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42] 머리를 자르는 마음.

자오나눔 2007. 1. 13. 00:52
나무 심기 좋으라고, 심은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잘 자라라
고 때에 맞게 봄비는 촉촉이 내려 준다. 내리는 비에 힘들
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감사하는 사람들도 많으리라. 지
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임야에서 아니면 집안의 화단에서
식수를 하는 맘씨 고운 분들이 많으리라. 몇 년전만 하더라
도 식목 행사를 즐겨 했었는데..... 전형적인 농촌 출신이라
자연스럽게 그런 일은 익숙하게 해 낼 수 가 있었는데....

오전의 작은 식목 행사를 마친 후, 남들은 심으러 갈 동안
난 깎으러 갔다. 머리 자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덥수룩하게 자랐다. 준열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주사를
한 대 맞게 한 후 돌아오며 이발을 하기로 했다. 휠체어에
몸을 싣고 준열이는 아빠의 목발을 어깨총하고 씩씩하게 길
을 떠난다. 저만치 소아과 병원이 보인다. 병원에 가까이 가
니 준열이가 안 간다고 버틴다. 달래다가 에라 모르겠다. 고
함을 꿱~ 지르니 쫄랑쫄랑 따라온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려니 문이 열리질 않는다. 오늘은 휴
일이라네.... 아고..괜히 아들래미한테 고함만 질렀네... 병원
에 가지 않음을 눈치챈 준열이 생기가 돈다. 휠체어를 밀어
주겠다고 정중하게 묻는다.
"아빠!"
"왜 그러시나?". "준열이가 밀어 줄까?"
"됐네 이 사람아...."

준열이랑 박민선 미용실로 간다. 나의 영원한 팬이길 자청
하며 머리만은 책임진다던 항상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시는 박민선씨가 날 반갑게 맞아 준다.
"어? 미동씨 어디 아팠어요?"
"아닌데요.."
"근데 왜 이렇게 오랜만이유?"
"조금 바빴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이발을 한다.

이발을 하며 내가 질문을 했다.
"집사님~~"
"어째 그라요?"
"머리를 자르는 사람들의 마음은 뭘까요?"
"글쎄... 처녀들은 거의가 이성 문제고, 주부들은 스트레스,
남자들은... 나도 모르것는디?"
"암튼 머리 스타일이 변하는건 마음에 변화가 있다는 거네
요?"
"거의 그렇다고 봐야제...."
그런가?

머리 스타일이 변하면 심경에 변화가 있는 것인가?
그런 것 같다. 학창 시절에 머리가 길다고 뒷머리 쪽에 고
속도로를 내 주길래 아에 면도로 율브리너로 만들어 갔었
다. 그때는 분명 선생님에 대한 반항이었고, 친구들에 대한
영웅심의 발로였다.
결과는 교련 선생님께 뒈지게 터지고, 일주일 화장실 청소
하고, 반성문 쓰고....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 돌아만 갈 수 있다면 다시 한번 선
생님께 맞아 보고 싶다. 사랑의 매를....
^_^* 빙그레~~
행복 합시다.
1997.4.5. 부천에서 나누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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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아......
오늘 하루도 저물어 가는구나.....
근데.. 울 준열이 감기가 빨리 나아야 되는데...
그래도 잘 될꺼야 그치?
오늘의 감사 조건은 뭘까?
그래......
"저희들에게 건강한 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은 내 마음속에 있는 것 같구나. 잘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