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19] 30년전에....

자오나눔 2007. 1. 15. 11:57
그때 내 나이 7살... 작은 섬 마을에 살던 우린 무척 가난했었
다. 아니 그 당시 섬사람들은 모두 가난했었다. 계속되는 흉년에
하루하루의 먹거리가 걱정되던 시절이었다. 고구마를 삶아서 점
심 식사 대용으로 하는 집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7살 때 10리 길
을 혼자 걸어서 입학하고 초등 학생이 된 난 그날도 친구들과 딱
지치기를 하고 있었다. 딱지치기를 하고 있던 우리들의 코를 벌
렁거리게 만들고 있는 냄새가 있었다. 어머님이 삶고 계시는 고
구마가 익는 냄새다.
친구와 난 딱지치기를 계속 하고 있는데, 어머님이 바구니를
팔에 걸고 나오시며 집 잘 보고 있으란다. 시골집이야 대문도 없
는 집인데 무슨 훔쳐 갈 것이야 있겠는가.... 아마 점심으로 삶아
놓은 고구마 챙기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 친구와 단둘이 놀고 있
는데 옆집에 사는 형이 놀러 와 같이 딱지치기를 하자고 한다.
우린 열심히 딱지치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그형이 니네 집에 가
서 고구마 삶은 것을 조금 담아 오라고 한다. 한 두 개야 괜찮겠
다 싶어 두 개를 가져와 친구랑 한 개씩 나눠준다. 그날 따라 고
구마는 말랑말랑하니 너무나 맛있게 삶아져 있었다.
옆집형은 더 가져오라고 시키고 있는데 아랫집 친구도 놀러
온다. 에라 모르겠다... 밑에 구멍 뚫린 양은 냄비에 고구마를 가
득 담아 왔다. 솥 단지엔 두 개정도 남겨 둔 채.... 고구마를 거의
다 먹어 갈 무렵, 옆집형이 물도 떠오라고 시킨다. 그러면서 내일
도 니네 고구마 먹자고 한다. 그때 어머님이 밭에서 돌아오시며
그 말을 들었나 보다. 집에 들어가 한참 후 날 부르신다. 그때 내
손엔 말랑말랑한 고구마가 껍질이 벗겨져 들려 있었다. 어머님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꾸지람을 듣는데 괜히 눈물이 났다. 으앙~
울어 버린다. 어머님이 화가 너무나 나셨나 보다. 내 손에 있던
뜨거운 고구마를 내 입에다 넣어 버린다. 윽! 울지도 못하고 고구
마를 삼키지도 못하고....
오늘 그 상황과 비슷한 일이 준열이를 통해 벌어 졌다. 나눔
사무실로 들어 온 후 준열이를 데려오려 해도 도무지 같이 살지
않으려 한다. 우선 정을 붙여야겠다는 생각에 게임기를 티비에
연결해 놓고 수시로 놀다 가게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용돈을 털
어 과자를 사고, 벗님네가 놀러 오며 사 온 과자를 비닐 봉지에
담아 침대 뒤에 놓고 준열이가 언제든지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오늘은 준열이가 유치원 예비 소집 일이라 동화 나라에
가지 않았다. 집에서 나에게 온 준열인 친구들과 들이닥친다. 방
안에서 신이 났다. 친구들과 게임도 하며 과자를 한 봉지씩 돌린
다. 얼마후 초등 학교 6학년생 두 명이 놀러 온다. 방안에 들어가
아이들과 같이 놀고 있다. 그 아이들에게도 과자를 한 봉지씩 주
는 준열이....
작업을 하고 있는 내 귓가로 들리는 준열이의 목소리가 신경
을 거스르게 한다. "양미동 아빠한테 혼나~" 가만히 듣고 있노라
니 초등 학생들이 과자를 따먹고 또 달라고 하는가 보다. 모른
체 하고 계속 작업을 한다. "이번에만 줄 꺼야~" 준열이의 말이
다. 열심히 게임기로 놀고 있던 준열이가 또 한마디한다. "아빠한
테 물어 보고 줄 꺼야~" 갑자기 속에서 울컥 뭔가가 치밀어 오른
다. 준열이가 초등 학생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한 옥타브 올라간 목소리로 준열일 부른다. "양준열!
너 이루와!" 쪼르르 달려온 준열인 겁에 질려 있다....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또 준열이에게 공포감을 조성했구나....
화가 났다. 남의 집 아이들에게 화를 낼 수가 없다. 또 다시 준열
이가 피해를 입은 것이다. 준열인 나눔을 행했을 뿐인데.... 난 준
열이가 형아 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버린 것이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겨 버린다. 준열이를 꼬옥 안아 준다. 어느새
준열이의 눈에는 이슬이 맺혀 있다.... 내 가슴에도 이슬이 내린
다.... 준열이를 안고 기도로 위로를 삼아 주는 내 자신이 밉다.
준열이가 상처를 입지 않았기만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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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오늘의 네 모습이 30년전의 아빠 모습이 되어 버렸구나. 보는
시각, 생각하는 관점이 달라 또 다시 네게 상처를 주지 않았나
생각을 하니 미안하구나...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통해서라도 우
리가 서로를 알고 더욱 가까워진다면 좋지 않겠니? 우린 이렇게
서로가 가까워지면서 행복의 조건, 감사의 조건을 찾아보도록 하
자구나. 사랑한다. 아들아...^_^* 빙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