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46] 쉿! 듣겠다 애!

자오나눔 2007. 1. 13. 00:56

홀로 밤새워 깊은 상념에 빠져 있었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 준열이는 아빠가 최고일 것이다. 어떠한 무서움이 있
는 곳을 가더라도 아빠하고 함께라면 무서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냥 아빠 품안에 있으면 편안함 그 자체이리라.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고, 상처 주고 상처받고, 아파하는 모
습을 보며, 준열이가 느끼는 편안함을 내가 갈구하고 있었
다. 항상 가는 새벽 기도지만 오늘의 새벽기도는 왜 이리
달던지....

비록 한숨도 자지 않고 많은 생각을 하다가 예배당으로
휠체어를 끌고 갔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예배당을 나오는
나에게 잘게 부서져 부어 주는 고운 햇살이 축복으로 가득
내게 와 안긴다.
아파트에 벚꽃들이 드디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고
운 햇살에 이슬 머금은 꽃잎들이 천사들의 속옷 마냥 아름
답기만 하다. 오늘 오후쯤이면 더욱 탐스럽게 망울을 터트
릴 것 같다.
벚꽃 나무에 앉아서 노래하는 참새들의 고운 소리가 맑기만
하다.
한동안 참새들이 놀고 있는 모습들을 구경하고 있다. 이쪽
가지로 뾰르릉 날아가고 저쪽 가지로 훌쩍 건너뛰면서 무슨
이야기들을 그렇게 정답게 하는지......

밤새 있었던 새댁네의 사건을 말하고 있는가 그들의 말하
는 소리가 작아 진다. 어쩜 저렇게 평화로울까.... 한치 앞도
모르면서 핏대를 높이는 우리들.... 어쩜 저들보다 못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짧은 울음소리를 끝으로 그들의 소리가 갑
자기 멎어 졌다. 참새들이 날 의식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좋
은 시간을 방해하는 것 같아 다시 휠체어를 움직인다.
아까 그 참새가 도대체 뭐라고 했을까?
"쉿! 듣겠다 애!"
이렇게 말했을까?
암튼 잘게 부서지는 고운 햇살만큼이나 오늘 하루도 행복할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들래미가 벌써 일어났다.
내 품으로 쪼르르 달려오더니
"아빠!"
"왜 그러남?"
"어디 갔다 왔어요?"
"음.... 어디 갔다 왔게?"
"축복해 주세요 하러 교회요"
"그래 역시 우리 아들이다. 아빠랑 뽀 한 번 할까?"
준열이가 두눈을 감은 내게 팝송을 부르며 다가와 뽀를 해
준다.
"온리 유~~~"
헉! 쬐금한게 무드 잡고 있어....
근데 왜 뽀 할 땐 눈이 감길까?
^_^* 빙그레~~
우리 행복 합시다.
1997.4.10
부천에서 나누미가.
................................................
아들아~~
오늘 오후엔 벚꽃 구경이나 갈까?
^_^* 빙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