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30] 내 거울을 보는 것 같다.

자오나눔 2007. 1. 15. 12:06
     나도 모르게 힘들어 할 때가 있다.  육신의 장애는 정신력으로
  이겨 나갈  수 있지만 육신의 고통은  정신력과 신앙의 힘으로도
  버거울 때가 많다. 그땐 혼자서 누워 있게 된다. 모처럼 아들래미
  가 아빠랑같이 잔단다. 이거  왠 떡(?)이냐 생각하며 얼른 침대에
  올라가 아들래미  축복 기도를 해  준 후 침대에 눕는다.  육신이
  하도 고달파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시고 있는데 그걸 준열이가
  보았나 보다.  준열이는 일어나 앉더니 내게  묻는다. "아빠 아파
  요?" 말없이  준열이를 보고 있노라니  한마디 더  한다. "아빠는
  맨날 맨날 우냐?" 이거 아빠 체면이  말씀이 아니다. 그냥 끌어안
  고 팔베개를  해주려고 하니 준열이는 소매로  내 눈물을 닦아준
  다. 가슴에 향기가 가득 찬다. 이놈이...  나도 모르게 준열이를 꼭
  끌어 안아 본다.  버둥거리며 내 가슴을 치는 작은 손이  너무 예
  쁘기만 하다.
     공부보다는 건강이  중요하다며 공부시킬 생각을  안 해 보았
  다. 어느 날 느낀  준열이... 2살이나 어린아이들보다 공부를 못한
  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더니 더 신경이 쓰인다. 마음먹고 공
  부를 가르쳐 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책상에 앉게  한다. 노트
  에 글자를  써 놓고 쓰게  한다. 비틀빼툴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그려 가는 글자들... 5분도  안되어 내 눈치를 본다. 벌써 하기 싫
  은가 보다. 일부러 인상을 써 본다. 그 모습을 본 준열이 씨익 웃
  더니 또 쓰기 시작한다. 노트 한 장을 겨우 쓰고는 나를 부른다.
     "아빠!"
     "왜요?"
     "준열이 쉬 마려요.."
     "그래 다녀오세요~"
     "네.. 아빠 다녀오겠습니다."
     "???"
     안하던 인사를 하네? 혹시 저놈이... 설마?
     한참을 지나도 돌아오질 않는다. 목발을 짚고  밖으로 나가 보
  니 친구들이랑 벌써 어울리고 있다. 윽! 그러면 그렇지.... 내가 너
  무 무리했나? 정말 그 순간에  내 거울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 조금은 총명하다고  소리를 듣던 난 공부하는  걸
  싫어했다. 어머님이  숙제를 내주면  쉬하러 간다고 하고선  소를
  몰고 들녘으로 나가곤 했다.  소먹이러 가 버린 것이다. 소먹이러
  가면 동네  개구쟁이들은 다  모인다. 그땐 삼팔선이라는  놀이를
  많이 했었다. 선을  두 줄로 그어 놓고 지키는 사람은  선을 밟으
  면 안되고,  넘어 오려는 사람은  선 밖으로 넘어서 오면  안되는
  놀이었다.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게 고부보다 좋았다. 준열이도 그
  런 것 같다.  그러나 언젠간 공부에 취미를  갖게 되리라 믿는다.
  그러나 오늘도 공부를 시키며 준열이의 쉬하러 간다는 소리를 들
  어야 하려나 보다.
     .....................................
     아들아....
     아빠는 준열이가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마음을 갖기를 원한단
  다. 언제 어디서나 밝게  살아가는 준열이가 되기를 바래요. 우리
  준열이는 그렇게 될  수 있을거야. 그렇게 살아 가는 게  우리 인
  생 아니겠니? 사랑한다 아들아...
     1998.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