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45] 아빤 거짓말쟁이야!

자오나눔 2007. 1. 15. 12:14
     약속...
     약속을 정하거나 약속대로  실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
  를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자주 그 약속을 어길 때가  많다. 때
  론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해하기도 하지만 무심결에 지나쳐 버
  린 경우도 많다. 그만큼 내 마음이 강퍅해 졌다는 증거리라.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은 거의 지키는 편이다. 한 번  입에서 나온 말은
  책임지며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들과의 약속은 일
  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어기는 편이다. 그래서  항상 미안해 하
  지만 결국은 준열이에게 상처를 준 것 같다.
     '소록도 난방비 보내기  자선 음악회'를 성공리에 마치고 나눔
  지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데  준열이가 나눔 사무실 문을 열고 들
  어 온다. 들어오는 녀석이 반가워 안아 보려고  했더니 피해 버린
  다. 녀석이 단단히  토라진 것 같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 가만히
  지켜보다가 다시  일에 몰두한다.  그때 준열이가 불쑥  한마디를
  던진다. "양미동 아빤  거짓말쟁이야!" "응? 뭐라고?" "아빤  거짓
  말쟁이야!" "이런...." 준열이를 품에 안고 달래며 이야기를 들어본
  다.
     며칠 전... 자선 음악회 준비에 정신이  없을 때 준열이가 전화
  를 해 왔다. 거의 내가 전화를 하는  상태였는데 모처럼 준열이가
  전화를 해  온 것이다.  유치원에서 배운걸 자랑하다가  준열이가
  아빠에게 부탁할게 있단다. 먹고 싶은 게 있는데 사 달라고 한다.
  그래 무엇이  먹고 싶은지 말해 보라고  했더니 주절주절 거미줄
  나오듯 입에선 부지런히  나오고 있다. "죠리퐁도 사주고요, 건빵
  도 사주고요, 떡볶이도 사주고요, 아이스크림도, 장남감도...." 알았
  다고 큰소리치며 토요일에 사주마 약속을  했었다. 준열인 아빠의
  말이라 그대로 믿고  토요일에 나눔 사무실로 왔었나  보다. 그런
  데 아빠는 일 때문에 외출을 하고 말았으니  실망이 컸으리라. 행
  사 당일 밤에도  약속을 해 놓고 또 펑크를 냈다.  그래서 준열인
  아빠에게 최고의 항의를 하게 된 것이다. 미안했다... 준열이를 끌
  어안고 미안하다고 말을 해 보지만 얼마나 위로가 됐는진 모르겠
  다.
     길가의 낙엽이 다 떨어지기 전에 준열이와 외출을 한 번 해야
  겠다. 준열이가 밀어  주는 휠체어를 타며 씩씩하게  거리를 나서
  보고 싶다. 나눔지  작업만 해 놓고 정말 시간을 내  보도록 해야
  겠다. 내가 시간을 내면 준열인 유치원에 가  있기 때문에 둘만의
  시간 조절을 잘 해야  한다. 그러나... 하루쯤 유치원에 보내지 않
  더라도 아들과 함께 하루 온종일 보내 보고  싶다. 짧은 순간이지
  만 준열이에게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  아들에게 상처
  를 주면서 다른 사람에겐  상처를 싸매 주겠노라고 어찌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작은 부분을 소홀히 함으로 많은  것을 잃어버린 사
  람들을 자주  보았었다. 때로는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을 해 본다. 약 속의 소중함을  망각한 채 편안함만을
  추구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또 다시 내  자신을 돌아보며 반
  성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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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아....
     아들을 통해서 아빠는 귀한 것을 깨닫고  배우고 있단다. 우리
  준열이를 소중하게  쓰시는 하나님을  만나곤 해요. 언제나  밝고
  건강하고 착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그
  렇게 해 주지를 못해서 미안하구나. 그러나... 현실에 만족하며 감
  사하는 삶을 살아 가자구나.  감사를 알면 행복이 찾아온단다. 우
  리도 행복해야겠지? 그래....  오늘의 감사 제목은 뭐누? "우리 아
  빠 철들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윽!" ^_^* 빙그레~
     98.10.31.
     자오 나눔에서 나눔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