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42] 밥이가 미워!

자오나눔 2007. 1. 15. 12:13
     사람이 살아가면서 꿈이 없다면  세상을 살아갈 낙이 없을 것
  같다. 특히 부모들은 자식에게 꿈을 꾸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리라.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에게 이루게  하여 본인
  의 목표를 달성해 보려는  대리 만족의 효과를 바라는 지도 모르
  겠다. 처음 이 세상에 울음을 터트릴 때  그 울음소리가 그렇게도
  듣기 좋았던 그 순간에 1차적인 모든 꿈이 이루어지는 것만 같아
  진다. 그러면서 아이가 자랄 때 너만은 특별한 사람이 되리라, 아
  니 다른 사람의  아이들보다 특별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있는건
  사실이다.
     어느 날 느낀  잿빛 하늘, 아이에게서 파란 하늘만  느끼고 꿈
  을 꾸어 오다가 잿빛  하늘도 있음을 발견했을 땐 부모의 마음은
  수만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곤 한다. 그러다가  금새 작은 몸짓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새롭게 꿈을 가꾸어 가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됐으니 너는 이렇게 되지  말고...' 그러나 자식도 품안에 있을 때
  만 자식이란  건 우리들이 자식의 과정을  거쳐 부모의 위치까지
  오면서 피부로 느꼈고, 또한 그렇게 행해 왔기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는 특별하게 준열이에게 잘해 주는 것도  아니면서, 남의 눈
  엔 잘해  주는 것으로 비추일  때면 적잖게 당황을 한다.  해주고
  싶은걸 다  해주지 못하기에 안타까워 할뿐인데...  준열이가 가끔
  씩 아빠에게 투정하는  소리를 듣는다. 가끔씩 다른  아빠와 비교
  하며 질문을 할 땐 어린 마음이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조리 있게
  설명을 해 보지만 쉽지가 않다. 조금 더 크면... 네가 정확한 판단
  을 할 나이가 되면 아빠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될 거라는 막
  연한 기대를 안고서...
     토요일이라고 준열이가 나눔 사무실로  찾아 왔다. 유치원에서
  배운걸 자랑하느라  정신없다. 마음속으로야 대견해 하지만  현실
  은 나눔 일이 먼저 눈에 보여 칭찬 한마디  못해 준다. 겨우 한다
  는 게 먹을 거 챙겨 주는 일밖에...  모처럼 준열이와 멋있는 만찬
  을 나누려고 준비를  한다. 준열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식탁에 차
  려 놓고  밥을 그릇에 담는다. "아들~~  식사 합시다아~" "아빠~"
  "응? 왜그러시남?" "밥이가 미워요...." "잉? 밥이 왜 미워?" "밥이
  가 준열이 배아프게 해요..." "왜?" "밥 먹으면 배 아파요..." "그래
  서 밥이 미운 거야? 밥만 먹으면 배가 아파서?" "네..." "음..."
     준열이를 품에  안고 설명을 해  준다. 무척 가볍다는  생각이
  든다. 7살이라지만 6살도 채 안돼 보일 정도로  왜소한 준열인 아
  직도 몸무게가 16키로밖에  안된다. 다른 아이들은 서너  살만 되
  도 20킬로를 육박하던데...  "아들~ " "네..." "아들이  평상시 밥을
  잘 안  먹으니까 배가 아픈거에요..."  "하나님이가 아프게 해요?"
  "이런... 아냐...  그게 아니고... 음... 준열이가  평상시 밥을 잘  안
  먹으니까 밥을  자주 먹게  해 달라고 배가  아픈거에요.." "네..."
  "그러니까 준열이 밥  잘 먹어야 해요 알았지요?"  "네... 아빠 밥
  먹을래요...." "그래라 고추  참치 줄까?" "네~ ... 아빠! 준열이  또
  옹 누고 올께요~" 후다닥 화장실로 뛰어가는 준열이를 멍하니 바
  라보다 빙그레 웃음을 짓고 만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아픔을 주게  되는 대상은 싫어하게
  되나 보다. 당연히 먹어야 살아갈 수 있는데도  먹으면 배가 아프
  기에 밥이  밉다고 하는 아이의  심정을 이해 할만 하다.  세상을
  살아가며 자기에게 가시가 되는 존재를 멀리하려는 건 인간의 본
  심이 아닐까...  바울 사도는 자기에게  가시가 있는 것을  스스로
  높아지지 않게 하려는 하나님의 배려라며  오히려 감사를 돌렸다.
  나는 나를 찌르는  가시로 인해 감사를 드려본 적이  있던가... 생
  각을 해 본다. 감사보다 원망과 불평이 앞선 나날이었다. 정녕 나
  는 나를 찌르는  가시로 인해 감사할 수는 없는  사람인가... 감사
  가 감사를 낳는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
     아들아...
     아빠가 준열이에게 바라는 건  훌륭한 사람이 되는건 둘째 문
  제 에요. 우선은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거에요. 공부 잘하고 병약
  한 준열이 보단,  개구쟁이라도 건강한 준열이가 되어  주기를 바
  래요. 알았지? 사랑한다 아들아... ^_^* 빙그레~
     98.10.14.
     비오는 날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