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뛰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는데 무척 가슴이 뛰었
다. 설날 아침에 준열이에게 세배를 받았다. 그러고 보니 내 생에
처음으로 받아 보는 귀한 세배였다. 내 피를 받은 아들에게서 이
렇게 세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무척 가슴이 뛰었다. 이런 마
음 때문에 설날이 되기 전에 은행에 가서 새 돈으로 세뱃돈을 준
비하나 보다.
아들 녀석과 조카가 세배를 한다. 벌써 이렇게 자라서 세배를
하는구나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져 눈만 끔벅거리고 있었다.
주머니에 준비해 두었던 세뱃돈을 꺼내 두 녀석에게 나눠주면서
덕담이라는 것도 해 본다. 덕담을 하다가 괜히 멋쩍어 말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올해는 더욱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도록 해라. 학
교에도 들어가니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준열이가 되었으면 참 좋겠어. 그리고... 음... 아무튼 빨리 커라."
싱겁게 끝난 덕담이었다. 이어서 무어라고 덕담을 더 하려다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싱거운 행동들을 잘도 하면서도 아이들
에게는 그런 것을 못하게 하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입을 다
물어 버렸었다. 섣달 그믐밤은 잠을 자면 안된다며 시간을 보내
는 소일거리로 윷놀이를 했었는데... 그냥 단순한 윷놀이면 오죽
좋으련만 재미가 없다고 가족끼리 편을 가르고 돈을 걸고 윷놀이
를 했으니... 결국 윷말을 쓰면서 언성이 높아 가고... 쩝... 마치...
'나는 마담풍 해도 너희는 바람풍 해라'고 했다는 어느 이야기처
럼...
아들 녀석의 세배를 받고 나니 마음 한쪽이 쓰라려 온다. 내
부모님이 살아 계신다면... 살아서 이 모습을 보고 계신다면 얼마
나 기뻐하실까... 살아 생전에 전화 한 통 드리는 것보다 소주잔
을 들이키는 것에 더 신경 쓰고 살아 왔던 지난날이 날카로운 비
수가 되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지금이라도 지하에서 나의 세배
를 받을 수만 있다면 비록 불편한 몸이지만 백배, 천배, 만배라도
드릴 수 있으련만 내 부모님은 말없는 교훈을 내게 남겨만 주고
계신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살아 있는 동안 네 아들에게 부모가
무엇인지를 바르게 가르치도록 하려무나"라고... 나는 오늘 이렇
게 깊은 상념에 빠져 있다. 나는 과연 내 아들에게 무엇을 가르
쳐 줄 수 있을까...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이것 한가지뿐일
것 같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삶' 이것을 가르
쳐 주기 위해 오늘도 나는 희망을 향해 달려가리라. 희망을 향해!
99/2/18
음력 초 사흗날에 나눔이가
다. 설날 아침에 준열이에게 세배를 받았다. 그러고 보니 내 생에
처음으로 받아 보는 귀한 세배였다. 내 피를 받은 아들에게서 이
렇게 세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무척 가슴이 뛰었다. 이런 마
음 때문에 설날이 되기 전에 은행에 가서 새 돈으로 세뱃돈을 준
비하나 보다.
아들 녀석과 조카가 세배를 한다. 벌써 이렇게 자라서 세배를
하는구나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져 눈만 끔벅거리고 있었다.
주머니에 준비해 두었던 세뱃돈을 꺼내 두 녀석에게 나눠주면서
덕담이라는 것도 해 본다. 덕담을 하다가 괜히 멋쩍어 말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올해는 더욱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도록 해라. 학
교에도 들어가니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준열이가 되었으면 참 좋겠어. 그리고... 음... 아무튼 빨리 커라."
싱겁게 끝난 덕담이었다. 이어서 무어라고 덕담을 더 하려다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싱거운 행동들을 잘도 하면서도 아이들
에게는 그런 것을 못하게 하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입을 다
물어 버렸었다. 섣달 그믐밤은 잠을 자면 안된다며 시간을 보내
는 소일거리로 윷놀이를 했었는데... 그냥 단순한 윷놀이면 오죽
좋으련만 재미가 없다고 가족끼리 편을 가르고 돈을 걸고 윷놀이
를 했으니... 결국 윷말을 쓰면서 언성이 높아 가고... 쩝... 마치...
'나는 마담풍 해도 너희는 바람풍 해라'고 했다는 어느 이야기처
럼...
아들 녀석의 세배를 받고 나니 마음 한쪽이 쓰라려 온다. 내
부모님이 살아 계신다면... 살아서 이 모습을 보고 계신다면 얼마
나 기뻐하실까... 살아 생전에 전화 한 통 드리는 것보다 소주잔
을 들이키는 것에 더 신경 쓰고 살아 왔던 지난날이 날카로운 비
수가 되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지금이라도 지하에서 나의 세배
를 받을 수만 있다면 비록 불편한 몸이지만 백배, 천배, 만배라도
드릴 수 있으련만 내 부모님은 말없는 교훈을 내게 남겨만 주고
계신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살아 있는 동안 네 아들에게 부모가
무엇인지를 바르게 가르치도록 하려무나"라고... 나는 오늘 이렇
게 깊은 상념에 빠져 있다. 나는 과연 내 아들에게 무엇을 가르
쳐 줄 수 있을까...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이것 한가지뿐일
것 같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삶' 이것을 가르
쳐 주기 위해 오늘도 나는 희망을 향해 달려가리라. 희망을 향해!
99/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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