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63] 병아리

자오나눔 2007. 1. 15. 12:41
       햇살 따스한 토담 아래에 한가로이 모이를 쪼아먹는 병아리
  들이 놀고 있다.   어미 닭은 병아리들이 종종거리며   노니는 모
  습이  너무나  좋은지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데,  그때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변한다.  비상 사태가 벌어졌다. 하늘엔 독수리
  한 마리가 맴을 돌고 있는  게 영락없이 병아리를 채  가려고 하
  는 것 같다.  어미 닭의 구구 소리와   함께 어미 닭의 날개 밑으
  로 들어가는 병아리들의  모습이 너무나 귀엽기만 하다.  노란 병
  아리.. 함초롬이   피어나는 목련과  함께, 개나리와 함께  새봄을
  대표하는 것이 아닐는지...

       아들래미가 초등 학교에   입학한지 3일. 3일째 학교를   다
  녀오더니 환희에 찬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아빠~~ 아빠~~" "왜
  ~~~ 무슨 일이야~~" "아빠~   나 병아리 있다?" 아고... 저거 며칠  
  못살텐데... 어디서   샀느냐고 물었더니 학교  교문  앞에 아저씨
  가  팔고 있더란다. 그걸  누나(조카)가 한 마리 사줬다며 너무나  
  기뻐하는 것이다.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내  마음엔  걱정이 앞
  선다. 저   병아리가 죽었을 때   아이가 받을 상처는 어떻게  하
  나... 걱정하는   나에게 아이들도  생명이 무엇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해 준다.

       준열이는 블록으로   병아리 집을  지었다. 거대한   궁전을
  지었다. 장식용으로 있던  작은 유리잔은 병아리가  먹을  물그릇
  으로 변했다. 조그만 상자 뚜껑 위에  화장지를 깔아 놓고, 그 위
  에 한  살림을 차려 놓았다. 종이로 병아리가  숨을 수 있는 장소
  까지  만들어 놓았다. 아들래미의 사랑이   병아리에게 그대로 전
  해지는   것 같다. 밤새도록  삐약거리는  병아리의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준열이를 보며 자꾸 마음이
  불안해 진다.  어느새 나는 병아리의 우는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
  은 잠에 빠지고 있었다.

       "아빠! 병아리가 없어요!   병아리가 안 울어!" "잉?   그래?
  그거 죽었나 보다야~"  한참을 찾아다니던 준열이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아빠!  병아리가  죽었어! 으앙..." 병아리의 죽음으로 인
  해  준열이가 마음이  상한  것 같다. 손바닥  위에  병아리를 올
  려놓고  병아리 눈물 만한  눈물을 뚝뚝 떨구는 준열이에게 뭐라
  고 말을   해 주기가 민망하다. 아이들을  이용한  상인들의 장사
  속이 별로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부화  된 병아리들을 검사하면
  서 정상이  아닌 병아리들을  폐기 처분하는데  그것들을 사다가  
  아이들에게 몇백원씩 받고  판다고 한다. 그런   병아리들은 98%
  이상이 죽게 되고  그걸 사간 아이들의 마음은 멍이 들기 시작한
  단다.  마음이 편치 않다.

       아이에게 병아리를   묻어 주자고  했다. 아이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사는   콘크리트 숲
  속에는 병아리를   묻어 줄 땅이   없다. 고향엔 모두   흙인데....
  흙속에서  태어나 흙과   함께 살았었는데... 고개  들어  먼 하늘
  을  바라본다. 고향이 있는  남쪽을 향해... 아이에게 병아리가 죽
  은 이유는  아파서  죽은 거라고 했다.  병아리가 잘 먹지   않아
  서 몸이 약해서   죽은 거라고 했다.  아이에게  건강하려면 잘먹
  어야  한다고 말을 해  준다. 더 이상  다른  말을 해 줄 수가 없
  었다. 어른들의   마음을 아이에겐 도저히 이야기 해 줄  수가 없
  었다. 언젠간 스스로 알게 되기에... 아침에 준열이는 학교로 나는
  사무실로 가는 길에서 준열이는 이번엔 아빠가 병아리를 사 달라
  고 한다.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뭐라고  마땅한 대답
  을 해 주지  못하고 군밤만 한 대 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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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아....
       어른들의 상술이 너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  같구나. 그러
  나 아들아, 이 일로 인해 가슴에 멍만   들지 말고 생명의 소중함
  도 알았으면 좋겠구나. 생명의  소중함을.... 사랑한다 아들아...
       99/3/12
       자오나눔에서 나눔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