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43] 뚱순이의 사랑이야.......

자오나눔 2007. 1. 13. 00:53
그들은 행복했다.
아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잉꼬 부부로 보였다. 부부 동
반으로 각종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이요, 다른 곳에 눈
을 돌리지 않고 가정에 충실한 그들을 보고 뭇 사람들은 칭
찬이 자자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집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내의 늘어가는 허리 굵기에 점점 불안함을 가지고 있던
남편이 한마디했다.
"어찌된 일인지 당신 날마다 살만 찌는 것 같아?"
"......"
"집에만 있지 말고 운동이라도 좀 하지 그래.... 난 당신이
너무 찌면....."
"뭐예요? 당신 다시 한 번 말해 봐요?"
육중한 몸으로 남편 앞에 다가가 턱을 쳐들고 덤벼든다.
아무래도 남편이 그녀의 콤프랙스를 건드렸나 보다.
"아~ 아냐~~! 그냥 해 본 소리야~~여보~!"

언제 그렇게 부부 금실이 좋았었나? 의심스럽다.
사실 그녀의 남편은 그녀와 함께 하는 외출을 서서히 줄여
가고 있었다. 간간이 들려 오는 말들이 그를 신경 쓰게 하
고 있었기 때문이다.
"00는 말이야 부부가 같이 나오면 어울리지가 않아.... 남자
가 훨씬 밑지는 것 같애.."
"남편보다 몸무게가 20키로는 더 나갈 것 같던데?"
그러한 말들은 그가 부부 동반 외출하고 싶어하는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말들이었다. 그래서 살을 빼게 하려고 한마
디했다가 된통 혼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울면서 하는 말이 그의 가슴속에 와 닿는다.
"내가 살찌고 싶어서 쪄요? 당신이 돈벌어 오지 못할 때부
터 습관이 들어서 그래요. 가난하기에 음식도 넉넉하게 못
하고 당신하고 애들이 먹고 남은 걸로 허기를 채우던 버릇
이 지금까지 남아서 그래요..."
한참을 꺽꺽대고 울더니 한마디 내 뱉는다.
"실컷 정성 들여서 차려 놓은 음식은 왜 남기냐? 배불렀다
이거야? 가난할 때는 국물도 안 남겨 주더니 이제야 왜 남
겨서 날 살찌게 하냐?"
"........?"
"이게 다 너 때문이야! 흑흑.."

불현듯 과거로 여행을 떠나 본다.
무작정 서울로 상경하여 오로지 저축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
던 때..... 먹고 싶은 것도 참으며 한푼 두푼 모으려고 참 많
은 고생을 했었다. 아내는 그때 참 많이 굶었었다. 자기는
굶으면서도 남편과 자식에게만은 꼭꼭 챙겨 먹이던 그녀였
다.
당신은 왜 안 먹어? 라고 물으면 나중에 먹는다고 말꼬리를
내리던 그녀였다. 그때부터 그도 먹던 밥을 조금씩 남기던
버릇이 생겼다. 그렇게 15년이 흐르고 이제 자수성가하여
자가용도 굴리는데.... 아내의 절약하는 습성은 그대로 몸에
배어 있다.

생각해 보니 이 모든 것이 아내가 이루어 놓은 것들이
다. 그걸 망각한 채 잠시 아내의 마음을 아프게 한 자신을
나무라며 그녀에게 다가선다.
"여보... 미안하구려... 우리 마누라가 최고인데 그걸 잠시 잊
었더랬오... 미안하오..."
그녀를 포근하게 안아 준다.
거구의 마누라가 그의 품에 안겨 한마디한다.
"당신 한 번만 그런 말 더 하면 깔아 버릴꺼야! 그리고 나
낼부터 수영장에 다닐꺼예요 허락하시는 거죠?"
"그럼~~ 허락하지 않으면 깔아 버린다며?"
"뭐에욧?"
"하하하~~ 아냐~~ 당신을 사랑한다고~~"
1997.4.6.
부천에서 나누미가.
우리 행복합시다.

아들아~~~
넌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지?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단다.
조금은 알려 주마. 저게 사랑이고, 행복이란다.
아들아...
아들아? 오늘의 감사 조건은 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