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08] 무서워?

자오나눔 2007. 1. 15. 11:51
항상 왁자지껄 하던 집안이 며칠 동안 조용하기만 하다. 천방
지축 준열이가 막내 고모네 놀러 갔기 때문이다. 만날 티격태격
하던 준열이가 보이질 않으니 허전한 옆구리가 더욱 허전한 것
같다. 전화를 자주 해 주고 싶지만 나에 대한 시험이라 생각하고
참아 낸다. 수요 예배를 드리러 갔는데 준열이랑 같은 유치부 꼬
마가 준열이 안부를 묻곤 뛰어간다. 그 모습을 보니 준열이도 같
이 있었다면 천방지축 뛰어 놀텐데 하는 생각에 갑자기 준열이가
보고 싶어진다. 예배를 마치고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재빨리 수
화기를 들고 버튼을 누른다. 신호가 가고 이윽고 조카가 받는다.
금새 날 알아 본 조카는 호들갑이다. 삼촌한테 전화 왔다고 자기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동생과 몇 마디 나눈 후 조심스레 준열이를 물어 본다. 갑자
기 죄인이라도 되어 버린 것처럼 준열이 소식을 물어 보는 내 목
소린 기운이 없다. 수화기를 타고 들리는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감미롭다. "준열아!" 동생이 준열이를 불러 바꿔 준다.
"아빠~"
"응~ 아들~"
"엄마(고모) 바꿔 주세요."
이놈 봐라? 지 아빈 별 볼일 없남? 바로 엄마를 바꿔 달라
네... 갑자기 서운함이 밀려오는 건 왜일까...
"아직 교회에서 안 왔는데?"
"큰누나는? 작은누나는? 현경이 누나는?" 누나들을 모두 부르
더니 없다고 하니 마지막으로 현주 아빠를 찾는다. 왜 그러느냐
고 물어 보니 현주 아빠한테 준열이 데리러 오라고 하려는 거란
다. 현주 아빠도 없다고 하니... 준열이의 질문이 내 가슴을 저리
게 한다.
"그러면 아빠 혼자 있어?"
"그럼~"
"아빠 무서워?"
"응...."
"아빠 그러면 불 다 켜고 문 잠그고 컴퓨터 하면 되잖아요"
"잉?"
"아빠!"
"근데.... 준열이 가면 선물 사줄꺼야?"
"안돼!"
뚝 잘라 버리는 내 소리가 무서웠나 보다. 더 이상 뭘 사 달
란 말은 하지 않고 한마디한다.
"아빠~ 불 켜고 문 잠그고 컴퓨터하고 있어요~ 준열이 금방
갈께요. 근데 내 라면 먹으면 안돼요~"
벌써 다 커 버린 것 같다. 엊그제 2.1키로의 몸무게로 태어나
던 것 같은데... 고모 품안에서 다 커 버린 것 같다. 이제 준열이
가 7살로 접어들었다. 이젠 서서히 세상을 살아 나가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어차피 우리들이 만들어 가야 할 우리들의 인
생이니까...
.........................................
아들아....
준열이가 아빠를 챙겨 주는 소리를 들으며 아빠는 무척 감사
했단다. 우리 준열이가 벌써 이렇게 커서 몸이 불편한 아빠를 챙
겨 주는구나 생각하니 너무나 감사하단다. 우린 더욱 행복 할거
야~ 그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그치? ^_^* 빙그레~
오늘의 감사 제목은 뭐누?
"아빠를 기뻐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이궁~ 내새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