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32] 편지...

자오나눔 2007. 1. 15. 12:07
     사랑하는 준열아.
     사무실에 앉아 있는 아빠의  귓가론 희미한 노래 소리가 들려
  온단다. '오월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그래 벌써 오월이고 내
  일이면 어린이 날이구나.  넌 지금 선교원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
  께 봄 소풍을 가서 재미있게 놀고 있겠구나. 행사를 준비하고, 그
  행사를 마친 후에 허탈감으로 밤새 가슴앓이를 하다가 늦잠을 잤
  나 보다. 너의  해맑은 목소리가 들려 오더구나. "아빠!  어? 양미
  동 아빠 어딨지?" 쪼르르 방문을 열던 넌 날 깨워서 인사를 하더
  구나. "아빠 다녀오겠습니다." "응.. 그래 선교원에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하고  사이 좋게 지내라" "아빠!  애버랜드 간다?"
  "잉? 무슨 말이랴?" 누나가  옆에서 한마디한다. "오늘 준열이 소
  풍가잖아..." 아고 어제 준열이 소풍 간다는  걸 알았는데 그냥 지
  나쳐 버렸구먼... "그래 잘 다녀온나 재밌게 놀아라.." "준열아!  아
  빠한테 이천원만  달라고 해라 과자도  사 먹고  음료수도 사 먹
  게..." 그 말을 듣고 지갑을 열어  보니 천원짜리는 없고 배춧잎만
  한 장 달랑 있어서 망설이다 그냥 주면서 쓰고 남겨 오라고 했는
  데... 지금 생각하니 옹졸한  아빠가 되어 버린 것 같구나. 호탕하
  게 "그래! 오늘은 즐거운 날이니 마음껏 써라!" 이렇게 말하지 못
  한 아빠를 용서하렴...
     사랑하는 준열아.
     창공을 마음껏  나르는 조나단의 꿈을  생각해 보며 사랑하는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단다. 수많은 좌절과 동료들의  조롱 속
  에서도 굴하지 않고 부단한  노력으로 이루어 낸 꿈! 그 꿈을  너
  에게 심어 주고 싶은게 아빠의 솔직한 고백이란다.  때론 너로 인
  해 아픔을 겪을 때면  남몰래 발버둥치며 기도를 해야 하는 아빤
  삶이 버거울 때도 있었단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니  너로 인해 기
  도하는 시간이 많아졌었음을 느끼며 오히려 감사를 드린단다.
     친 엄마의 사랑은 받아  보지 못하고 고모를 엄마라고 부르며
  살아 온 네가 속 깊은 아이었음을 최근에야  깨달았단다. 너와 놀
  아 준 누나한테 "준열인 아빠가 둘이다. 그런데 엄마는 없어...."라
  고 했다는 말을 듣고 아빤 갑자기 멍해짐을  느껴야만 했단다. 네
  가 그걸 벌써 알고  있었으면서도 내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
  빠로서는 충격이었단다.
     준열아...
     아빠는 네게 항상  미안함을 가지고 있어요... 네게  올바른 환
  경을 만들어  주지 못함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앓이를 하곤 한단
  다. 장애인 아빠를 둔 네가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 때면 눈에서
  불똥이 튀기도 하지만, 그래도  참으며 살아야 하기에, 현실을 받
  아들일 줄 알아야 하기에 주님께 그냥 맡기는  거란다. 그래도 감
  사함은 아빠의 장애를 꺼리지  않고 자신 있게 우리 아빠라고 소
  개하는 널 볼 때마다 너무나  가슴이 벅차 오름을 넌 아니? 너무
  나 기쁘고 감사해...
     장애를 가진 아빠가 장애인의  일을 하니까 곱지 않는 시선을
  받음도 알고  있지만, 나누는 삶을  살아 갈 때 체험하는  주님의
  임재를 알아 버렸기에 웃으며 할 수 있단다.  아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기도하며 노력하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나눔을 행하는 장소에 너를 데리고 다닌단다. 그  모습을 보며 자
  연스럽게 네가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라며 말이야....
     준열아....
     하루하루의 삶에서 너를 통해  얻게 되는 귀한 마음들이 얼마
  나 감사한지.... 슬플 때나  기쁠 때 우리와 동행하시며 바른 길로
  인도하시는 주님의 사랑을  날마다 깨닫는 우리가 되도록 하자구
  나. 너에게 무엇하나  제대로 해 줄 수 없는 아빠지만  그래도 널
  사랑함은 세상  누구보다도 크단다.  오월의 푸르름과 같이  너의
  마음이 항상 푸르름으로 자라나길 아빠는 기도한단다.
     아빠가 우리  준열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뭐냐
  고? 음... 네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일들을 만나게 될거야. 때
  론 모든 것을 놔 버리고 싶을 때도 있을거야.  세상 모든 것을 놔
  버릴지라도 주님의 손만은 놓치지 말아 다오. 아빠의  가장 큰 바
  램이란다. 네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가 문제가 아니라  너의 삶
  에서 주님을 놓지 말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단다.
     오늘 하늘이  무척 맑았어. 봄 소풍을  간 너를 생각해... 파란
  잔디위를 뛰어다닐 널  생각하며 무한한 꿈을 그려  본단다. 꿈을
  꾸며 그  꿈을 이뤄나가는 준열이가 되길  기도하며 오늘은 이만
  줄일께. 사랑한다 내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