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33] 외출.

자오나눔 2007. 1. 15. 12:08
     벌써 여름철로 접어든  것 같다. 예년보다 한 달은  빨리 여름
  이 온다고 하는데 여름은 벌써  성큼 우리 곁으로 와 버린 것 같
  다. 그런 와중에도 산천은  계절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모처럼
  맑은 날에 서울  나들이를 했다. 서울이라고 해봐야  을지로에 나
  눔지 원고를 맡기러  가는 것이지만 이런 날은  마음이 설래인다.
  항상 휠체어에 앉아 사무실과 성전,  숙소로 이어지는 나날이기에
  모처럼의 외출은 기분이 설랜다. 자오의 날 행사로  인해 며칠 늦
  어진 나눔지 원고와 사진을  챙겨 들고 차량 봉사자의 도움을 받
  아 도로 위를 달린다.
     얼마 전 까진 개나리와  진달래의 흔적이 있더니만 오늘은 흔
  적도 없이 가로수의 푸르름만 더해 가고 있음을  느낀다. 멀리 산
  자락엔 하얀 눈이 내리는 것처럼 무척  아름답다. 저게 무엇일까?
  봉사하시는 집사님께 물어 보니 아카시아  꽃이란다. 아.... 아카시
  아가 필 무렵이구나.... 아카시아  잎을 따서 가위 바위 보를 하며
  한개씩 따던 그때...  하얗게 핀 꽃을 주르륵 훑어  먹던 개구쟁이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이런 아름다운 추억이  내게는 있
  지만 내 아이에게는 무슨  추억이 남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니 갑
  자기 이 도심을 벗어나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잠시 고향을 생각했다. 논에는 쟁기질을 해서  물을 채워 놨을
  것이다. 쟁기질을  해 놓은  고랑에는 준열이 주먹만한  논고동이
  여기 저기 보일 것이다. 그 논고동을 주어다 데쳐서 껍질을 까고,
  부드러운 미나리 베어다 데쳐서 논고동 알맹이와 함께 무쳐서 먹
  는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집에서  막걸리를 발효시켜 만들었던
  식초로 무쳤을 때 그 맛은 천하 일미였던 것  같다. 지금도 그 맛
  을 느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시 감고 있던  눈을 떠보니 이게  뭔가!
  눈에 보이는 산자락에  온통 아카시아 꽃이다. 잠시  차를 멈추고
  차창을 열어 아카시아 향을  맡는다. 너무나 좋다. 정신이 몽롱할
  정도로 좋다. 이  향에 취해 깊은 수면을 취해 보고  싶다는 생각
  을 했다. 아카시아 향을 무척 좋아하는 난  한때는 껌도 아카시아
  만 씹었었다. 갑자기  아카시아가 향기 나는 눈이라는  생각이 든
  다. 향기 나는 눈.... 향기나는 눈속에  파뭍혀 살고 싶은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날 발견한다. 현실의 무지막지함을  망각한 나
  를 발견해 본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마냥 향기 나는 눈에  취해 무작
  정 걸어 들어 가면  날카로운 가시에 찔림을 깨달을줄 아는 현명
  함을 간직하고 싶다. 일상에서 좋은 일만 생기라는 법도 없고, 또
  즐거운 일만 생기라는  법도 없지만,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
  을 살기위해 노력하리라. 향이 나는  삶... 자연스럽게 풍기는 향...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 오늘의 외출이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
     아들아....
     드넓은 자연  속에 널 데리고  가보고 싶구나. 너에게  드넓은
  대 자연을 보여주고  싶구나. 그 속에서 천지  창조하신 하나님을
  만나게 해  주고 싶구나... 할 수만  있다면 말이야... 오늘 아빠의
  외출은 잃어버린 고향을 생각하게 했고,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
  하게 했어... 이틀 후면  어버이 날이구나...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편지 한 장 띄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넌 어때? 좋다구? ^_^*
  빙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