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12] 고래 싸움에 새우등은 터지고....

자오나눔 2007. 1. 15. 11:53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다. 기운 센 자들의
싸움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약한 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를 말
하는 것 같다.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어
른들의 싸움 또는 심기 불편으로 인해 아이들이 피해를 입는 경
우가 있다. 부부 싸움을 하는데 철없는 아이들이 칭얼대다가 부
모의 화풀이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를 키우는 집안은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로 아침에는 마치
회오리바람이 지나가는 듯한 양상이다. 아이들을 모두 학교 또는
유치원에 보낸 후에 기진맥진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무슨 일
인지 준열이를 챙겨 주는 시간이 이른 것 같다. 아직 어린이 집
차가 오려면 30분이나 남았는데 빨리 서두르지 않는다고 구박하
는 소리가 별로 곱게 들리진 않는다.
그러던 중 갑자기 언성이 높아진다. 빨리 하라고 하는 도중에
준열이의 다친 손가락을 잡게 되었는지 준열인 볼이 잔뜩 부어
있었나보다. 어제 봉사 갈 때 따라갔던 준열인 그 지체들과 놀다
가 손가락을 조금 다쳤다. 그걸 모르고 누난 "네가 칼로 장난치
다 다친 거잖아!" 그 말에 억을 했었는지.. 아니면 아파서 그랬는
지 영 분위기가 안 좋다.
겉옷을 입을 생각하지 않고 눈물 글썽이며 바라만 보고 있었
나보다. 듣기 거북한 말들이 들려 온다. 덩달아 매형까지 한마디
하신다. 나도 모르게 준열이를 불러 뺨을 쳐버린다. 순간 무릎꿇
고 두 손을 비비며 "아빠 잘못했어요..." 눈물을 뚝뚝 떨구며 용서
를 구한다. 난 그 순간 내 손바닥을 내려보며 정신이 멈춰 버림
을 느낀다. '이게 아니었는데.... 이게 아냐...'
준열이를 불러 가슴에 안아 조용히 이야기를 한다. 그래 봐야
내 변명에 불과하지 않음을 난 알고 있다. 준열이를 가슴에 안고
눕는다. 내 입에선 "준열아..미안해.."라고 흘러나오고 준열인 병아
리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무런 말도 못하겠다. 내 자
신이 이렇게 미워지는 건 처음이다.... 옷을 입혀서 차가 오는 곳
으로 누나와 준열이는 나갔다. 자리에 앉아 고개를 떨구어 버린
다.
수화기를 들어 준열이가 다니는 동화 나라에 전화를 한다. 준
열이 오른쪽 이빨이 괜찮은지 알아 봐 달라며 내 대신 준열이 위
로를 부탁한다고 한 후, 자리에 그대로 누워 버린다. 아무것도 아
닌데...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어른들의 심기 불편으로 또 다시
준열이가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 이럴 땐 정말 힘들다. 한없는 절
망으로 빠져든다. 내 자식에게도 제대로 나눠주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나눔을 한답시고....
그러나 다시 마음을 추슬러야겠다. 기도가 부족한 내 탓이기
에 내가 더욱 변해야겠다. 이따 점심때는 준열이에게 전화라도
해야겠다. 다시 한번 말하리라. "아들아.. 미안해'라고... 그리고 준
비를 해야겠다. 가장 사랑하는 마음으로 준열이를 맞이할 준비
를....
..............................
아들아....
네게 화를 내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했었는데 또 다시 화를 내
고야 말았구나... 미안해... 그러나 준열아... 이젠 준열이 혼자서
준비를 해야 한단다. 이젠 홀로 서기를 해야 해... 그게 우리의 갈
길이야.... 그래 이제 새로 시작하자. 우린 할 수 있을거야. 이리
와 보렴... 잘 될 꺼야.. 와라락!!!
1998.1.23.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