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46] 헌혈증.

자오나눔 2007. 1. 15. 12:17
     언젠가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수술하는 형을  위해 헌혈을 하
  라니까 말없이  헌혈을 한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누워
  있던 이야기.... 왜 안 일어나냐고 물으니 피 뽑았으니 죽는 거 아
  니냐고 물었다던 소중한  사랑 이야기... 7년전에 병원에  누워 있
  을 때 이 이야기를 듣고 말없이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던
  기억이 새롭다.

     무척 수술을  많이 했었다. 엄청난  수혈... 병원비가 부족하여
  피를 공급받을 수가  없었고, 보호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무리 큰 사고라고 할지라도  목숨이 붙어 있기
  에 살려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안달을 했었다. 그때  중학교 3학
  년에 재학 중이던 한 소년이 날 찾아 왔다.  덩치가 씨름 선수 마
  냥 컸다. 그 소년의  손에는 헌혈증이 30장 들려 있었다. 그 헌혈
  증 덕분에 고비를 넘길 수 있었고, 난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
  다. 그 소년은  내가 다치기 전에 매일 들리던 생맥주  집 아들이
  었다.

     가끔씩 홀에 나와 써빙을 할 때면 엉덩이를 툭 쳐주며 격려를
  해 줬던 기억이  난다. 내가 해준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 소년
  은 나를 위해 친구들에게 부탁하여  헌혈증을 모았나 보다. "네가
  안해도 너에게 손해가 없는데 왜 그렇게 거지같이 헌혈증을 모으
  느냐"고 구박하는 친구에게 그 소년은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사
  람의 도리는  사랑을 할 줄  알아야 하는 거야, 이것도  사랑이란
  걸 난 알아 버렸어..." 밥팅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모아 온 30장의
  헌혈증이 날 살린 것을 먼 훗날 알고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
  다.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지금이 그때와 비슷한  시기인 것 같다.
  세월이 흘러 그 소년은  지금 군인이 되어 열심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아저씨라고 부르던 녀석이  이제는 형이라는 호칭을
  자연스럽게 내  뱉고 있다. 그때  매일 들리던 생맥주 집  아저씨
  (소년의 아버지)께 나도  형이라고 부르는데, 우리의 족보는 이상
  하게 변해 버린  것 같다. 그러나 그게 무슨 대수랴  그냥 이렇게
  살아서 안부를 전하며,  때론 반갑게 찾아보는 그런  사이가 중요
  한 거지....

     추위를 느끼는 날이다. 오늘 드디어 난로를 피웠다. 아직은 버
  틸 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감기만 걸린 것  같다. 난로에서 나오는
  훈훈함의 열기가 내  마음을 녹여 주고 있다. 내 피부에  와 닿는
  열기마다 이렇게  나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의 도리는
  사랑을 할 줄 알아야 하는 거야, 이것도 사랑이란  걸 난 알아 버
  렸어..." 서서히 한해를 마무리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내 소
  중한 사람들을 기억했다가 성탄  카드 한 장이라도 보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다. 아무리 IMF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다. 올해는  그 녀석에게도
  꼭 성탄 카드를 보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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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아....
     사람의 도리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단다.  우리 사람들은 사랑
  으로 만들어 가는 공동체인 것 같아...
     아까 그 형아의  말처럼 우리도 사랑의 도리를  해 보지 않을
  래?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른다고? 그래 아빠가 다시  말해 주마...
  "사람의 도리는 사랑을  할 줄 알아야 하는 거야,  이것도 사랑이
  란 걸 난 알아 버렸어..." 사랑한다 아들아...
     98.11.5.
     자오 나눔에서 나눔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