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14] 쌀 과자

자오나눔 2007. 1. 15. 11:54
설 명절 때 고향에 다녀오신 회원 한 분이 준열이 주라고 쌀
과자 한 봉지를 가져 오셨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박산 과자라고
하는 것이다. 쌀을 튀겨서 물엿에 땅콩, 참깨 등을 넣고 버무려서
판에 눌러 일정한 크기로 잘라, 먹기 좋게 만든 우리 어릴 때 고
급으로 인정받던 과자이다.
마침 준열이가 친척집에 놀러 간지 4일째라 그 과자를 내가
집어먹어 본다. 새로운 간식 거리에 밀려 언제부턴가 우리 곁에
서 사라져 버리고, 명절 때나 겨우 볼 수 있는 것이기에 고향 냄
새가 물신 풍긴다. 세뱃돈 대신 할머님의 품안에서 나오던 것은
으레히 이 과자였다. 과자를 한 움큼씩 받아 들고 너무 좋아하던
시절도, 이젠 동화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니 더
욱 뭉클하게 가슴을 저민다.
과자 한 개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색다른 것이 들어 있다. 시
골에서 키운 호박을 썰어 말릴 땐 그 안에 들어 있던 씨를 꺼내
어 같이 말린다. 심심할 땐 그 호박씨를 까서 먹던 일이 눈에 선
하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정성스레 호박씨를 까서 같이 과자를
만든 것 같다. 쌀을 헤집고 호박씨만 골라 이빨로 지긋이 깨물어
본다. 고향의 울타리 담장이 그려진다. 담을 두르고 있던 호박 줄
기에 주렁주렁 달려 있던 호박을 그려보며 고향을 발견한다.
며칠만에 준열이가 돌아 왔다. 평상시 같으면 "어? 아들! 우와
~ 반갑다! 이루 와봐바 와라락!! 쪼옥~" 할텐데, 침대에 누워서
빙그레 미소만 짓고 있는 아빠가 이상한가 보다. "아빠~ 아파
요?" "응..." "아빠 기도 해 줘요?" "응..." "근데 아빠! 아빠는 준
열이 안보고 싶었어요?" "아니~ 보고 싶었지~" "근데 전화도 안
하냐?" "잉?" 그러고 보니 4일 동안 준열인 내게 7번의 전화를
했다. 그러나 난 한 번도 하지 않았으니.... 준열이가 내심 서운
했나 보다.
시골에서 할머니가 보낸 선물이라고 쌀 과자를 꺼내 주니 힐
끗 한 번 쳐다보곤 관심도 갖질 않는다. 한 개 먹어 보라고 입에
넣어 주니 안 먹는단다. 아빠나 많이 먹으라며 내 입에 한 개 집
어넣어 준다. 까칠까칠한 쌀 과자를 혀로 녹여 보며 눈을 감고
돌아가신 할머님을 생각하고 있는데 내 귓가엔 준열이의 기도 소
리가 들리고 있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 아빠가 또 아프데
요. 우리 아빠 안 아프게 해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 드립
니다 아멘" 그 기도 소릴 들으며 눈가에 물안개를 서리고 있는데
준열이의 고함소리가 날 깨우고 있다. "아빠! 아멘 해야지!" "잉?
그래..아멘.. 에구.. 내새끼.." "근데.. 아빠! 이 과자 시골에서 할머
니가 만든거에요?" "그럼~" "시골에 준열이 할머니도 있어요?"
"응? 으응... 계시지 땅속에..." "......"
올핸 준열이 데리고 부모님 산소에 한 번 찾아가야겠다. 부모
님 무덤가에 앉아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버님... 어머님... 이놈
이 당신들의 손자 녀석입니다. 자랑스럽게 키우도록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올 봄엔 꼭 찾아뵈리라.
......................................
아들아...
너의 마음에도 아빠의 고향을 심어 주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
이란다. 네가 힘들때마다 아빠의 고향을 그리며 새로운 힘을 얻
을수 있다면 좋겠구나. 사랑한단다 아들아...
^_^* 빙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