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따스한 토담 아래에 한가로이 모이를 쪼아먹는 병아리
들이 놀고 있다. 어미 닭은 병아리들이 종종거리며 노니는 모
습이 너무나 좋은지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데, 그때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변한다. 비상 사태가 벌어졌다. 하늘엔 독수리
한 마리가 맴을 돌고 있는 게 영락없이 병아리를 채 가려고 하
는 것 같다. 어미 닭의 구구 소리와 함께 어미 닭의 날개 밑으
로 들어가는 병아리들의 모습이 너무나 귀엽기만 하다. 노란 병
아리.. 함초롬이 피어나는 목련과 함께, 개나리와 함께 새봄을
대표하는 것이 아닐는지...
아들래미가 초등 학교에 입학한지 3일. 3일째 학교를 다
녀오더니 환희에 찬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아빠~~ 아빠~~" "왜
~~~ 무슨 일이야~~" "아빠~ 나 병아리 있다?" 아고... 저거 며칠
못살텐데... 어디서 샀느냐고 물었더니 학교 교문 앞에 아저씨
가 팔고 있더란다. 그걸 누나(조카)가 한 마리 사줬다며 너무나
기뻐하는 것이다.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내 마음엔 걱정이 앞
선다. 저 병아리가 죽었을 때 아이가 받을 상처는 어떻게 하
나... 걱정하는 나에게 아이들도 생명이 무엇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해 준다.
준열이는 블록으로 병아리 집을 지었다. 거대한 궁전을
지었다. 장식용으로 있던 작은 유리잔은 병아리가 먹을 물그릇
으로 변했다. 조그만 상자 뚜껑 위에 화장지를 깔아 놓고, 그 위
에 한 살림을 차려 놓았다. 종이로 병아리가 숨을 수 있는 장소
까지 만들어 놓았다. 아들래미의 사랑이 병아리에게 그대로 전
해지는 것 같다. 밤새도록 삐약거리는 병아리의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준열이를 보며 자꾸 마음이
불안해 진다. 어느새 나는 병아리의 우는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
은 잠에 빠지고 있었다.
"아빠! 병아리가 없어요! 병아리가 안 울어!" "잉? 그래?
그거 죽었나 보다야~" 한참을 찾아다니던 준열이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아빠! 병아리가 죽었어! 으앙..." 병아리의 죽음으로 인
해 준열이가 마음이 상한 것 같다. 손바닥 위에 병아리를 올
려놓고 병아리 눈물 만한 눈물을 뚝뚝 떨구는 준열이에게 뭐라
고 말을 해 주기가 민망하다. 아이들을 이용한 상인들의 장사
속이 별로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부화 된 병아리들을 검사하면
서 정상이 아닌 병아리들을 폐기 처분하는데 그것들을 사다가
아이들에게 몇백원씩 받고 판다고 한다. 그런 병아리들은 98%
이상이 죽게 되고 그걸 사간 아이들의 마음은 멍이 들기 시작한
단다. 마음이 편치 않다.
아이에게 병아리를 묻어 주자고 했다. 아이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사는 콘크리트 숲
속에는 병아리를 묻어 줄 땅이 없다. 고향엔 모두 흙인데....
흙속에서 태어나 흙과 함께 살았었는데... 고개 들어 먼 하늘
을 바라본다. 고향이 있는 남쪽을 향해... 아이에게 병아리가 죽
은 이유는 아파서 죽은 거라고 했다. 병아리가 잘 먹지 않아
서 몸이 약해서 죽은 거라고 했다. 아이에게 건강하려면 잘먹
어야 한다고 말을 해 준다. 더 이상 다른 말을 해 줄 수가 없
었다. 어른들의 마음을 아이에겐 도저히 이야기 해 줄 수가 없
었다. 언젠간 스스로 알게 되기에... 아침에 준열이는 학교로 나는
사무실로 가는 길에서 준열이는 이번엔 아빠가 병아리를 사 달라
고 한다.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뭐라고 마땅한 대답
을 해 주지 못하고 군밤만 한 대 주고 만다.
--------------------------------
아들아....
어른들의 상술이 너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 같구나. 그러
나 아들아, 이 일로 인해 가슴에 멍만 들지 말고 생명의 소중함
도 알았으면 좋겠구나. 생명의 소중함을.... 사랑한다 아들아...
99/3/12
자오나눔에서 나눔이가.
들이 놀고 있다. 어미 닭은 병아리들이 종종거리며 노니는 모
습이 너무나 좋은지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데, 그때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변한다. 비상 사태가 벌어졌다. 하늘엔 독수리
한 마리가 맴을 돌고 있는 게 영락없이 병아리를 채 가려고 하
는 것 같다. 어미 닭의 구구 소리와 함께 어미 닭의 날개 밑으
로 들어가는 병아리들의 모습이 너무나 귀엽기만 하다. 노란 병
아리.. 함초롬이 피어나는 목련과 함께, 개나리와 함께 새봄을
대표하는 것이 아닐는지...
아들래미가 초등 학교에 입학한지 3일. 3일째 학교를 다
녀오더니 환희에 찬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아빠~~ 아빠~~" "왜
~~~ 무슨 일이야~~" "아빠~ 나 병아리 있다?" 아고... 저거 며칠
못살텐데... 어디서 샀느냐고 물었더니 학교 교문 앞에 아저씨
가 팔고 있더란다. 그걸 누나(조카)가 한 마리 사줬다며 너무나
기뻐하는 것이다.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내 마음엔 걱정이 앞
선다. 저 병아리가 죽었을 때 아이가 받을 상처는 어떻게 하
나... 걱정하는 나에게 아이들도 생명이 무엇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해 준다.
준열이는 블록으로 병아리 집을 지었다. 거대한 궁전을
지었다. 장식용으로 있던 작은 유리잔은 병아리가 먹을 물그릇
으로 변했다. 조그만 상자 뚜껑 위에 화장지를 깔아 놓고, 그 위
에 한 살림을 차려 놓았다. 종이로 병아리가 숨을 수 있는 장소
까지 만들어 놓았다. 아들래미의 사랑이 병아리에게 그대로 전
해지는 것 같다. 밤새도록 삐약거리는 병아리의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준열이를 보며 자꾸 마음이
불안해 진다. 어느새 나는 병아리의 우는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
은 잠에 빠지고 있었다.
"아빠! 병아리가 없어요! 병아리가 안 울어!" "잉? 그래?
그거 죽었나 보다야~" 한참을 찾아다니던 준열이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아빠! 병아리가 죽었어! 으앙..." 병아리의 죽음으로 인
해 준열이가 마음이 상한 것 같다. 손바닥 위에 병아리를 올
려놓고 병아리 눈물 만한 눈물을 뚝뚝 떨구는 준열이에게 뭐라
고 말을 해 주기가 민망하다. 아이들을 이용한 상인들의 장사
속이 별로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부화 된 병아리들을 검사하면
서 정상이 아닌 병아리들을 폐기 처분하는데 그것들을 사다가
아이들에게 몇백원씩 받고 판다고 한다. 그런 병아리들은 98%
이상이 죽게 되고 그걸 사간 아이들의 마음은 멍이 들기 시작한
단다. 마음이 편치 않다.
아이에게 병아리를 묻어 주자고 했다. 아이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사는 콘크리트 숲
속에는 병아리를 묻어 줄 땅이 없다. 고향엔 모두 흙인데....
흙속에서 태어나 흙과 함께 살았었는데... 고개 들어 먼 하늘
을 바라본다. 고향이 있는 남쪽을 향해... 아이에게 병아리가 죽
은 이유는 아파서 죽은 거라고 했다. 병아리가 잘 먹지 않아
서 몸이 약해서 죽은 거라고 했다. 아이에게 건강하려면 잘먹
어야 한다고 말을 해 준다. 더 이상 다른 말을 해 줄 수가 없
었다. 어른들의 마음을 아이에겐 도저히 이야기 해 줄 수가 없
었다. 언젠간 스스로 알게 되기에... 아침에 준열이는 학교로 나는
사무실로 가는 길에서 준열이는 이번엔 아빠가 병아리를 사 달라
고 한다.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뭐라고 마땅한 대답
을 해 주지 못하고 군밤만 한 대 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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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어른들의 상술이 너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 같구나. 그러
나 아들아, 이 일로 인해 가슴에 멍만 들지 말고 생명의 소중함
도 알았으면 좋겠구나. 생명의 소중함을.... 사랑한다 아들아...
99/3/12
자오나눔에서 나눔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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