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물은 이 세상에 살아 있을 동안 흔적을 남기는 것 같
다. 아름다운 흔적이던지 아니면 쓰라린 아픔의 흔적이던지 각
양 각색의 흔적을 남기는 것 같다. 그래서 선조들은 "범은 죽
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며 죽은 후
의 흔적까지 논했던 게 아닐까. 우리의 기억에 남는 흔적들은
아름다운 것보다 쓰리고 아픈 흔적이 더욱 선명하게 남아 있다.
특히 어떤 계기를 과정에서 작은 실수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하고, 그 흔적으로 인해 아름다워야 할 인생에서 어
두운 구렁텅이를 헤매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 특히 순간
의 실수 등으로 사고를 당해 일그러진 몰골을 껴안고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들은 더욱 그러리라.
잠시 지우개를 생각했다. 남아 있는 흔적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만약 열 번만 지
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있다면, 아니 세 번만이라도 지울 수 있
는 지우개가 있다면 나는 어떤 것을 지울까 혼자 생각을 해본다.
가장 먼저 지울 것을 말하라고 한다면 지금부터 25년전에 크
리스마스 날에 친구 따라 떡국을 먹으러 예배당에 갔을 때, 예
배당의 식당에서 떡국을 먹고 나오다가 예배당 안에서 흘러나오
는 찬송가를 듣다가 좋다는 생각만 하고 그냥 집으로 왔었는데
그때 집으로 오는 시간을 조금 더 늦추고 싶다. 그랬더라면 아마
25년전에 나는 주님을 믿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6년전 사고 나던 순간을 지우게 될 것 같다.
이제는 일그러져 버린 육신을 보지 않아도 좋을 만큼 그 사고
를 지우고 방향을 바꾸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투병 생활 해
오던 6년이란 세월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열심을 내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끝없는 도전 의식은 분명 줄어들었겠지만 그래
도 이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마지막 세 번째로 지울 수 있는 지우개는 소중히 보관해야
할 것 같다. 분명히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있다면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자기의 영욕을 위해, 아니면 자기의 잘됨을 위해 흔적
들을 지우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
리라. 그러면 다른 사람은 상대의 흔적들을 지워 버리고..... 아수
라장으로 변해 버린 세상이 싫어서 여태 지웠던 흔적들을 지워
버리고, 지금 현재의 모습으로 돌아 오기 위한 여분으로 지우개
를 남겨 놓을 것 같다.
그러니 그러한 지우개가 없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직은 아름다운 이 세상이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릴텐데, 그
것마저 감찰하신 하나님께선 지우개 대신 망각이라는 선물을 주
셨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가 이렇게 웃을 수 있음도 망각
이라는 선물이 있기에 그 쓰라리고 어려웠던 흔적들은 잊어버
리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참 감사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욕망..... 그래도 흔적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있다면
좋겠다는 헛생각을 잊어버리려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어 본다.
1997.9.10.
..............................................................
아들아......
오늘은 아빠가 약간 이상한 소리를 하지? 훗~ 아마 이게 약
해지고 있다는 증거인가 봐..... 약해지는 마음을 추스러 달라고
주님께 기도하며 살아가야겠지?
오늘의 감사 조건은 뭐로 할까?
"우리 아빠께 흔적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를 안 주셔서 감사
합니다"라
고? 흐이그`~ 그래 너 잘났다!!!
^_^* 빙그레~~
다. 아름다운 흔적이던지 아니면 쓰라린 아픔의 흔적이던지 각
양 각색의 흔적을 남기는 것 같다. 그래서 선조들은 "범은 죽
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며 죽은 후
의 흔적까지 논했던 게 아닐까. 우리의 기억에 남는 흔적들은
아름다운 것보다 쓰리고 아픈 흔적이 더욱 선명하게 남아 있다.
특히 어떤 계기를 과정에서 작은 실수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하고, 그 흔적으로 인해 아름다워야 할 인생에서 어
두운 구렁텅이를 헤매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 특히 순간
의 실수 등으로 사고를 당해 일그러진 몰골을 껴안고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들은 더욱 그러리라.
잠시 지우개를 생각했다. 남아 있는 흔적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만약 열 번만 지
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있다면, 아니 세 번만이라도 지울 수 있
는 지우개가 있다면 나는 어떤 것을 지울까 혼자 생각을 해본다.
가장 먼저 지울 것을 말하라고 한다면 지금부터 25년전에 크
리스마스 날에 친구 따라 떡국을 먹으러 예배당에 갔을 때, 예
배당의 식당에서 떡국을 먹고 나오다가 예배당 안에서 흘러나오
는 찬송가를 듣다가 좋다는 생각만 하고 그냥 집으로 왔었는데
그때 집으로 오는 시간을 조금 더 늦추고 싶다. 그랬더라면 아마
25년전에 나는 주님을 믿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6년전 사고 나던 순간을 지우게 될 것 같다.
이제는 일그러져 버린 육신을 보지 않아도 좋을 만큼 그 사고
를 지우고 방향을 바꾸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투병 생활 해
오던 6년이란 세월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열심을 내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끝없는 도전 의식은 분명 줄어들었겠지만 그래
도 이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마지막 세 번째로 지울 수 있는 지우개는 소중히 보관해야
할 것 같다. 분명히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있다면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자기의 영욕을 위해, 아니면 자기의 잘됨을 위해 흔적
들을 지우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
리라. 그러면 다른 사람은 상대의 흔적들을 지워 버리고..... 아수
라장으로 변해 버린 세상이 싫어서 여태 지웠던 흔적들을 지워
버리고, 지금 현재의 모습으로 돌아 오기 위한 여분으로 지우개
를 남겨 놓을 것 같다.
그러니 그러한 지우개가 없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직은 아름다운 이 세상이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릴텐데, 그
것마저 감찰하신 하나님께선 지우개 대신 망각이라는 선물을 주
셨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가 이렇게 웃을 수 있음도 망각
이라는 선물이 있기에 그 쓰라리고 어려웠던 흔적들은 잊어버
리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참 감사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욕망..... 그래도 흔적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있다면
좋겠다는 헛생각을 잊어버리려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어 본다.
1997.9.10.
..............................................................
아들아......
오늘은 아빠가 약간 이상한 소리를 하지? 훗~ 아마 이게 약
해지고 있다는 증거인가 봐..... 약해지는 마음을 추스러 달라고
주님께 기도하며 살아가야겠지?
오늘의 감사 조건은 뭐로 할까?
"우리 아빠께 흔적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를 안 주셔서 감사
합니다"라
고? 흐이그`~ 그래 너 잘났다!!!
^_^* 빙그레~~
'사람이 꽃보다 > 사랑하는 아들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아.......90] 가을을 따러 간 아이.... (0) | 2007.01.15 |
---|---|
[아들아......89] 다리가 세 개? (0) | 2007.01.15 |
[아들아.... 87] 가을 운동회 (0) | 2007.01.15 |
[아들아...86] 그녀의 가을앓이... (0) | 2007.01.15 |
[아들아.... 85] 장가 가던 날~ (0) | 2007.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