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77] 빈자리

자오나눔 2007. 1. 15. 12:51
해마다 이때쯤이면 준열이는 잠시 내 곁을 떠난다. 수련회를
보내거나 시골을 보내기도 한다. 올해는 소록도 봉사를 같이 다
녀왔기에 보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녀석이 누구를 좋아하면 집요
하리 만치 좋아한다. 녀석을 지켜보는 마음이 불안하던 터라 몇
번이고 당부를 한다. 요즘 준열이가 몸이 별로 안 좋으니 조금
더 신경을 써 달라고 부탁할 뿐...

같이 있던 아우도 서울에 일보러 가더니 아직 소식도 없다.
어제는 집안이 너무 조용했다. 천방지축이 없으니 침묵만 흐른다.
가끔씩 들리는 취객들의 소리가 잠시 과거로 여행을 떠나게 한
다. 사람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 있을 땐 모르다 없으면
그 빈자리가 더 커 보이는 것... 이것이 사람 사는 것인가보다.

고요를 깨는 날카로운 소리... 전화벨 소리다. 다음엔 부드러운
소리가 나는 전화기를 사야겠다. 자정이 임박해 가는데 거친 숨
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흐른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아! 내
아들이다. 잠시 내 곁을 떠나 고생하러 떠난 내 아들이다. 반가움
에 "아들!"이라고 불렀더니 녀석이 하는 말 "아빠 기도 해주세요
잘래요" "얼라려? 냠마!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자는 거야" 잠시
후 함께 간 청년이 전화를 한다. "준열이가 잠을 안 자기에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아빠가 기도 해 줘야 잠을 잔다고 하네요"
그래서 달래다 결국 전화를 했단다. 한편으로는 대견하다는 생각
도 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앞뒤가 꽉 막힌 녀석이란 생각이 들기
도 한다.

빈자리... 있을 땐 모르다가 없을 때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
빈자리인 것 같다. 나는 수많은 빈자리를 만들기도 하고, 또 느끼
기도 한다. 언제나 빈자리엔 서글픔이 담겨 있다. 불러도 돌아오
지 않는 허공 중의 메아리처럼 가슴 한 쪽을 훑고 지나간다. 어
쩌면 빈자리가 있기에 채워 있는 자리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되
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난 비워 있는 자리를 채우려고 돌아다
니고 있다는 생각을해 본다. 준열이 녀석이 지금 차를 타고 고속
도로를 달리고 있단다. 잠시 후면 내 소중한 한 쪽이 채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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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잠시의 이별에도 가슴이 시린 건 아마 연민이 있기 때문 일거
야. 네가 건강하다면 이런 생각도 들지 않을텐데... 빨리 오너라
보고 싶구나. 네가 오면 품안에 꼭 안고 감사 기도를 드려야겠다.
사랑한다 아들아... ^_^* 빙그레~
99/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