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07] 황당해라...

자오나눔 2007. 1. 15. 11:50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혼자선 밥도 먹지를 못하는 장애인 아
이를 둔 한 어머니의 방문을 받았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심정은 어느 누구라도 한으로 맺힌다. 그러나 이 어머님은 오히
려 감사를 하고 있었다. 말은 할 수 없지만 글로나마 의사를 표
현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그 분의 고백이 가슴을 뜨겁게 한다.
어느 날 알게 된 장애인 아이의 마음....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땐
걱정이 없지만 돌아가시고 나면 누가 자기를 돌보아 줄거냐며 거
기에 대한 의견을 내 놓았을 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
졌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니 그런 생각을 한 그 아이가 너무나
대견하여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당분간은 어떠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기도로서 준비를
하자며 우리는 해어져야 했다. 배웅도 할겸 은행에도 들릴 겸 같
이 집을 나선다. 휠체어를 밀어 주시는 그 어머님의 고백들은 구
구절절 가슴을 파고든다. 장애인 자식을 둔 엄마였지만 장애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들... 지금은 오갈 곳 없는 장애인까
지 자식처럼 돌보고 있게 된 과정들... 감사로 가득 차게 된 날
발견한다.
그렇게 우린 꽤 먼 거리를 이동했다. 건널목을 만났다. 건널목
을 건너려고 도로로 접어 들어가는데 뚝 소리와 함께 휠체어가
주저앉아 버린다. 당황할 수밖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잠시 있노
라니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다치지 않았음에 감사를 드리
면서 무작정 걸어가다가 약간의 충격으로 뼈가 부러지는 친구들
을 생각한다. 아무런 기운도 써 보지 못하고 푸석 주저 앉아 버
리는 휠체어가 그렇게 무용지물로 보이긴 첨이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휠체어를 보니 용접 부위가 떨어져 작동이 안된다.
어찌할 바를 모른 와중에도 바쁘신 것 같은 그분을 먼저 가시
라고 하며 안심을 시킨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함을 미안해하시
며 가는 그분의 모습엔 기운이 없어 보인다. 꼬마 아이의 손목을
잡고 길을 가던 어떤 엄마가 도와주려고 하신다. 고맙다며 어떤
가게에 가서 주인 좀 불러 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 와중에 차들
이 다닐 수 있도록 도로 한 쪽으로 비켜서 기다린다. 그렇게 믿
고 있었나 보다. 절대로 부서지지 않을 걸로 생각했었나 보다. 인
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언젠가는 망가진다는 상식을 난 잠시 잊
고 있었나 보다. 상식이 곧 진리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나 보다.
아는 가게 주인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차에 싣고 자전거 수리
센터로 가보지만 스테인레스 용접을 해야 한다며 다른 곳으로 가
보란다. 이리 저리 옮겨 다니지만 고치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으
로 공업사에 들려 보기로 한다. 공업사에 들려 용접을 해 보지만
쉽지가 않다. 내부가 녹이 쓸어 접히고 펴지는 부분이 돌아 가질
않는다. 기름치고, 두드리고, 조이고, 닦고..... 우리의 입에선 휴~
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2시간만에 휠체어를 고치고 우체국
과 은행을 들려 집에 오니 말없이 나간 내가 걱정이 됐었나 보
다. 사정을 들은 누나의 입에선 한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게
너한테 나온 휠체어는 그냥 두자고 했잖니...." "흐이그 누난... 필
요하면 어지간히 알아서 주실까 봐.. 훗~" 근데 아깐 정말 황당하
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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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오늘 아빤 귀한 체험을 했더란다. 아무리 하찮은 휠체어라도
평상시 점검을 하지 않으면 보상을 톡톡하게 받아야 한다는 것
과, 아주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서지는 친구들의 아픔을 알게 되
었단다. 언젠간 모든게 해결 될 날이 오겠지? ^_^* 빙그레~
그래 오늘의 감사는 뭐누?
"우리 아빠 다치지 않게 해 주심을 감사해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