 싶다. (0) | 2007.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