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44] 어느 봄날의 파티

자오나눔 2007. 1. 13. 00:54
요즘은 정신없이 바쁘다.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새벽에야 겨우 잠자리에 들
정도로 바쁘다. 사람이 무기력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그 사
람이 활동을 하고 있을 때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들은
참 좋다. 열심히 살아가도록 하는 것도 그분의 섭리가 아닐
는지.
며칠 전에 약속을 했었다. 과거에 나와 깊은 사연이 있는
여자 두분과 함께.....

정말 힘들었던 그때.
하루하루를 생과 사를 오가는 고통 속에 허덕일 때, 아니
내가 잡고 있는 생의 끈마저 스르르 놓아 버리려고 할 때,
그분들은 내게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현대 의학으로는 살릴 수도 없고, 살아 나더라도 고칠 수도
없다는 사형 선고가 떨어졌을 때, 사랑하던 여인마저 저주
를 퍼 붇고 떠나 버렸을 때, 나에게는 삶이란 무의미한 것
이었다.
그런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간호과 감독으로 계시는 권태숙
님(내가 양어머니로 부르고 있다.) 그리고 전 사비나 수녀님
(내 간증집에 나온 엘리야의 까마귀)은 수시로 와서 꺼져가
는 생명의 불꽃을 살리려고 고생하시던 분들이다.

내가 힘들어 할 때 항상 하시던 말씀,
"양미동씨 빨리 회복해서 우리 파티를 한 번 합시다 정말
멋진 파티를..."
그 말씀을 오늘 실현했다.
부흥회 기간이라 모든 열정을 부흥회에 쏟고 있었다.
나는 오늘이 약속한 날이 아니고 내일 인줄 알았다. 부흥회
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내일이 약속한 날이라고 생
각하고 있었는데 전혀 모르는 번호가 삐야에 찍힌다.
궁금함에 전호를 해보니 수녀님이시다. 왜 아직 나오시지
않느냐고... 감독님도 아직 안 오셨다고... 급하게 휠체얼 타
기 위해 나간다. 따뜻한 봄날에 누나의 에스코트를 받고 싶
다.
"누나 같이 가지?"
"내가 가도 괜찮아?"
"그럼 누구 누난데~~! ^_^* 빙그레~~"
누나가 밀어 주는 휠체어를 타고 나가는 봄 마음이 싱그럽다.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는 수녀님의 모습이 보인다. 서로
가 손을 흔들어 반가움을 표시한다.
아직 권감독님은 오시질 않고.... 기다리는 시간 마져도 정겹
다.
이윽고 택시를 타고 도착한 감독님과 함께 다시 택시를 타
고 삼원 갈비로 향한다.
서울 연희동 성산회관서 주방장을 12년 하신 분이라 갈비
맛이 색다르다.
세 가지가 으뜸이라는 삼원(맛, 청결, 서비스)갈비집서 푸짐
한 점심상을 받는다.

그러나..
서로의 감회가 새롭다. 서로가 먹으라고만 할뿐 서로를 바
라보느라 먹는 속도가 느리다.
수많은 모습들이 영사기의 필름이 되어 돌아간다.
그 모습들이 정겹다. 모두들 눈엔 이슬이 맺혀 있다.
"고생들 하셨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씩씩해 졌어요...."
비록 술잔이 오고간 파티는 아니지만 멋진 파티였다.
파티를 마치고 배웅을 해 드린다.
삼원 갈비 사모님이 자가용으로 직접 태워다 드리겠단다.
감사해라..

차를 타고 봄 길을 달린다.
길가에 심겨진 개나리가 노란빛을 발하고, 주위의 산들에는
분홍빛 진달래가 만발하고 있다.
절경이다. 모두들 감탄사를 자아낸다. 마음마저 황홀해 짐은
즐거운 파티 후의 드라이브 때문만은 아니리라.
목적지까지 태워다 드리고 오는 길에 어느 집 담장에 하얀
목련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그 목련 속살이 참 곱구나.."
나의 혼잣말을 듣고 있던 누나가 한마디한다.
"애는 이상하게 속살이라고 하니?"
"훗~~ 누나~~ 봄이자누?"
차에 탄 세명의 웃음소리가 봄 하늘을 울린다.
"깔깔깔.. 하하하... 호호호.."
^_^* 빙그레~~
우리 행복 합시다.
1997.4.8.
부천에서 나누미가
.........................................
아들아....
오늘도 행복했니?
오늘부터 영어를 배운다고 하던데...
어디 한마디 해 볼래?
모른다구?
훗~
그럼 오늘의 감사 조건은 뭐로 할까?
"건강한 웃음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건강한 웃음을 웃을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지..
우리 행복하자. 아들아~~ 쪼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