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78] 창피해....

자오나눔 2007. 1. 15. 12:52
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의 마음도 편하지 않겠지만, 장애인
을 부모로 둔 자녀들의 마음도 편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을때
설마 내 아들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어느 아버지가 일하다가 손목이 잘려나가 의수를 끼고 생활
을 했단다. 외출을 할때는 의수를 끼고 나갔고, 집에서 있을때는
의수를 뺀 상태로 생활을 했단다. 어느날 오후 중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급하게 집으로 뛰어 들어 오더니 "아빠! 빨리 의수 끼
고 나가요 친구들이 와요"라고 하기에
아무말 없이 의수를 끼고 밖으로 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아비의 마음은 조금은 서운했겠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앞섰기 때문에 아무 말없이 나갔으리라....

어느날부터 준열이가 나하고 함께 있기를 꺼려함을 느꼈다.
무엇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고 자꾸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표현만
했던 것 같다. 요즘은 학교 방학이라 준열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때로는 집에서, 때로는 사무실에서, 때로는 교회에서 함께
있게 된다. 그런데 준열이가 아이들이 있는 자리에선 아빠를 피
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가끔씩 "아빠는 왜 걸을 수 없느냐..." "
아빠는 왜 손이 나하고 틀리게 생겼어요?"라고 물을땐 궁색한 대
답만 할 수밖에 없는 아빠였다.

개학을 며칠 남기고 사무실에서 준열이의 숙제를 도와주다보
니 퇴근시간이 다 됐다. 준열이에게 몇가지 서류를 넣은 봉투를
들게하고 목발을 짚고 서툴은 걸음걸이를 한다.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가던 준열이가 갑자기 옆길로 들어 가 버린다. 내 곁으로
는 아이들이 왁자지껄 지나가고 있었다. "아들! 어디로 가누?"
아빠가 부르는 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땅만 바라보며 걷고 있
다.

아이들이 다 지나간 후 준열이가 내 곁으로 온다. "아들! 왜
그래?" "아빠! 준열이 챙피해요.." "응? 왜?" "친구들이 놀린단
말이에요..." "...." 준열이는 아빠로 인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있었나 보다.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이만 힘들게 했었고....
아들에게 언제나 자랑스런 아빠이길 바랬는데 어느날부터 창피를
당하게하는 아빠로 변했다. 아들!" "네..." "준열이 아빠는 다른
친구들 아빠들이 못하고 있는 것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 창피할
거 없어요" 아이에게 이해가 안되는 설명만 하고 있는 바보같은
아빠가 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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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그래도 언젠가는 아들도 아빠를 이해하게 될거야. 아빠는 우
리 준열이가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땐 우리 준열이도
아빠를 이해하게 될거야. 아마 가장 멋진 동역자가 되리라 믿는
단다. 사랑한다 아들아...
99/8/23
나눔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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