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힘들어 할 때가 있다. 육신의 장애는 정신력으로
이겨 나갈 수 있지만 육신의 고통은 정신력과 신앙의 힘으로도
버거울 때가 많다. 그땐 혼자서 누워 있게 된다. 모처럼 아들래미
가 아빠랑같이 잔단다. 이거 왠 떡(?)이냐 생각하며 얼른 침대에
올라가 아들래미 축복 기도를 해 준 후 침대에 눕는다. 육신이
하도 고달파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시고 있는데 그걸 준열이가
보았나 보다. 준열이는 일어나 앉더니 내게 묻는다. "아빠 아파
요?" 말없이 준열이를 보고 있노라니 한마디 더 한다. "아빠는
맨날 맨날 우냐?" 이거 아빠 체면이 말씀이 아니다. 그냥 끌어안
고 팔베개를 해주려고 하니 준열이는 소매로 내 눈물을 닦아준
다. 가슴에 향기가 가득 찬다. 이놈이... 나도 모르게 준열이를 꼭
끌어 안아 본다. 버둥거리며 내 가슴을 치는 작은 손이 너무 예
쁘기만 하다.
공부보다는 건강이 중요하다며 공부시킬 생각을 안 해 보았
다. 어느 날 느낀 준열이... 2살이나 어린아이들보다 공부를 못한
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더니 더 신경이 쓰인다. 마음먹고 공
부를 가르쳐 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책상에 앉게 한다. 노트
에 글자를 써 놓고 쓰게 한다. 비틀빼툴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그려 가는 글자들... 5분도 안되어 내 눈치를 본다. 벌써 하기 싫
은가 보다. 일부러 인상을 써 본다. 그 모습을 본 준열이 씨익 웃
더니 또 쓰기 시작한다. 노트 한 장을 겨우 쓰고는 나를 부른다.
"아빠!"
"왜요?"
"준열이 쉬 마려요.."
"그래 다녀오세요~"
"네.. 아빠 다녀오겠습니다."
"???"
안하던 인사를 하네? 혹시 저놈이... 설마?
한참을 지나도 돌아오질 않는다. 목발을 짚고 밖으로 나가 보
니 친구들이랑 벌써 어울리고 있다. 윽! 그러면 그렇지.... 내가 너
무 무리했나? 정말 그 순간에 내 거울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 조금은 총명하다고 소리를 듣던 난 공부하는 걸
싫어했다. 어머님이 숙제를 내주면 쉬하러 간다고 하고선 소를
몰고 들녘으로 나가곤 했다. 소먹이러 가 버린 것이다. 소먹이러
가면 동네 개구쟁이들은 다 모인다. 그땐 삼팔선이라는 놀이를
많이 했었다. 선을 두 줄로 그어 놓고 지키는 사람은 선을 밟으
면 안되고, 넘어 오려는 사람은 선 밖으로 넘어서 오면 안되는
놀이었다.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게 고부보다 좋았다. 준열이도 그
런 것 같다. 그러나 언젠간 공부에 취미를 갖게 되리라 믿는다.
그러나 오늘도 공부를 시키며 준열이의 쉬하러 간다는 소리를 들
어야 하려나 보다.
.....................................
아들아....
아빠는 준열이가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마음을 갖기를 원한단
다. 언제 어디서나 밝게 살아가는 준열이가 되기를 바래요. 우리
준열이는 그렇게 될 수 있을거야. 그렇게 살아 가는 게 우리 인
생 아니겠니? 사랑한다 아들아...
1998.4.17.
이겨 나갈 수 있지만 육신의 고통은 정신력과 신앙의 힘으로도
버거울 때가 많다. 그땐 혼자서 누워 있게 된다. 모처럼 아들래미
가 아빠랑같이 잔단다. 이거 왠 떡(?)이냐 생각하며 얼른 침대에
올라가 아들래미 축복 기도를 해 준 후 침대에 눕는다. 육신이
하도 고달파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시고 있는데 그걸 준열이가
보았나 보다. 준열이는 일어나 앉더니 내게 묻는다. "아빠 아파
요?" 말없이 준열이를 보고 있노라니 한마디 더 한다. "아빠는
맨날 맨날 우냐?" 이거 아빠 체면이 말씀이 아니다. 그냥 끌어안
고 팔베개를 해주려고 하니 준열이는 소매로 내 눈물을 닦아준
다. 가슴에 향기가 가득 찬다. 이놈이... 나도 모르게 준열이를 꼭
끌어 안아 본다. 버둥거리며 내 가슴을 치는 작은 손이 너무 예
쁘기만 하다.
공부보다는 건강이 중요하다며 공부시킬 생각을 안 해 보았
다. 어느 날 느낀 준열이... 2살이나 어린아이들보다 공부를 못한
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더니 더 신경이 쓰인다. 마음먹고 공
부를 가르쳐 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책상에 앉게 한다. 노트
에 글자를 써 놓고 쓰게 한다. 비틀빼툴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그려 가는 글자들... 5분도 안되어 내 눈치를 본다. 벌써 하기 싫
은가 보다. 일부러 인상을 써 본다. 그 모습을 본 준열이 씨익 웃
더니 또 쓰기 시작한다. 노트 한 장을 겨우 쓰고는 나를 부른다.
"아빠!"
"왜요?"
"준열이 쉬 마려요.."
"그래 다녀오세요~"
"네.. 아빠 다녀오겠습니다."
"???"
안하던 인사를 하네? 혹시 저놈이... 설마?
한참을 지나도 돌아오질 않는다. 목발을 짚고 밖으로 나가 보
니 친구들이랑 벌써 어울리고 있다. 윽! 그러면 그렇지.... 내가 너
무 무리했나? 정말 그 순간에 내 거울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 조금은 총명하다고 소리를 듣던 난 공부하는 걸
싫어했다. 어머님이 숙제를 내주면 쉬하러 간다고 하고선 소를
몰고 들녘으로 나가곤 했다. 소먹이러 가 버린 것이다. 소먹이러
가면 동네 개구쟁이들은 다 모인다. 그땐 삼팔선이라는 놀이를
많이 했었다. 선을 두 줄로 그어 놓고 지키는 사람은 선을 밟으
면 안되고, 넘어 오려는 사람은 선 밖으로 넘어서 오면 안되는
놀이었다.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게 고부보다 좋았다. 준열이도 그
런 것 같다. 그러나 언젠간 공부에 취미를 갖게 되리라 믿는다.
그러나 오늘도 공부를 시키며 준열이의 쉬하러 간다는 소리를 들
어야 하려나 보다.
.....................................
아들아....
아빠는 준열이가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마음을 갖기를 원한단
다. 언제 어디서나 밝게 살아가는 준열이가 되기를 바래요. 우리
준열이는 그렇게 될 수 있을거야. 그렇게 살아 가는 게 우리 인
생 아니겠니? 사랑한다 아들아...
1998.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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