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장군의 기세가 엄청나다.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지고
두자리 수를 기록한 것이 오히려 익숙해진 것 같다. 잠시 외출을
할 기회가 있었다. 오가는 길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몸집은
두툼해짐이 금방 눈에 들어 온다. 길손들의 그 모습이 더욱 춥게
느껴진다.
단골로 애용하는 과일집 앞을 지나 가다가 상자에서 과일을
추려 버리고 있는 모습을 본다. 아직은 괜찮은 것 같은데... 그런
대로 먹을 만한 과일인데도 추려서 버리는 걸 보고 이상하여 물
어 보았다. 아직 괜찮은 것 같은데 왜 버리느냐고... 그런데 주인
은 조금도 아깝지 않는 듯 말해 준다. "이 과일 중에는 썩어 버
린 과일, 썩어 가는 과일, 싱싱한 과일이 있습니다. 썩은 과일과
썩어 가는 과일은 싱싱한 과일을 썩게 만듭니다. 조금이라도 덜
썩게 만들려면 조금 썩은 것도 추려 내야 합니다. 조금 가져다
드실래요?" 약간 상했지만 내용물은 전혀 이상이 없는 밀감을 한
봉지 담아 주려고 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그 자리를 떠나온다.
썩어 가는 과일... 그 과일이 내모습 같다는 생각이 시베리아
북풍처럼 나를 휘몰아치고 있었다. 어쩌면 이미 썩어 버린 과일
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싱싱한 과일을 썩어
가게 만들고 있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있다. 희망으로 만났다가 아픔으로 이
별하는 경우도 있지만, 힘들게 만났다가 새로운 미래를 기약하며
이별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날마다 만남과 이별을 하고 있지
는 않을까? 모양이 비슷비슷한 과일들 중에 주인의 손길에 따라
만남과 이별을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썩었거나 썩어 가는 과
일은 싱싱한 과일을 위하여 주인이 배려를 해 주기 때문이다.
토기장이이신 그분은 지금도 선별 작업을 하고 계실 것이다.
수많은 당신의 작품 중에서 금이 갔거나, 깨진 것, 썩어 가는 것,
썩어 버린 것들을 선별하고 계실 것이다. 어쩌면 지금 나는 그분
의 손에 들려서 검사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썩어 버린 것들과
함께 쓰레기장에 버려질 것인가, 아니면 싱싱한 모습으로 진열장
에서 마음껏 폼을 잡으며 그분을 기쁘게 하고 있을 것인가를 생
각하노라니 느슨해졌던 모든 것이 팽팽하게 긴장됨을 느끼고 있
다. 팽팽하게 긴장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
아들아...
만약에 우리가 과일처럼 누군가에 선별되고 있다면 우리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 갈까를 생각해 보았단다. 아빠는 두렵단다. 넌
어떠니?
99.1.8
자오 나눔에서 나눔이가
두자리 수를 기록한 것이 오히려 익숙해진 것 같다. 잠시 외출을
할 기회가 있었다. 오가는 길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몸집은
두툼해짐이 금방 눈에 들어 온다. 길손들의 그 모습이 더욱 춥게
느껴진다.
단골로 애용하는 과일집 앞을 지나 가다가 상자에서 과일을
추려 버리고 있는 모습을 본다. 아직은 괜찮은 것 같은데... 그런
대로 먹을 만한 과일인데도 추려서 버리는 걸 보고 이상하여 물
어 보았다. 아직 괜찮은 것 같은데 왜 버리느냐고... 그런데 주인
은 조금도 아깝지 않는 듯 말해 준다. "이 과일 중에는 썩어 버
린 과일, 썩어 가는 과일, 싱싱한 과일이 있습니다. 썩은 과일과
썩어 가는 과일은 싱싱한 과일을 썩게 만듭니다. 조금이라도 덜
썩게 만들려면 조금 썩은 것도 추려 내야 합니다. 조금 가져다
드실래요?" 약간 상했지만 내용물은 전혀 이상이 없는 밀감을 한
봉지 담아 주려고 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그 자리를 떠나온다.
썩어 가는 과일... 그 과일이 내모습 같다는 생각이 시베리아
북풍처럼 나를 휘몰아치고 있었다. 어쩌면 이미 썩어 버린 과일
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싱싱한 과일을 썩어
가게 만들고 있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있다. 희망으로 만났다가 아픔으로 이
별하는 경우도 있지만, 힘들게 만났다가 새로운 미래를 기약하며
이별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날마다 만남과 이별을 하고 있지
는 않을까? 모양이 비슷비슷한 과일들 중에 주인의 손길에 따라
만남과 이별을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썩었거나 썩어 가는 과
일은 싱싱한 과일을 위하여 주인이 배려를 해 주기 때문이다.
토기장이이신 그분은 지금도 선별 작업을 하고 계실 것이다.
수많은 당신의 작품 중에서 금이 갔거나, 깨진 것, 썩어 가는 것,
썩어 버린 것들을 선별하고 계실 것이다. 어쩌면 지금 나는 그분
의 손에 들려서 검사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썩어 버린 것들과
함께 쓰레기장에 버려질 것인가, 아니면 싱싱한 모습으로 진열장
에서 마음껏 폼을 잡으며 그분을 기쁘게 하고 있을 것인가를 생
각하노라니 느슨해졌던 모든 것이 팽팽하게 긴장됨을 느끼고 있
다. 팽팽하게 긴장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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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만약에 우리가 과일처럼 누군가에 선별되고 있다면 우리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 갈까를 생각해 보았단다. 아빠는 두렵단다. 넌
어떠니?
99.1.8
자오 나눔에서 나눔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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