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67] 비가와도 갈 꺼야!

자오나눔 2007. 1. 13. 01:13
형체만 있는 내 다리는 어김없이 비가 올 것을 알려주고 있었
다. 주일 아침인데도 몸이 엉망이다. 교회 설립 11주년 행사를 하
는데 너무 허전한 마음으로 교회를 갔다. 모두들 한 사람씩 동행
하고 왔나 보다. 성전이 꽉 찼다. 그들의 모습을 보니 왜 그리도
내 모습이 작아 보이던지.... 바쁘다는 핑계로..... 그래도 교회에선
열심히 헌신한다고 하는 집사라는 사람이 더구나 행사 날에 혼자
서 예배를 드리러 갔으니... 왜 그리 부끄럽던지....
예배를 드리고 집에 오니 점심때를 넘겼다. 아침 겸 점심으로
먹고 월간 나눔 교정과 나머지 편집을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가
천둥번개가 혼탁한 세상을 때리고 있다. 그래..차라리 시원하다.
내 몸이야 어차피 아픈 거고.... 더 내리라고 혼자서 부르짖는다.
참 많이도 온다. 이 비에 엄마 무덤 걱정하는 청개구리의 마음은
어쩔꼬.....
갑자기 준열이가 교회 가방을 어깨에 맨다. 밖에는 비가 엄청
내리고 있었고....
"어? 준열이 왜 그래?"
"아빠! 교회 가야지요~"
"냠마! 이 비속을 어떻게 뚫고 가냐? 차도 안 오는데...."
"비가와도 준열이 교회에 갈 꺼야...."
"그래..비나 그치면 가라 아빤 너에게 우산 받쳐 줄 수 없잖
아..."
그렇게 준열이를 달랜 후 계속 작업을 한다. 작업을 하던 내
뇌리를 천둥처럼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
"비가와도 갈 꺼야...."
'헉! 너는 비가와도 교회를 간다고 하고... 난.. 비온다고 못 가
게하고....'
내가 정신이 어떻게 된거 같다.... 아니면 내 믿음이.... 나도 모
르게 준열이를 안고 기도를 드린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오늘
도 변함없이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말았습니다. 용서하소
서. 이렇게 잠시 흐트러지려고 할 때마다 아버지께서는 준열이를
통하여 음성을 들려 주시는군요. 죄송합니다. 또 다시 무릎꿇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저희 부자를 도와주소서......."
내 기도를 듣던 준열이가 내 목을 꼬옥 껴안아 준다. 마치 예
수님의 따뜻한 팔이 날 껴안아 준 것만 같다.
1997.6.1
부천에서 나누미가
......................................................
아들아........
정말 고맙구나. 너로 인해 이렇게 아빠가 깨닫게 되는구나. 우
린 주님 없이는 살수 없는데 잠시 눈에 보이는 걸로 엉뚱한 생각
을 했었구나. 그러나 너를 통해서 귀한 걸 깨닫게 하시니 얼마나
감사하니....
아들? 오늘의 감사 제목은 아들이 정해라.
"아빠를 깨닫게 하시니 감사합니다"라고?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