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62] 불에 덴 손가락......

자오나눔 2007. 1. 13. 01:09
준열이가 요상 야릇한 표정으로 내게 와서 손가락을 내 눈앞
에 내민다. 무슨 뜻인 줄도 모르고 버릇없다고 혼을 낸다. 그런데
준열이가 하는 말이 "아빠! 준열이도 아빠 같이 아파요..."하며 다
시 손가락을 보여 준다.
손가락을 들여다보니 불에 덴 손가락이 하얗게 탈색이 되어
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어디서 그랬어?"
"할아버지가 그랬어요.... 할아버지 혼내 줘요 아빠"
"할아버지라니?"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쓰레기를 태우고 있었나 보다. 연기가
나고 불꽃이 솟아오르니 동네 개구쟁이들은 모여들고..... 마치 연
막 소독차를 따라 다니던 때처럼 개구쟁이들이 모여 들었나 보
다. 경비 아저씨는 아이들이 불 가까이 오면 위험하다고 못 오게
하고....
막대기로 불 속을 헤 짚던 아저씨가 그 불붙은 막대기로 애들
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면서 막대기를 휘저었는데 막대기에 불
붙은 숫덩이가 준열이 앞에 떨어 졌나 보다. 그걸 준열이는 주어
서 아저씨께 준다고 하다가.....
"흐이그... 니가 포항 제철 제련소 근무 하냐?"
준열인 그래도 내게 와서 기도를 해 달란다.
준열이를 위해 기도해 주는 모습이 누나가 보기 좋았나 보다.
"준열이는 축복이네.... 매일 아빠가 기도를 해주니.."
기도가 끝나자 준열인 놀이터로 달린다.
"양미동 아빠~~ 준열이 놀고 올께요~~"
'잉? 또 양미동 아빠래.....'
1997.5.25.
부천에서 나누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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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준열이도 아빠 같이 아프다는 말이 왜 그리도 내 가슴을 울리
니......
아프지 마라라....
그런 아픔은 아빠로서 족해.....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