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서 13년째 살고 있지만 이번처럼 눈이 많이 온 적은 없
었던 것 같다. 어릴 적에 무릎까지 빠지던 눈길을 걸었던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품고 살면서, 산간 지방에 많은 눈이 내려서 설경
을 이루는 모습을 부러워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예고 없이 많
은 눈이 내리는걸 보고 아름다운 낭만을 찾기도 전에 오가는 길
손들의 무사고를 빌게 됨은 나이를 조금씩 먹어 간다는 증거일
까....
어려운 경제 사정이 내리는 함박눈마저 슬프게 보이게 하나보
다. 눈이 오는 모습을 보고 좋아서 전화를 해 오는 사람보다 눈
을 보니 더욱 마음이 우울해 진다는 전화가 더 많이 온다. 넉넉
하고 푸짐하던 마음들이 어느새 내리는 눈마저 슬프게 보이는 마
음으로 변해 버렸나 보다. 집에서 살림만 하던 사람이 직장이란
곳을 다닌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기에 핀잔을 듣고도 그냥
눈물 몇 방울 흘린 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그는 무서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아주 조금씩 수면제
를 모으고 있었다. 마치 죽음을 즐기기 위해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에게는 남들과 다른 자존심이 있었다. 설거지 한번 제대로
해 보지 않았던 귀한 마나님이었다. 마음은 한없이 착하여 어려
운 이웃을 돌보는걸 좋아하며 아이들 교육에만 신경을 쓰며 살아
오던 그는, 남들이 IMF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갈 때도
그저 남의 일이거니 했다. 든든한 남편의 사업은 IMF쯤은 우습
게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에게만 IMF 한파가 피
해 갈 일이 없었다. 어느 날 들려 온 소식.... 그녀의 남편이 도망
자 신세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집도 차압되고 그들은 길거리
로 내 쫓기는 신세로 변해 버렸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몇 번
이고 살을 꼬집어보며 고개를 흔들어 보지만 현실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도망자 신세가 되어 있던 남편은 끝내 삶을 포기하고야 말았
다. 고향 뒷산에서 한 장의 유서만 남긴 채 삶을 마감하고야 말
았다. 혼절하기를 몇 번... 그래도 모진 것은 어머니라고 했던가...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눈물로 얼룩지고 야위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기운을 차려야만 했다. 셋방을 얻
어서 그녀가 돈을 벌기 시작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익숙
지 않은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댄데 직장에 나올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며 함부로 대하는 직장 상사들이 그녀를 힘들게 하고 있었
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불쌍하여 살아야만 했다. 모진 목
숨을 이어 가야만 했다. 그러나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자신이 없
었다. 결국은 조금씩 죽음의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말
을 어떻게 해 드려야 좋을지 몰랐다.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같이 게임을 하는 것만 같다. 너무나 집요한 죽음을 위한 게임....
모성애를 자극시켜 보지만 그것도 순간뿐인 것 같다. 그에게 신
앙을 심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조심스레 복음을
전해 보지만 완강하다.... 그러나 해야만 한다... 이젠 저 눈이 슬
프게 보이는 게 아니라 아름답게 보이게 만들어야 하리라...
.............................
아들아...
현실은 이렇게 냉혹한가 보다. 그러나 세상은 결코 안 좋은
것만은 아니란다. 고개 돌려 한바퀴 돌아 보자구나. 아직은 세상
은 아름답단다. 어려운 이웃에게 정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마
음들이 아직은 많기 때문이지.... 아무리 어려운 현실이 닥치더라
도 우린 결코 좌절하거나 낙심치 말자 구나. 우리의 작은 신음에
도 응답하시는 주를 바라보며 살아 가자구나. 그땐 모든게 아름
답겠지? ^_^* 빙그레~
1998.2.10
었던 것 같다. 어릴 적에 무릎까지 빠지던 눈길을 걸었던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품고 살면서, 산간 지방에 많은 눈이 내려서 설경
을 이루는 모습을 부러워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예고 없이 많
은 눈이 내리는걸 보고 아름다운 낭만을 찾기도 전에 오가는 길
손들의 무사고를 빌게 됨은 나이를 조금씩 먹어 간다는 증거일
까....
어려운 경제 사정이 내리는 함박눈마저 슬프게 보이게 하나보
다. 눈이 오는 모습을 보고 좋아서 전화를 해 오는 사람보다 눈
을 보니 더욱 마음이 우울해 진다는 전화가 더 많이 온다. 넉넉
하고 푸짐하던 마음들이 어느새 내리는 눈마저 슬프게 보이는 마
음으로 변해 버렸나 보다. 집에서 살림만 하던 사람이 직장이란
곳을 다닌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기에 핀잔을 듣고도 그냥
눈물 몇 방울 흘린 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그는 무서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아주 조금씩 수면제
를 모으고 있었다. 마치 죽음을 즐기기 위해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에게는 남들과 다른 자존심이 있었다. 설거지 한번 제대로
해 보지 않았던 귀한 마나님이었다. 마음은 한없이 착하여 어려
운 이웃을 돌보는걸 좋아하며 아이들 교육에만 신경을 쓰며 살아
오던 그는, 남들이 IMF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갈 때도
그저 남의 일이거니 했다. 든든한 남편의 사업은 IMF쯤은 우습
게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에게만 IMF 한파가 피
해 갈 일이 없었다. 어느 날 들려 온 소식.... 그녀의 남편이 도망
자 신세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집도 차압되고 그들은 길거리
로 내 쫓기는 신세로 변해 버렸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몇 번
이고 살을 꼬집어보며 고개를 흔들어 보지만 현실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도망자 신세가 되어 있던 남편은 끝내 삶을 포기하고야 말았
다. 고향 뒷산에서 한 장의 유서만 남긴 채 삶을 마감하고야 말
았다. 혼절하기를 몇 번... 그래도 모진 것은 어머니라고 했던가...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눈물로 얼룩지고 야위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기운을 차려야만 했다. 셋방을 얻
어서 그녀가 돈을 벌기 시작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익숙
지 않은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댄데 직장에 나올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며 함부로 대하는 직장 상사들이 그녀를 힘들게 하고 있었
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불쌍하여 살아야만 했다. 모진 목
숨을 이어 가야만 했다. 그러나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자신이 없
었다. 결국은 조금씩 죽음의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말
을 어떻게 해 드려야 좋을지 몰랐다.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같이 게임을 하는 것만 같다. 너무나 집요한 죽음을 위한 게임....
모성애를 자극시켜 보지만 그것도 순간뿐인 것 같다. 그에게 신
앙을 심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조심스레 복음을
전해 보지만 완강하다.... 그러나 해야만 한다... 이젠 저 눈이 슬
프게 보이는 게 아니라 아름답게 보이게 만들어야 하리라...
.............................
아들아...
현실은 이렇게 냉혹한가 보다. 그러나 세상은 결코 안 좋은
것만은 아니란다. 고개 돌려 한바퀴 돌아 보자구나. 아직은 세상
은 아름답단다. 어려운 이웃에게 정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마
음들이 아직은 많기 때문이지.... 아무리 어려운 현실이 닥치더라
도 우린 결코 좌절하거나 낙심치 말자 구나. 우리의 작은 신음에
도 응답하시는 주를 바라보며 살아 가자구나. 그땐 모든게 아름
답겠지? ^_^* 빙그레~
1998.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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