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 102] 데이트는 눈오는 날에 하자.

자오나눔 2007. 1. 15. 11:47
6개월만에 다시 도전을 해 보는 것 같다.
그때는 아마 비가 왔었던 것 같다. 준열이가 이빨이 아파
서 밥을 제대로 먹지를 못하기에 가까운 치과로 가서 치료를 한
후, 몇 번 더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도 그날의 충격이 컸었나 보
다. 잘 따러 나서다가도 병원 앞에만 가면 자지러지기에 어찌
해 볼 수가 없어서 그냥 놔두었었다. 준열이는 이빨이 아프다고
하면 병원에 가자고 할까 봐 아픔을 용케 참고 지내 왔나 보다.
오늘에야 알아낸 사실이지만 그 사이에 이빨은 많이 상해 있었
다.
어제 저녁에 양치를 하던 준열이가 비명을 지르며 무엇을
들고 온다. 이빨을 잘 닦아야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했더니 무
리하게 닦았나... 어금니가 반쪽이 깨지면서 뿌리째 뽑혀 나왔
다. 입안을 들여다보니.... 과연 내가 아버지가 많나? 하는 의문
을 갖게 한다. 어금니 4개가 모두 상해 있다. 밤새 팔베개를 해
주며 이야기를 나눴다. 병원에 가서 이빨 소독을 하고 치료를
해야만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도 있
다고 설명을 하다가 급기야 구연 동화를 하게 된다. 구연 동화의
덕을 톡톡히 본 것 같다. 하나님의 음성이라며 굵은 목소리로 톤
을 낮게 깔면서
"준열아~~~~~"
"네.."
"준열이는 이빨을 치료하러 병원에 가야만 하느니라."
"....."
"그러면 나는 준열이를 더욱 예뻐하겠노라~"
"... 그러면 병원에 가면 다간(로보트 장난감)도 사줘요?"
이런... 졸지에 코꼈네....
"그럼~ 사주고 말고~"
이렇게 하여 치과를 가게 된다.
이틀 동안 내리던 비는 3일째 되는 날부터는 눈으로 변한
다. 어차피 내릴 바에는 눈이 좋다고 하지만, 얼어 버린 도로를
생각하면 비오는게 더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휠체어에 준열
이를 태우고 길을 나선다. 한참을 가는데 준열이가 한마디한다.
"아빠"
"응?"
"나무가 추워서 울어요..."
"....."
말을 못하고 살짝 준열이를 안아 본다. 그래... 나무도 추워
서 울고 있는지도 모르지... 내가 너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질
수만 있다면 더욱 세상이 아름답게 보일텐데...
치과에 들려 고생을 조금하고 무사히 치료를 끝낸다. "아
니 이러고도 밥은 어떻게 먹었지요?" 의사의 한마디가 내 가슴
을 후벼파고 있다. 나의 무관심으로 어린아이가 그만큼 고생을
했으려니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눈송이가 제법 굵어진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도 옷에 쌓여 가는 눈송이를 털어 낼 생각을
하지 않고 기분 좋게 맞으며 간다. 정답게 손을 잡고 가던 연
인들의 고운 눈망울이 곱다. 하늘에서 축복이라도 해 주는 것
같다. 그들의 뒷모습을 다시 한 번 쳐다본다. 안면이 있는 아저씨
한 분이 웃으며 말을 건넨다.
"어디 다녀 오시오? 이렇게 눈이 오는걸 보니 내년에도
풍년이 들겠지요?"
"네~ 그럼요~"
준열이가 한마디한다.
"아빠! 눈에서 눈물이가 나와요~"
^_^*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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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너의 순수한 마음을 어른이 되어서도 간직하길 바란다.
그것을 간직할 수 있음은 너무나 큰 축복이란다. 널 닮고 싶
구나..내 아들아....
오늘의 감사 제목은 이걸로 하자. "이빨을 고쳐 주심을
감사합니다." 좋지?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