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59] 손가락으로 했어~

자오나눔 2007. 1. 15. 12:38
     올해 여덟살이 된 준열이는 아직도 말이  어눌하다. 그래서 아
  비된 나는 준열이 기도를 할 때마다  그 입술에서 에바다(열려라)
  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언제나 죄인이 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 같은 마음으로 지내 온다.  아비도 불량품인데 하
  나 있는 아들 녀석이  말이 어눌하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힐 노릇
  이었다.
     그러던 녀석이 어느  날부터인가 '한글 나라'라는 책을 서툴지
  만 읽기  시작하더니 이젠 손가락으로나마 계산도  하는 것을 본
  다. 요즘 들어 말이 더욱 어눌한 거 같아  맘이 상해 준열이 녀석
  을 혼내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 님이 하시는  말씀이 앞 이빨은
  모두 빠져 말이 새서 정학한 발음이 되지  않는거라고 한다. 세상
  에 내가 아빠가 맞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다.
     설 명절이라 아들 녀석이랑 많은 시간을  어울려 본다. 비디오
  테이프도 빌려서  같이 보고, 동화책도 읽어보고,  레슬링도 하고,
  태권도도 하고, 같이 목욕도  한다. 침대에서 같이 뒹굴던 녀석이
  갑자기 나에게 문제를 낸다.
     "아빠~(어느 날부터인지  양미동 아빠라는  말 대신에  아빠로
  변했다.)"
     "왜 그러시나 아들?"
     "4더하기 4는 얼마게~"
     "음~~ 8인가?"
     "어? 어떻게 알았어요?"
     "아빠도 준열이에게 안 지려고 공부하걸랑~"
     "그럼.... 8더하기 8은 얼마에요?"
     "16인데... 근데 아빠도 한 번 물어 보자?"
     "알았어요~"
     "음... 9더하기 8은 얼마지?"
     손을 등뒤로 돌리더니 한참 동안 꼼지락거리는게 한참을 계산
  하는가 보다. 이윽고 준열이는 자신 있게 말을 한다.
     "17이요~"
     "우와~ 어떻게 알았데?"
     "헤헤헤 아빠~ 손꾸락으로 했어요~"
     순진한 준열이를 보며 나는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뻔히 눈에 보이는 일인데도  그 순간만을
  모면하기 위해 변명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세상의 권모술수 속
  에서 누구  머리가 더 좋은가  경쟁이라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아이의 순수함은 땅속에 이미 묻어 버리고 세상의 잔재로만 살아
  가고 있지는 않는지... 분명 나에게는 순수함이 없어져 버렸다. 아
  마 엿장사에게  엿을 바꿔 먹어  버렸나 보다. 그 엿장사를  만날
  수 있다면 다시 찾아오고 싶다. 내 순수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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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아...
     어느새 넌 이렇게 자라 주었구나. 아빤  너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넌 벌써 이렇게 커서 아빠를  가르치고 있구나. 고맙다
  내 아들아...  근데 아들아 너만은  어른이 되더라도 그  순수함을
  잃지 말기를 아빠는 바라고 있단다. 귀한 보물이  될거야 내 아들
  아...
     오늘의 감사는 뭐로 하지?
     "엿장사를 생각하며 순수를 알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그래~ 우리 아저씨를 불러 보자~ "엿장사 아저씨이~~ 우리 본
  전치기해요~~ 힛~"
     사랑한다 내 아들아...
     ^_^* 빙그레~
     99/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