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 82] 잠자리가 잠자나요?

자오나눔 2007. 1. 15. 11:33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순수한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꿈꾸지만 삶이란 것이 바라는
대로 살아지지 않는게 나의 일상인것 같다. 이런 나는 준열이를
통하여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을 만나며 행복한 미소를 잃지않고
살아간다.
며칠전에는 일찍 일어난 준열이가 잠자리 채를 가지고 잠
자리 사냥을 나갔다.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던 잠자리가 요즘은
제법 많이 날아 다닌다. 한시간 정도를 돌아 다니다 왔나 보다.
준열이의 표정이 밝지 않다. 아마 잠자리 사냥에 실패를 했나 보
다. 내가 준열이를 안으며 위로를 해 준다.
"아들님아~ 왜 표정이 그렇게 울쌍인가?"
준열이의 대답이 걸작이다.
"양미동 아빠!"
"왜 그러시남?"
"잠자리가 한개도 없어요. 잠자리가 잠자러 갔어요?"
"잉? 글쎄다..잠자리도 잠을 자야 할거야 아마..."
어이 없는 질문 같았지만 무척 내 맘을 편안하게 해 주던 질
문이었다.
오늘은 처서란다. 입추와 백중 사이에 든 24절기 중의 하나
로서 [처서에 비가 오면 독안의 곡식도 줄어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무렵에는 비가 오면 흉년이 든다고한다. 아마 벼 꽃
이 다 떨어지기 때문이리라.
수화 발표회를 한다는 연락을 받고 참여키로 마음을 먹었다.
어렵게 찾아간 행사장.... 먼저 와서 준비하고 있던 분들의 모
습이 싱그럽다. 같이 어울려 풍선을 불어서 무대 장치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몇 사람과 대화를 나눠본다. 왜 수화를 배우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수줍어하는 그들... 일단 수화를 배워 보겠다고 마음 먹고
실천을 한 사람들은 그 마음속에 장애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들
어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리라. 나서는게 아니라 그들 속으로
들어가서 같이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 한다는 고백들이 무척이
나 아름답다. 본의 아니게 심사까지 맡아서 그들에게 미안함이
앞 선다.
돌아오는 길에 빌딩 숲 사이로 사라져 가는 태양을 바라
보며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을것 같은 일들을 생각해
본다.
내게 잘해주던 분들... 나 때문에 상처 받은 분들... 때론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되던 순간들... 모두가 아름다운 시간 시간들이
다. 오랜 세월을 받아 들여야만 하는 삶속에서도 잊혀지지 않았
으면 하는 바램을 해 본다.
저녁 밥상에 앉아 기도하는 준열이의 모습이 보기 좋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 밥 먹어요. 맛있게 먹겠습니다. 예
수님 이름으로 기도 합니다 아멘."
6살짜리의 순수한 기도가 내 맘을 훈훈하게 해 준다.
그래... 그렇게 감사하며 살아가자구나....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던 준열이가 한마디 한다.
"양미동 아빠!"
"왜 그러시나?"
"물고기는 바다에 살려 줘야지 왜 먹어요?"
"잉?"
국속에 있는 멸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참나원... 그건 먹으라고 생긴거야.... 그건 죽어서 바다에 살
려 주어도 헤엄치지 못해요."
"누가 죽였어요?"
"헉!"
차근 차근 설명을 해 주느라 진땀을 빼긴 했지만 내 마음이
이리 훈훈한건 순수함을 만났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순수함을 내
게 남겨주신 내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러면서 조용히 기도를
드린다.
"주님, 저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제게도 주소서...."
마라나타...

^_^* 빙그레~
부천에서 나누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