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56] 전화

자오나눔 2007. 1. 15. 12:35
     사람의 관계는 말로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
  다. 말을 주고받을 때 그 사람의 인격을 파악하기도 한다. 그만큼
  말은 중요하다.  그래서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그래도  서로 얼굴을 보면서 말을 할 때는  비록 말
  이 이상하게 흐르더라도 가닥을 잡아가기가  쉽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말 한마디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는  것 같다. 특
  히 전화를 할 때는 더욱 더 그런 것 같다.

     나는 참 멋대가리가 없는 남자다.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할
  때는 그런대로 상대방이 이해를  해 주는데 전화를 하다 보면 많
  은 오해를 하기도 한다. 그것은 내가 전화를  받는 매너가 부족하
  기 때문이다. 나와  통화한 사람들은 거의가 다  이런 말을 한다.
  "미동님과 전화를 할 때는  얼음벽과 하는 것 같다"고... 사무적인
  태도로 전화를 받는다는  말이다. 때로는 다른 일을  하면서 받기
  에 말이  끊기기도 하고 이상한  잡음이 섞이기도 한다. 그럴  때
  상대방은 많이 당황한다.  물론 내가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 다른
  일을 겸하며 받을 때는 많은 어색함이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상대방이 내 처지를 알고 있을리가 만무하다.

     언젠가 친한 아우에게 전화를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
  녀석이 전화를 받다가 옆에 사람과 이야기를 하며 나를 까마득히
  잊고 있는 것이다.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던지, 아니면 다시 전화
  를 하겠다고 하던지... 물론 그녀석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을 것이
  다. 그걸 이해하려고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작은 알갱이가
  남아 있다. 그때  새롭게 깨닫는다. 나도 이렇게  전화를 하는데...
  나와 통화한  사람들은 어땠을까... 미안함이다. 죄송함이다.  전화
  를 받는 사람의 무성의함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을 새롭
  게 깨닫는다.

     이론으로 알고  있는 것과 실천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알고
  있는 것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모르는 것과 똑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보이지 않는  상대방과의 대화를 하면서 조심할  것을 새삼
  생각하지만 오늘도 나는  또 다시 버벅거리고 있다.  나는 오늘도
  전화 받는 매너가 빵점이다. 준열이에게  배워서라도 낙제는 면해
  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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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아...
     세상을 살아가며 말  한마디의 소중함을 많이 생각한단다.  우
  리는 실수하기에  아름답다고 말을  하지만, 실수가 인생을  좌우
  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며 살아 가자구나. 우리 전화  통화 한
  번 할래? 그래 아빠가 전화할게~ 기다려~~ ^_^* 빙그레~
     98.12.27
     자오 나눔에서 나눔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