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11] 나랑 잘래?

자오나눔 2007. 1. 15. 11:52
칠흑같이 어두운 밤, 멀리 보이는 불빛들이 춥다고 꼬리를 내
려가고, 순이네 강아지의 짖어 대는 소리마저 대기 중에 얼어 가
는지 깨지는 소리로 들린다. 예배당의 문을 열고 나오니 몸이 날
아갈 것 같은 바람과 함께 숨이 컥 막힌다. 콧구멍조차 순간적으
로 말라 가니 숨을 쉬기가 쉽지 않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집
으로 돌아가는 발길들을 재촉하고 있다. 무에 그리 사연이 많은
지 기도할 것도 많다. 모두 돌아간 텅 빈 예배당에서 부르짖다
보니 어느새 목소린 갈라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집에 늦게 도
착을 한다.
어김없이 쪼르르 달려와 "양미동 아빠 다녀오셨어요~"하며 나
를 반기는 준열이가 있다. 늦은 식사를 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국수와 사발면으로 보낸 것 같다. 주일이면 예배당에서 국수를
삶아 준다. 많은 량을 삶기에 퍼진 국수로 변해 벌지만, 어느 누
구나 똑같이 먹기에 또 다른 공평함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집에 가면 불고기 백반을 먹을지라도 예배당에서는 기쁨으로 국
수를 나눈다. 저녁을 먹은 후 감기약을 찾으니 약이 안 보인다.
신정 때 소록도에 갔을 때 두고 온 것 같다.
오늘 저녁에는 대통령 당선자와 국민들과의 대화가 있었는데
그것도 궁금하다. 그러나 내일 아침이면 알게 되리라 생각하고
자리에 눕는다. 이번 감기는 제법 독한 놈인가 보다. 좀체 약 먹
기를 거부하는 나에게 스스로 약을 찾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내일은 약을 사다가 먹으리라... 준열이가 내 앞에 와서 재롱을
피운다. "어이! 아들! 오늘 아빠랑 잘래?" 아빠가 같이 자자고 할
때마다 "양미동 아빠는 아프잖아요.."라고 해서 내 맘을 울리던
준열이었다. 어김없이 아빠랑은 다음에 잔다고 하고선 쪼르르 조
카들 방으로 가 버린다. 오늘 같은 밤이면 같이 자면 좋으련만....
혼자 서운함을 달래는 날 발견하곤 피식 웃는다.
자리에 누워 오늘을 정리해 보며, 내일 일을 생각하노라니 준
열이가 오더니 한마디한다. "양미동 아빠! 오늘 아빠랑 잘래요"
"잉? 이게 왠 떡(?)이냐? 정말 나랑 잘래?" 재빨리 침대 속으로
끌어들인 후 취침 기도를 한다. "아들! 오늘은 아들이 해 보세
요." "네..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 양미동 아빠 항상 밝고, 건강
하고, 착하게 자라게 해 주세요.." "잉 냠마! 그건 내가 매일 널
위해 하는 기도잖아! 다시 해봐!" "잉... 준열이 못해요..." "그래도
해봐!"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우리 아빠가 아파요 우리 아
빠 안 아프게 해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오늘 밤
기도는 웃음과 감동으로 마무리된다.
나의 기침 소리에 화음을 넣고 있는 준열이의 기침 소리. 오
늘 낮에 2번을 걸어서 예배당에 다녀오더니 준열이도 기침을 하
고 있다. 이불을 덮어 주며 준열이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아 본
다. 잠결에 살며시 눈을 뜨더니 내 입술에 달콤한 키스를 해 주
며 고백을 한다. "아빠 사랑해요.." 난 지금 이 순간이 제일 행복
하다. 이제 작은 흔적이라도 남겨야겠다. 내 사랑하는 아들을 위
해....
..................................
아들아...
너로 인해 노도 같이 밀려오는 행복이 있단다. 너무나 감사한
거 있지... 이 행복을 더욱 잘 가꾸어 나가도록 우리 서로 노력
하자구나. 현실에 최선을 다하며 거기서 좋았던 것만 기억하도록
하자. 오늘의 감사는 아빠가 하마. "우리 준열이의 키스를 받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어때? 좋다구? 그럼 한 번 더 해줄래? 잉?
왜 숨냐? ^_^* 빙그레~
행복은 내 마음속에 있습니다.
1998.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