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13] 이렇게 아플수도 있다니...

자오나눔 2007. 1. 15. 11:53
세상에 이렇게 심한 통증도 있단 말인가. 이 고통은 세상의
고통이 아닌 것 같다. 하늘의 형벌이 있다면 이런 통증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피부에 이불깃만 스쳐도 비명을 내지르곤 한다. 머
리는 달걀이 심지가 떨어져서 흔들리는 것만 같다. 목은 퉁퉁 부
어 말이 나오질 않는다. 오한이 나고 열이 난다. 기침까지 심하
다. 거기에 눈알까지 빠질 듯이 아파 온다.
토요일 오후 늦게야 아침을 급하게 먹었다. 그게 체했었나 보
다. 저녁땐 남전도 구역 예배에 참석한답시고 머리까지 감고 나
니 갑자기 정신이 아늑해 진다. 그 후론 정신이 없다. 아마 체한
데다가 독감까지 걸린 것 같다. 아빠가 아파하니 준열인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해 준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지금 우리 아빠
가 아파요. 머리도 아프고요, 눈도 아프고요, 코도 아프고요, 입도
아프고요, 또 여기(가슴을 가리키며)도 아프데요. 하나님 우리 아
빠 안 아프게 해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아빠! 아빠도 아멘 해야지!" "에구...끙..아..멘.." 어째 아들래미보
다 믿음이 더 없는 것 같다.
밤이 새도록 침대 위를 몇 바퀴 뒹굴며 돌았는지 모르겠다.
119를 불러서 병원엘 가고 싶지만 주사에 질려 버린 난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는다. 차라리 날이 밝으면 약을 사 먹도록 하자.
아침이 밝아서야 진통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독하게
진통제를 먹었다. 끙끙 앓던 내 목소리가 가늘어지는걸 보니 졸
음이 오나 보다. 간밤엔 한숨도 이루질 못하고 있었으니 진통제
기운과 함께 깊은 수면 속으로 떨어진다.
아프더라도 먹고 아프라며 깨우는 누나의 소리가 아늑하게 들
린다. 겨우 몸을 일으켜 보려고 하니 비명이 먼저 나온다. 이렇게
아파하는걸 처음 본 누나는 병원에 가자고 했다가 못난 동생에게
핀잔만 받는다. 미숫가루를 물에 타 오며 이거라도 마시고 약을
먹으라고 한다. 주일인데 아무래도 예배도 참석하지 못할 것 같
다. 결국은 침대에 누워서 심방 예배를 드리고야 말았다. 아파서
예배에 참석 못하니 목사님과 전도사님이 직접 오셔서 예배를 드
려 준다. 정말 감사하다. 날 이렇게 사랑해 주시는 하나님께 너무
나 감사하다.
저녁 예배때는 멋진 찬양 시간이 있는데 그것도 참석 못하고
누워만 있다. 어제 밥 한끼 먹고 아직 밥을 먹질 못한다. 목이 부
어서 음식물을 삼킬 수가 없다. 침도 삼키기 어렵다. 걱정되어 전
화 해 주는 회원들이 너무 고맙다. 빨리 몸을 추스르고 싶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어찌하란 말인가. 온 가족이 저녁
예배에 참석하고 나와 준열이만 있다.
갑자가 체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체했을 땐 엄지와 검
지 사이를 눌러보면 아픈데 거기를 눌렀다 뗐다 하면 체한 게 내
려간다던 어느 님의 말이 생각나 그렇게 해 보니 구토가 난다.
화장실로 가서 바닥에 철퍽 주저앉아 변기에 토하기 시작한다.
먹은 것이라 해 봐야 미숫가루 한 사발뿐인데 나올게 무에 있겠
는가... 그러나 토하는 게 더 힘들다. 눈에는 눈물이 글썽, 코엔
콧물이 훌쩍이다. 준열인 바가지에 물을 떠서 주며 마시라고 한
다. 등을 두드려 달라고 했더니 조심스럽게 두드려 준다. 세게 치
라고 하니 아파 아프니까 안된단다... 그래... 네 마음을 내가 알겠
다. 고맙구나... 갑자기 외롭다는 생각이 들더니 서럽기까지 한다.
주책을 부려 본다.
예배를 마치고 누나가 들어온다. 누나께 바늘로 손가락을 따
달라고 한다. 손가락을 보니 딸 만한 손가락이 한 개도 없다. 그
러고 보니 이런 손으로 잘도 살아 왔구나 하니 감사함이 더욱 커
진다. 발가락을 5개나 땄다. 무얼 먹어 보려 해도 삼킬 수가 없으
니 어쩐단 말인가. 물만 한컵 떠 달라 하곤 자리에 누워 버린다.
밤이 이렇게 길다는 것도 새삼 알았다. 누구에겐가 전화를 하고
싶지만 손가락 한개 움직이기가 힘들어 포기한다. 갑자기 죽음이
떠오른다. 만약 내가 죽으면 몇 명이나 울어 줄까? 라고 생각하
다 피식 웃어 버린다. 머리가 너무나 아파서 이상한 쪽으로 생각
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금새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어 버린다.
날 위해 기도해 주는 분들이 참 많다. 그러잖아도 양집사에게
믿음 좋은 동반자 나타나게 해 달라고 400명의 전 성도가 기도하
고 있는데, 내가 몸이 아파 주일 예배를 집에서 드렸다고 하니
모이는 곳마다 기도를 하신다는 연락이 온다. 억지로 일어나 화
장실로 가서 목을 잡고 컥컥 대 보니 피가 왈칵 솟는다. 목에서
피가 터지니 겁이 난다. 한 두번 피를 본 것이 아닌데... 웬걸 목
에서 피를 토하고 나니 목이 덜 아프다. 목에 염증이 생겼나 보
다. 시원한 냉수로 목을 축여 준다. 아... 이제 살겠다. 너무나 감
사하다. 아픔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하시고, 더욱 큰사랑
을 알게 하시고, 모두가 감사할 조건뿐이다. 기분 좋은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갑자기 목욕을 하고 싶다. 탕에 물을 받고 뜨거운 물에 목욕
을 했다. 한결 좋다. 그런데 한시간 정도 지나니 또 머리가 아프
다. 목은 더욱 힘들어지고... 누나께 목욕해서 그런 것 같다고 대
답했다가 엄청 혼난다. 그럼 우짜누? 설은 맞이해야 하자누? 이
그..내가 못살아! 준열이도 옆에서 따라 한다. "나도 아빠랑 못살
아!" "잉? 뭐라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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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정말 힘들었던 2박 3일이었던 것 같구나. 새로운 고통을 체험
하므로 다른 친구들의 아픔까지 이해 할 수 있도록 섬세하신 하
나님께 감사드린단다. 그리고 준열이의 사랑을 진액으로 맛보게
하시니 더욱 감사했고 말이야~ 그래 오늘 감사 제목은 뭐누?
"우리 아빠 안 아프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그래... 정말 감사하단다. 이루 와 봐라 와라락!!! 쪼옥~
"아빠! 뽀뽀는 여자랑 하는 거야!"
"윽! 쪼매한기 벌써?"
작은 조건에도 감사와 행복을 찾지 않을래?
^_^* 빙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