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 80] 사람도 아니야.....

자오나눔 2007. 1. 15. 11:31
그의 직업은 영업용 택시 운전이다. 허름한 서민 아파트에서
세 식구가 단촐하게 살고 있다.
그날도 일정을 마치고 동료들과 포장마차에서 피로를 한잔씩
나눈 후에 집으로 가고 있었다. 평소와는 달리 시장 구경을 하면
서 가고 싶었다. 왠지 시장 구경을 하다 보면 어릴 적 향수에 젖
곤 하여 시장을 자주 찾아가고 싶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다. 약장
사들의 북소리와 하모니카, 그라고 섹스폰 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다. 생전 처음 보는 이상한 것들도 시장에서는 구
경할 수가 있다.
모퉁이를 돌아서려는데 어느 할머님이 강아지 두 마리를 2만
원에 사가라고 그를 부른다. 잡종이지만 아이들이 좋아 할 것 같
다는 생각에 웃돈을 얹어 주고 감사해 하며 그 강아지들을 사가
지고 집으로 간다.
"우리 공주님...... 아빠 왔는데 어디있노?"
"아빠~~ 다녀 오셨어예~"
"자 선물이다 쨘!"
뒤에 숨기고 있던 강아지를 불쑥 내밀어 주니 너무나 좋아하
는 딸아이가 보기 좋다.
강아지의 이름도 지어 준다. 찌찌와 뽀뽀다. 그런 와중에 찌찌
는 이름 모를 병으로 죽고, 뽀뽀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얼마나 영리한지 그가 일을 마치고 들어오면 식구들을 깨워서 문
을 열어 주게 할 정도다. 그에게는 심한 무좀이 있었다. 별의 별
약을 달 써 보지만 무좀이 낫질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뽀
뽀가 그의 발가락 사이를 혀로 핥아 주고 있었다. 그냥 귀여워서
보고만 있었는데..... 매일 퇴근하고 오면 뽀뽀가 그의 발가락 사
이를 핥아 주는 게 일이었다.
어느 날 그는 발견하고 있었다. 뽀뽀가 무좀으로 심한 상처를
입고 있는 부분들을 핥아 주고 있음을.... 그의 가슴이 뭉클 해진
다. 자연스럽게 그는 뽀뽀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
하루는 옆집과 아랫집에 사는 사람들이 몰려 왔다. 개를 치워
달라는 말을 하러 온 것이다. 대답만 하고 그냥 살았다. 심한 항
의가 들어오고 아내와 옆집 아줌마가 머리채를 잡고 싸움이 붙었
다. 사건이 커지자 그들은 뽀뽀를 처분하기로 결정을 내린다. 이
리 저리 연락하여 팔 곳을 알아보지만, 거저 주어도 가져갈 사람
들이 나타나지를 않았다.
하루는 뽀뽀를 데려다 주고 온다고 하면서 출근할 때 데리고
나가서 멀리 들에다 놓고 왔단다. 집에 들어 와서는 부잣집에 데
려다 주었기에 호강하며 살거라고 딸을 위로해 준다. 그러나 부
부 지간에는 비밀이 없는 법. 아내에게 그 말을 했다. 그 말은 딸
의 귀에 들어가고... 딸의 항의를 받아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
다. 그 들판으로 뽀뽀를 찾으러 간다는 딸아이를 달래고 있을 수
밖에...
날씨가 무척 덥다. 직장 상사가 회식을 열어 준다고 모이란다.
그들이 간 곳은 사철탕집.... 평상시 퇴근하면 한잔씩 하던 대로
전골을 안주 삼아 한잔을 하고 기분 좋게 집으로 들어갔다.
"여보. 나 다녀왔오. 우리 공주님 기분은 어떠신가?"
"당신 식사는 하셨어요?"
"응~ 전무님이 보신탕을 사줘서 같이 한잔하고 왔다오~"
"으악! 아빠! 으앙~~"
"어? 왜 우시나요 공주님?"
"아빠는 사람도 아니야.... 뽀뽀를 먹고 왔어.... 그게 뽀뽀가 아
니란 법 있어요? 흑흑.."
그 말을 들으니 등에 소름이 쫘악 끼치는 것 같다. 정말 뽀뽀
를 먹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쩐지 먹고 싶지 않더라
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밤새도록 자기의 무좀 걸린 발을 핥아 주던 뽀뽀와 "아
빠는 사람도 아냐......."라던 딸아이의 비명 소리로 더운 여름밤을
더욱 더웁게 보내야 했다.
1997.8.
부천에서 나누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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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무척 오랜만에 또 글을 쓰게 되는구나.
이젠 입추도 지났고.... 말복도 며칠 남지 않았으니 힘들었던
여름도 다 지난 것 같아...
우리도 새로운 삶을 위해서 더욱 노력해야 되겠지?
아프지 않고 씩씩하게 자라 주니 감사하구나...
오늘의 감사 조건은 이걸로 하고 싶은데...
"더위 먹지 않고 여름을 지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어때? 좋다구? ^_^* 빙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