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65] 산다는 것, 살아 주는 것.

자오나눔 2007. 1. 15. 12:42
      언제나 바쁘게  살아가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었다.
  바쁜삶은 활력있는 삶이기에 활력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을  만들어서라도
  바쁘게 살아 가려고  노력을 했었다. 아마 내가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에 그것을 잊고 살아 보려는 수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주말  저녁은 비교적 한가하다. 텔레비전도 볼  수 있는 여유
  도 생겼다.  세상 살다보니  이렇게 살아가는 방법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 본다.  마치 한번도 이렇게 살아 보지 않은  것처럼 말
  이다. 모처럼 텔레비전을 봤다.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좋은세상만들기'였던가?  재미있는  상황이 모두에게  재미를 주
  고 있다.  마음에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지나온 세월이 온몸에 담
  겨있는  어르신들의  소박함에서 이것이 산다는 것이 아닐까라는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 내 본능인가 보다.
     
      어느새 나도 4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해놓은 건
  하나도  없는데  너무 빨리 나이를 먹어 버린 것  같다. 선배들이
  들으면  어이없는 웃음을 지을텐데.... 나이를 먹으면 부모 형제와
  고향을   마음에  둔다고  한다. 돌아가신 부모님.... 쓰러져  가는
  초가집의  마루 토방이 오늘따라 더 그리워진다.  이렇게 비가 많
  이  내릴때면  어김없이 논에 물고를 내고 계시던 아버님의 등이
  그렇게  미더워 보였는데, 지금 내 아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생각하니 자신이 없다. 아이에게  아버지는 언제나 든든함
  으로 남아야 하는데...
     
      그런데 오늘 텔레비전에서 그 할머님의 감사 생활을 보며 나
  는 아직   멀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좋을때만  감사가 나
  오고 내가 힘들고 어려울때는 감사를 잃어 버리는  것 같다. 언제
  나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내 어머님은 뜨거운 뙤약볕
  에서 구슬땀을 흘리신  대가로 우물물 한바가지 벌컥거리며 마시
  면서도 감사를  했었다. 당신이 배를 주려도  당신의 자식들이 주
  리지 않음에 감사를 했었다. 자녀들이  건강하게 살아주는 것만으
  로 감사하며   사셨다.  문득 어머님의 거친 손마디를  잡아 보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얼마후면  5월이다. 어버이  날이 가슴으로 다가오고 있다. 5
  월이  오기 전에 내 소중한 부모님께 친필로 편지를 썼다가 보내
  드리고 싶다. 비록 하늘나라에 계시는  부모님이지만 편지를 보내
  고 싶다.   받을 주소를 어떻게 써야할지 며칠동안 고민을  해 보
  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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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아...
      모처럼  이렇게  글을 써보는구나. 너를  위한 글이라고 하지
  만 언제나   아빠  자신에게 쓴  글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준열
  아... 아빠가 너에게  남겨주고 싶은 건 언제나 감사하는  삶을 살
  아가자는   거란다. 사람 사는  세상인데 어찌 살아 가면서  좋은
  일만 있을   수 있겠니... 그래도  우리는 감사하며 살아가자구나.
  사랑한다 준열아.
      99/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