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76] 아름다운 소녀

자오나눔 2007. 1. 15. 12:51
태풍의 영향권이 있기에 더위는 가셨지만 비는 줄기차게 내리
고 있다. 비오는 날엔 출근을 하기가 싫을 때도 있다. 오늘이 그
런 날이다. 밤새 옆집에서 부부 싸움을 하면서 술 취한 남편이
그 집 유리창을 다 깨느라... 결국 우리 가족도 잠을 설친 것 같
다. 모닝 콜이 일어나라 재촉을 하지만 텔레비전부터 켜서 환경
적응을 한다. 뉴스에서는 정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태풍 닐리
의 이야기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조금 늦은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한다. 내리는 비가 제법 굵어
진다. 차창을 때리는 소리가 제법 묵직하게 들린다. 둔탁한 비 소
리를 민초들의 하소연으로 들을 줄 아는 정치인도 있었으면 좋겠
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차가 갑자기 정지를 한다. 앞을 보니
어떤 남자와 소녀가 길을 건너고 있었다. 아마 아버지와 딸인 것
같았다.
아버지는 워커(발이 네 개 달린 보행기)를 짚고서 조심스럽게
길을 건너고, 딸은 아버지가 비를 맞지 않게 하려고 우산을 높이
들고 아버지를 씌워 주고 있었다. 그 소녀는 이미 옷을 흠뻑 젖
었고... 워커를 처음 사용하는 분 같았다. 두 다리는 땅에 그대로
끌려간다. 서두르는 그들에게 창문을 열고 천천히 건너가라고 하
니 소녀가 고개를 꾸벅한다. 곁에 있던 아내가 차에서 내려 소녀
의 아버지께 우산을 씌워 준다. 덕분에 소녀는 우산을 높이 쳐들
지 않아도 되었다.
뒤에서 따라오던 차에서 클랙숀을 울린다. 빨리 차 치우라고
하는 소리 리라. 내 마음도 조바심이 난다. 결국 나도 목발을 짚
고 차에서 내려 뒤차로 갔다. 목발을 짚고 다가서니 시비를 걸로
오는 줄 알았나보다. 앞에 몸이 불편한 분이 비를 맞고 건너고
있어 잠시 기다리는 중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잠시... 4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우리는 차를 이동시킬 수
있었고 길을 다 건넌 소녀는 우산 속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비에 젖은 소녀의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 주는 모습이 오래도
록 가슴에 남을 것 같다. 아름다운 소녀야 그 모습이 곱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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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오늘은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을 보았단다. 우리 준열이도 저
렇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자부심도 생기더라. 왜냐고? 음... 약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려고 하는 너의 마음을 아빠는 알고 있기 때
문이야. 아직도 비가 오는데 오늘은 부침개가 상에 올랐으면 좋
겠다 그치? 사랑한다 아들아... ^_^* 빙그레~
99.7.28
부천에서 나눔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