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09] 으아! 성질 난다!

자오나눔 2007. 1. 15. 11:51
저녁 예배를 드리러 갈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아직 준열이는
어린이 집에서 오질 않고 있다. 갑자기 준열이를 보고 예배 드리
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교회로 가는
도중에 매일 술에 취해 있는 분을 만난다. 교회 가자고 하면 "양
집사가 주님 섬기나 내가 주님 섬기나 같은 거야"라며 웃고 말던
그분을 모시고 저녁 예배를 드리러 가며 물어 본다. "그래 오늘
은 얼마나 마셨어요?" "허허허 세 병밖에 마지지 않았어요 오늘
은 내가 기도 할께요~" 그분과 담소를 나누며 교회로 간다. 옆자
리에 같이 앉아 예배를 드리는데 으... 술 냄새가 예배당에 진동
한다. 이분은 그대로 엎드려 펑펑 울기 시작한다. 도대체 이분의
한은 무엇일까... 고시 공부까지 했을 정도면 지식도 갖춰진 분인
데... 그분의 가슴을 풀어 달라고 기도를 한다.
예배를 마치고 기도를 마치고 집에 오니 10시가 넘었다. 쪼르
르 준열이가 달려와 반기며 자랑을 한다. "양미동 아빠! 나 이빨
부러졌다!" "잉? 뭐시여?" 이빨이 없어진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
리키며 자랑(?)을 하는 준열이... 앞니가 없어져 버렸다. 친구랑
장난치다가 친구가 발로 차서 이빨이 빠져 버렸단다. 그 순간 화
가 치밀어 오름을 억제하느라 찬물을 한 사발 들이켜야만 했다.
오늘 아침에 먼저 일어 나야 하던 준열인 투정을 부리고 있었
다. 누나들은 학교에 안가고 자는데 준열이는 왜 동화 나라에 가
야 하느냐고 투정을 한다. 누나들은 잠자는데 준열이만 맨날 맨
날 안자고 동화 나라 가느냐는 투정이다. 허긴 방학이라고 늦잠
을 자는 누나들... 방학이 없는 준열인 8시면 일어나 씻고 밥 먹
고 챙기노라며 힘이 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이빨이 뽑혀
서 들어 왔으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래 울었어?" 준열이가
우는걸 의식적으로 억제하고 있던 난 또 다시 말도 안되는 질문
을 하고 말았다. 아프면 아프다고 하는게 당연한데... 아이가 아프
면 울어야 하는게 당연한데 난 그것마저 막고 있는 못난 아빠인
것 같다. 강하게 키우고 싶은 아빠의 바램이 아이의 정서를 흐트
러뜨리진 않는지 생각해 본다.
그때... 준열이의 한마디가 날 아프게 만들고 있었다. "아~빠~
이빨이가 부러져서 울 때 양미동 아빠가 보고 싶었어요.." 이게
뭐라니... 이제 혈육인가? 이게 정인가? 나도 모르게 준열일 꼬옥
끌어안고 있었다.
...............................
아들아......
넌 그 순간에도 아빠를 보고 싶었다고 사랑 고백을 하는데 아
빤 너에게 어떤 고백을 해야 좋을 지 모르겠구나... 그러나 준열
아... 아빤 말이야... 널 살리기 위해서 아빠의 생명까지라도 바치
라면 바칠 수 있단다. 넌 아빠 자신보다 더 귀한 존재란다.. 아빠
에겐.. 그러나 준열이보다 주님을 더 사랑해.. 알지? ^_^* 빙그레~
오늘의 감사는 뭐누?
"준열이의 고백을 받아 준 아빠가 있음에 감사합니다." 씨익~
1998.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