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뙤약볕 아래 산자락 끝에 이어진 텃밭에서 김을 매고
있었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고, 속옷은 이미 젖었
다. 머리 위로 꿩 한 마리가 푸드득 날아간다. 잠시 허리를 펴고
꿩이 날아간 숲속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여수 댁이라고 불렀었다. 여수에서 시
집을 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얼굴이 참 고왔다. 휘어질 듯 가는
허리는 뭇 남정네들뿐만 아니라 아낙네들까지 부러워하고 있었
다. 살림도 잘하고 시부모님 섬기기를 열과 성의를 다해 섬긴다.
그러던 와중에 아이도 태어났다. 큰딸이 태어나고 2년후에 또 딸
이 태어났다. 그때부터 그녀는 서서히 눈총을 받고 있었다. 아들
을 낳지 못한 것이 그녀의 탓이 되었다. 그녀의 가슴은 속에서부
터 썩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목욕을 하던 그녀는 그녀의 몸이 이상한 것을 느꼈
다. 머리칼도 뭉텅이로 빠지고 눈썹도 빠지고, 손가락에 감각이
없음을 느낀 것이다. 혹시? 안돼.... 절규하는 그녀와는 상관하지
않는 듯 그녀의 몸은 날로 수척해 간다. 아무도 알면 안되었다.
다른 사람이 알면 사랑하는 가족과는 영영 이별이다. 걱정하며
묻는 가족들에게 시원하게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었다.
13살 먹은 큰 딸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뭐라고 했나 보다.
감각을 느낄 수 없던 그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남
편도 평상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던지 그녀를 다그쳤다. 그녀
의 오열과 함께 입에서 터져 나오는 한마디.... "여보... 나 문둥병
에 걸린 것 같아요......흑흑.." 경악! 모두에게 경악 그 자체였다.
문둥병에 걸리면 가족과 강제로 헤어져야 했다. 멀리 남도 외로
운 섬 소록도로 귀향 아닌 귀양살이를 해야 했다.
사건은 점점 커지고 그녀는 소록도로 격리 수용이 되었다. 하
루속히 문둥병이 나아서 정든 가족과 만나기를 간장이 끊어지게
기도를 한다. 곱던 얼굴도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 간다. 거울을 보
던 그녀는 거울마저 던져 버렸다. 더 이상은 거울을 볼 수가 없
기 때문이다.
가슴아픈 소식이 들려 온다. 남편이 재혼을 했단다. 부모님과
자식들을 위해 재혼을 했단다. 하늘이 흑빛으로 변하는 것 같았
다. 그사이 큰딸이 커서 시집도 갔단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나병이 낫기 전에는 갈 수가 없는 그녀의
가슴은 이제 새까맣게 타 버렸다. 세월이 제법 흘렀다. 시집간 딸
아이가 손자를 낳았단다. 떡두꺼비같은 아들 손자를.... 멍들었던
그녀의 가슴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게 무슨 날 벼락이란 말인가... 미감
아(나병 환자에게서 태어난 아이)인 것을 숨기고 시집간 딸아이
가 전화를 해 왔다. "엄마... 엄마는 차라리 죽어 버리시지 왜 살
아 계셔서 저를 이렇게 힘들게 하세요..." 엄마가 문둥이라고 소
박을 맞았단다. 하늘이여......! 하늘이여..! 절규하는 그녀의 한은
하늘 끝에 다다르고 있었을까.... 진행하던 그녀의 나병이 정지 상
태로 들어섰다.
모진 것이 사람 목숨인가 보다. 죽지 못해 살고 있던 그녀에
게 청혼이 들어 왔다. 같은 나병 환자였던 K씨... 도저히 받아 들
일 수 없었던 그녀였지만 너무나 힘이 들었었기에 서로를 위해
합치기로 했다. 소박을 맞아 쫓겨났던 큰 딸아이도 다시 들어갔
단다. 이제는 가족들도 그녀를 만나러 섬에 들어 올 수도 있다.
가족들을 보면서 이젠 담대하게 살아 갈 수 있다.
그 모든 것이 그분의 은혜였다. 전능자.... 아무것도 할 수 없
음을 깨닫는 순간 주님이 음성을 들려주었다. "나만 바라보고 나
를 따라 오너라." 그 후론 그녀의 삶이 변화되었다. 입에선 찬송
이 흐른다. 어디서나 그녀가 아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가 나온다.
그녀의 삶은 바라보는 삶이 되었다. 어느 곳에 무엇을 하던지 주
만 바라보는 주바라기가 되었다. 이젠 거울도 볼수 있단다.
주바라기로 변해 있는 그녀가 보고 싶다. 이제는 육순을 넘은
할머니지만 내게는 곱디고운 새색시로 남아 있는 그녀가 보고 싶
다. 그녀가.....
1997.6.27. 오전에 나누미가.
.........................................................
아들아......
이 글은 말이야.... 아빠가 소록도에 들렸다가 한 맺힌 한 여인
을 만나고 나서 그분의 이야기를 옮겨 본 것이란다.
준열아....
세상에서 아무리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힘들 때 힘주시는 주님
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우리가 되자 구나. 그게 바른 삶이란다. 모
든 일에 긍정적으로 감사하며 살아가자구나. 알았지? ^_^* 빙그
레~~
오늘의 감사 조건은?
"주만 바라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오케이? 그래~~ 이궁 내 새끼~~ 쪼옥!!!
있었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고, 속옷은 이미 젖었
다. 머리 위로 꿩 한 마리가 푸드득 날아간다. 잠시 허리를 펴고
꿩이 날아간 숲속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여수 댁이라고 불렀었다. 여수에서 시
집을 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얼굴이 참 고왔다. 휘어질 듯 가는
허리는 뭇 남정네들뿐만 아니라 아낙네들까지 부러워하고 있었
다. 살림도 잘하고 시부모님 섬기기를 열과 성의를 다해 섬긴다.
그러던 와중에 아이도 태어났다. 큰딸이 태어나고 2년후에 또 딸
이 태어났다. 그때부터 그녀는 서서히 눈총을 받고 있었다. 아들
을 낳지 못한 것이 그녀의 탓이 되었다. 그녀의 가슴은 속에서부
터 썩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목욕을 하던 그녀는 그녀의 몸이 이상한 것을 느꼈
다. 머리칼도 뭉텅이로 빠지고 눈썹도 빠지고, 손가락에 감각이
없음을 느낀 것이다. 혹시? 안돼.... 절규하는 그녀와는 상관하지
않는 듯 그녀의 몸은 날로 수척해 간다. 아무도 알면 안되었다.
다른 사람이 알면 사랑하는 가족과는 영영 이별이다. 걱정하며
묻는 가족들에게 시원하게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었다.
13살 먹은 큰 딸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뭐라고 했나 보다.
감각을 느낄 수 없던 그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남
편도 평상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던지 그녀를 다그쳤다. 그녀
의 오열과 함께 입에서 터져 나오는 한마디.... "여보... 나 문둥병
에 걸린 것 같아요......흑흑.." 경악! 모두에게 경악 그 자체였다.
문둥병에 걸리면 가족과 강제로 헤어져야 했다. 멀리 남도 외로
운 섬 소록도로 귀향 아닌 귀양살이를 해야 했다.
사건은 점점 커지고 그녀는 소록도로 격리 수용이 되었다. 하
루속히 문둥병이 나아서 정든 가족과 만나기를 간장이 끊어지게
기도를 한다. 곱던 얼굴도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 간다. 거울을 보
던 그녀는 거울마저 던져 버렸다. 더 이상은 거울을 볼 수가 없
기 때문이다.
가슴아픈 소식이 들려 온다. 남편이 재혼을 했단다. 부모님과
자식들을 위해 재혼을 했단다. 하늘이 흑빛으로 변하는 것 같았
다. 그사이 큰딸이 커서 시집도 갔단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나병이 낫기 전에는 갈 수가 없는 그녀의
가슴은 이제 새까맣게 타 버렸다. 세월이 제법 흘렀다. 시집간 딸
아이가 손자를 낳았단다. 떡두꺼비같은 아들 손자를.... 멍들었던
그녀의 가슴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게 무슨 날 벼락이란 말인가... 미감
아(나병 환자에게서 태어난 아이)인 것을 숨기고 시집간 딸아이
가 전화를 해 왔다. "엄마... 엄마는 차라리 죽어 버리시지 왜 살
아 계셔서 저를 이렇게 힘들게 하세요..." 엄마가 문둥이라고 소
박을 맞았단다. 하늘이여......! 하늘이여..! 절규하는 그녀의 한은
하늘 끝에 다다르고 있었을까.... 진행하던 그녀의 나병이 정지 상
태로 들어섰다.
모진 것이 사람 목숨인가 보다. 죽지 못해 살고 있던 그녀에
게 청혼이 들어 왔다. 같은 나병 환자였던 K씨... 도저히 받아 들
일 수 없었던 그녀였지만 너무나 힘이 들었었기에 서로를 위해
합치기로 했다. 소박을 맞아 쫓겨났던 큰 딸아이도 다시 들어갔
단다. 이제는 가족들도 그녀를 만나러 섬에 들어 올 수도 있다.
가족들을 보면서 이젠 담대하게 살아 갈 수 있다.
그 모든 것이 그분의 은혜였다. 전능자.... 아무것도 할 수 없
음을 깨닫는 순간 주님이 음성을 들려주었다. "나만 바라보고 나
를 따라 오너라." 그 후론 그녀의 삶이 변화되었다. 입에선 찬송
이 흐른다. 어디서나 그녀가 아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가 나온다.
그녀의 삶은 바라보는 삶이 되었다. 어느 곳에 무엇을 하던지 주
만 바라보는 주바라기가 되었다. 이젠 거울도 볼수 있단다.
주바라기로 변해 있는 그녀가 보고 싶다. 이제는 육순을 넘은
할머니지만 내게는 곱디고운 새색시로 남아 있는 그녀가 보고 싶
다. 그녀가.....
1997.6.27. 오전에 나누미가.
.........................................................
아들아......
이 글은 말이야.... 아빠가 소록도에 들렸다가 한 맺힌 한 여인
을 만나고 나서 그분의 이야기를 옮겨 본 것이란다.
준열아....
세상에서 아무리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힘들 때 힘주시는 주님
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우리가 되자 구나. 그게 바른 삶이란다. 모
든 일에 긍정적으로 감사하며 살아가자구나. 알았지? ^_^* 빙그
레~~
오늘의 감사 조건은?
"주만 바라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오케이? 그래~~ 이궁 내 새끼~~ 쪼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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