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 96] 그래 그렇게 살아 가는 거야~

자오나눔 2007. 1. 15. 11:41
별로 건강하지 못한 몸에 팔까지 부러지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러고 보니 팔이 부러진지 한 달이 넘었다. 깁 스도
못하고 병원에 갈 틈도 없이 바쁘게 지냈나 보다. 진즉 뼈가 붙
을텐데 중간에 예배당에 간답시고 부축을 받으면서 계단을 한발
로 뛰어 내려갔다가 올라오고 나니 붙어 가던 뼈가 다시 떨어
졌는지 일주일을 진통제로 견디다가, 주일이면 업혀서 예배당
에 가고나머진 집에서 여태껏 밀린 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조심하며 지내야 할 것 같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외출을 하려면 엉덩이로 계단을 기어
내려가서 일을 보고 집에 올 때는 다시 계단을 기어 올라와야 한
다. 나눔지 원고가 모두 되었기에 을지로엘 다녀와야만 했다.
비상 수단인 엉덩이로 계단을 내려가 휠체어를 타고 택시 타는
곳으로 이동한 후 택시가 다니는 도로까지 이동한다. 언제나 마
찬가지지만 택시를 탄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말
장애인들에게는 차량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
나 아직까지는 좋은 분들이 많다.
어떤 손님을 태우고 가던 택시가 유턴을 하여 돌아온다. 내
앞에 스르르 서더니 기사 분이 내리며 타라고 하신다. 휠체어는
트렁크에 넣어 주면서 말이다. 겨우 택시를 타고 가며 궁금함에
기사분께 물어 본다.
"아까 손님은 어디서 내리셨어요?"
"네.. 그분이 중간에 내리시며 손님을 태우고 가시라고 하시
기에요.... 참 좋으신 분 같아요."
"......"
가슴이 찡하고 저려 온다. 혹시 그분도 장애인이거나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지는 않을까.... 정말 감사함에 그분이 누굴까
궁금해진다.
무사히 일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물론 그 택시
를 타고서..... 택시를 보내고 계단을 오르려고 보니 물 청소를
해 놨다. 엉덩이로 기어서 올라가려니 옷을 모두 적셔야 할 것
같아 혼자 궁리를 해 본다. 무리한 시도를 해 본다.
계단 난간을 붙들고 매달리다시피 하여 오르기 시작한다.
중간쯤 오르다.... 팔에 기운이 빠지기 시작한다. 버티기가
힘이 들다. 다시 계단으로 떨어지고 무릎은 까져서 피가 흐르
고... 그냥 옷 적시고 기어오를걸...
땀인지 눈물인지... 겨우 집에 도착한다. 30여개의 계단이
무척이나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처음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준열이가 울고 있다. 집에 아무도 없어서 기다리다 무서움에 울
고 있는 것 같았다. 여태껏 지쳐 있던 내게도 그런 힘이 남아
있었던가... 옷을 급하게 갈아입고 준열이를 안고 달래 준다. 동
화 나라에서 돌아오니 아무도 없었고, 혼자서 티비를 보다가 아
무도 오지 않음에 무서워서 울고 있었단다. 준열이를 달래다가
무심결에, "준열아 우리 밥 먹을까?" 그렇게 말을 하곤 이내 컴퓨
터 앞에 앉아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준열이가 무슨 행동을 하고
있다.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어 식탁에 놓고, 수저와 젓가락도
놓는다. 이윽고 자기 키보다 큰 의자를 싱크대 있는 곳으로 끌
고 가 그 위로 올라간다. 무슨 일인가 가 보곤 난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 동안을..... 의자에 올라가
서 밥통 뚜껑을 열고 아빠랑 준열이랑 밥그릇에 밥을 푸고 있었
던 것이다. 처음 본 모습이다. 가슴에 흐르는 이 뜨거운 것은 무
엇인가. 이것이 사랑인가 보다. 이 뜨거운 것이 사랑인가 보다.
내가 달라고 하니 의자를 밀어 주며 아빠는 넘어지니까
의자에 앉아서 하란다. 내가 얼마 전에 준열이가 보는 앞에서
목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넘어져서 팔이 부러져 병원에 실려 가
는 걸 보았기 때문일까. 여섯살바기의 행동이라 하기엔 너무 어
른스럽다. 식탁으로 밥을 나르는 건 준열이 담당이다. 와~ 푸짐
하게 차려진 식탁이다. 준열이에게 식사 기도를 하라고 하니 아
빠도 같이 하자고 하며 눈을 감고 기도를 한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 밥 먹어요. 우리 아빠 빨리 낫게
해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했어요. 아멘~"
너무나 감사하다. 2.1kg의 작은 몸으로 태어나서 특별히
아프지도 않고 잘 자라게 해준 주님과 누님, 그리고 매형 등 많
은 사람들..... 또 한 사람... 비록 떠나 버린 사람이지만 저렇게 흔
적이라도 남겨 놓고 갔음에 감사하다. 이들을 위해 내가 할건 기
도 외에는 없는 것 같다. 그들의 복을 위해 그리고 우리 부자의
행복을 위해서 오늘도 두 손 모아 고개를 숙인다.
......................................
아들아........
네가 벌써 그렇게 커 버렸구나. 아직도 말은 어눌하지만
그렇게 자라 주었구나. 정말 감사하다 그 치? 오늘의 감사는
뭐로 할꼬?
"준열이가 이만큼 자라도록 도와주심을 감사드려요~"
좋아? ^_^* 빙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