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레벌떡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준열이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
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일을
한다. 준열이의 고백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면서.....
"아빠... 친구가요 내 자전거 뺏어 갔어요"
"......"
"아빠 빨리 옷 입어요"하며 바지를 가져온다. 무슨 일이 있구
나 하고 옷을 챙겨 입으니 목발을 가져오고 신발까지 가지런히
해 놓은 채 나를 기다린다. 목발을 짚고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가
휠체어에 앉고 보니 준열이 자전거가 보이지 않는다.
남들이 자전거 타는 걸 부러워하며 구경만 하다가, 한 번 타
보자고 했다가 얻어맞고 울고 들어온 모습이 얼마나 가슴을 후려
패던지..... 그러나 사주고는 싶지만 형편이 되질 않아 달래고 달
래길 2년. 막내 고모가 그 소식을 듣고 부업을 해서 얼마 전에
자전거를 선물해 주었다. 그런데 그 자전거가 보이질 않는 것이
다.
"준열아!"
"네?"
"너 자전거 어디 갔어?"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준열이가 동화 나라에 다녀오니 다른 동
에 사는 형아가 준열이 자전거를 타고 가더란다. 자기 거라고 달
라고 하니 그 형아가 자전거를 타고 도망을 가 버렸단다.
준열이와 아파트를 뒤지기 시작한다. 9개 동을 차례차례 뒤지
기 시작한다. 난 휠체어를 타고 준열인 휠체어를 밀고..... 5개 동
을 뒤졌나 보다. 저 만치서 어떤 꼬마가 자전거를 신나게 타고
온다.
"아빠 저거 내 꺼야!"
"꼬마야 이리 와 바라~~"
우리를 보던 그 꼬마는 자전거를 타고 다른 아파트로 도망을
가 버린다. 화가 난다. 휠체어를 신나게 밀고 그 동 앞에 가보니
어떤 아주머니 두분과 그 꼬마가 있었다.
"냠마! 넌 왜 남의 자전거를 타고 도망 가냐?"
"아저씨! 애들이 그럴 수 있지 그걸 가지고 애를 혼내욧!"
"네?"
그 아이의 엄마인가 보다. 이건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꼴이다.
같이 받아 쳐줘야 되는지..... 아니면 참아야 되는지..... 눈물을 글
썽이고 있는 준열이의 눈동자가 가슴에 와 박힌다. 그래.... 아들
아 너에게만은 싸우지 않는 아빠로 남고 싶구나....... 그 아줌마께
한마디 하고 돌아선다.
"아줌마.... 입장을 한 번 바꿔 보고 그런 얘기를 하세요. 저
어린것이 왜 이유 없이 마음에 상처를 받아야 하나요.... 아들 인
물 되겠습니다. 잘 키우세요...."
돌아서서 준열인 자전거를 끌고 나는 휠체어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며 하늘을 쳐다본다. 하늘이 왜 그리도 파란지.....
1997.6.2
부천에서 나누미가
...........................................................
아들아.....
억울하니?
아냐......
때론 말이다...
져 주는 것이 이기는 거란다.
오늘의 감사 제목은 이걸로 하자.
"오늘도 분을 참을 수 있도록 하시니 감사합니다."
좋지? ^_^*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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