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43] 나는 아빠 아들이니까!

자오나눔 2007. 1. 15. 12:13
     세상의 모든 것들은  여름철에 제일 많이 자라는 것  같다. 온
  갖 식물이 그렇고 동물들도 여름철에 가장 많이  자라는 것 같다.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주시는 하늘의 섭리에 감탄을 금
  하지 못한다. 가을과  겨울 사이에 있는 나무들의  모습이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나만의 생각일는지... 겨울의
  기나긴 날들을  묵묵히 지내야 하는 나무들은  내실을 다지게 될
  것이다. 땅속으로 더 깊이 뿌리를 내려 내년  봄부터 더욱 기름진
  영양분을 섭취할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여름의  사나운 태풍을
  이겨낼 뿌리를 땅속 깊게 내릴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몸이 약한 준열이를 뛰어 놀기 좋은 계절에 마음껏 뛰어 놀게
  했더니 제법 많이  자란 것 같다. 사무실에 찾아와 내  품에 안기
  는 녀석을 안아  보니 제법 묵직하다. 이젠  17,8키로는 된 것 같
  다. 키도 제법 자랐다.  그래 봐야 여섯 살 또래의 크기지만.... 품
  에 안겨서 밖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는 걸 잊지  않는다. 아
  빠는 밖에 못  나가니까 준열이가 말해 줘야 한단다. 그  말을 들
  으니 가슴이 뭉클해져 나도 모르게  으스러져라 끌어안고 말았다.
  녀석...
     방에 들어가더니 과자를 한 봉지 찾아  들고 나온다. 준열이에
  게 주려고 사 놓은  것이지만 가끔씩은 내가 군것질을 하기도 한
  다. 아빠에게 있는걸 가져다 다른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를 좋아하
  는 준열이지만, 나에게  허락 받고 행동으로 옮기는걸  잊지 않는
  다. 오늘도 과자를 가지고 오더니 나에게 질문을 한다.
     "아빠~"
     "응? 무슨 일이신감?"
     "아빠~ 이거 준열이 가지면 안돼요?"
     "뭔데요?"
     "이거... 과자요..."
     "응 안되겠는데요..."
     "잉... 왜요?"
     "아빠 거잖아요~"
     "잉...."
     "아빠 건데 왜 준열이가 가져가려고 해요?"
     "......"
     "왜? 아들님이 조용하지?"
     "아빠!"
     "응?"
     "준열이는 아빠 아들이잖아요! 그러니까 가져도 되잖아요~"
     "응? 그런가? 으... 그러네... 참나..."
     나도 모르게 수긍을 하게 된다.
     "나 친구들이랑 놀고 올께요~"
     쪼르르 달려가는 준열이의 뒷모습을 보며 한마디한다.
     "얌마! 감사합니다 해야지~"

     준열이와 대화를 통해서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능력
  이 없는  자식이 부모에게 달라고  하는 건 당연하다. 부모가  해
  줄 수 있는가,  없는가는 환경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를
  자녀 삼으신 주님...  그분께 내가 달라고 했을 땐  언제나 대답을
  해 주셨다. 때론 즉시  해 주겠노라는 대답을 해 주셨고, 때론 기
  다리라는 대답을, 때론 안된다는 대답을 해 주셨다. 그런데 난 감
  사를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내 곁에서  말없이 지켜보며 격려해
  주시는 좋은 님들께 얼마나 감사를 드렸는지...  가을이 없이 겨울
  이 와 버린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가을과 겨울 사이에 있다. 나
  는 이 아름다운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 꽃을  피우고 싶다. 감사의
  꽃을...
     98.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