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점이면 어릴적 우리집 남세밭
울타리는 언제나 풍성했었다. 기본으로 오이 넝쿨이 나이 먹은
오이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고, 진한 향기를 풍기던 더덕 넝쿨이
서로의 몸을 껴안고 있었다. 분홍이라는 민간 약초가 군데 군데
꽃을 피우고 있었고, 할머님 말씀으로는 '늘렁감'이라는 토마토가
아버님 주먹만하게 달려 있는 토마토 나무는 허리를 휘어가며 우
리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남세밭으로 가신 할머님은 먹음직스럽게
익은 토마토를 따다가 우리들에게 주신곤 했다. 한입 덥석 깨물
면 단물과 신물이 한꺼번에 입안에 가득 고여 입맛을 돋구어 주
곤 했다. 언제나 이웃과 나눠 먹기를 좋아 했던 할머님이셨지만
토마토만은 잘 주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은 우리집에 놀러 오
기를 좋아했다. 집에서 우리와 놀다 보면 토마토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곤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먹만한 토마토와 친해 있던 나는 어른이 되고도
훨씬 지난 몇년전에야 어떤 열매를 만나게 된다. 색갈 고운 열매
를 가져와서 한번 먹어보라고 할땐 수입품이라며 거절했던 기억
이 있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내 곁에 다가와버린 그 열매를
사람들은 방울 토마토라고 불렀다. 꼭지를 따서 한입에 쏙 넣어
질끈 깨물면 입안에 가득 고이는 향기와 함께 부드러운 속살을
만나게 된다. 참 맛있는 과일이라는 것을 알고 말았다. 길을 지나
다 방울 토마토를 보면 조금 사서 가족들과 나누는 마음도 생기
게 되었다. 작은 행복이었다.
오늘 사무실로 상자 한개가 배달되어 왔다. 보내는 사람의
이름과 주소가 써 있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분명 받는 사
람은 나인데... 다행이 전화 번호가 적혀 있어서 상자를 뜯기 전
에 전화를 했다. 전화 통화를 한 후에야 기쁜 마음으로 상자를
열어 보았다. 먹음직스러운 방울 토마토가 상자에 가득 들어있었
다. 먼저 목사님 댁에 조금 가져다 드리고, 이웃들과 조금씩 나눴
다. 모두가 감사해 한다. 방울 토마토를 보내온 지인을 말하면서
덩달아 내 어깨도 우쭐해 진다.
우리집 주방에 있는 식탁에도 방울 토마토가 자리를 잡았
다. 아들 녀석이랑 아내랑 내가 부지런히 들락 거리며 한개씩 쏙
입에 넣고 행복해 한다. 그릇에 담아서 방안에서 먹어도 되련만
작은 행복을 더 크게 느끼고 싶어 식탁에 놓고 먹는다. 아마 함
께 나눴던 이웃들도 우리집과 같은 상황이리라. 방울 토마토 한
개마다 사랑을 담아 서로에게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현실에 감사
하다. 이 글을 쓰고 난 후 다시 주방에 다녀 와야겠다. 작은 행복
을 느끼러..... ^_^* 빙그레~
-------------------------------------
아들아...
이제 하루도 다 지나가고 있다. 하루를 마감하며 감사의
조건을 찾아 본단다. 눈에 보이는 것, 우리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감사의 조건임을 다시 깨닫게 된단다. 그래도
가장 감사한 것은 네가 내 곁에 있다는 것이란다. 사랑한다 아들
아....
99/9/17
부천에서 나눔이가.
울타리는 언제나 풍성했었다. 기본으로 오이 넝쿨이 나이 먹은
오이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고, 진한 향기를 풍기던 더덕 넝쿨이
서로의 몸을 껴안고 있었다. 분홍이라는 민간 약초가 군데 군데
꽃을 피우고 있었고, 할머님 말씀으로는 '늘렁감'이라는 토마토가
아버님 주먹만하게 달려 있는 토마토 나무는 허리를 휘어가며 우
리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남세밭으로 가신 할머님은 먹음직스럽게
익은 토마토를 따다가 우리들에게 주신곤 했다. 한입 덥석 깨물
면 단물과 신물이 한꺼번에 입안에 가득 고여 입맛을 돋구어 주
곤 했다. 언제나 이웃과 나눠 먹기를 좋아 했던 할머님이셨지만
토마토만은 잘 주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은 우리집에 놀러 오
기를 좋아했다. 집에서 우리와 놀다 보면 토마토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곤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먹만한 토마토와 친해 있던 나는 어른이 되고도
훨씬 지난 몇년전에야 어떤 열매를 만나게 된다. 색갈 고운 열매
를 가져와서 한번 먹어보라고 할땐 수입품이라며 거절했던 기억
이 있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내 곁에 다가와버린 그 열매를
사람들은 방울 토마토라고 불렀다. 꼭지를 따서 한입에 쏙 넣어
질끈 깨물면 입안에 가득 고이는 향기와 함께 부드러운 속살을
만나게 된다. 참 맛있는 과일이라는 것을 알고 말았다. 길을 지나
다 방울 토마토를 보면 조금 사서 가족들과 나누는 마음도 생기
게 되었다. 작은 행복이었다.
오늘 사무실로 상자 한개가 배달되어 왔다. 보내는 사람의
이름과 주소가 써 있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분명 받는 사
람은 나인데... 다행이 전화 번호가 적혀 있어서 상자를 뜯기 전
에 전화를 했다. 전화 통화를 한 후에야 기쁜 마음으로 상자를
열어 보았다. 먹음직스러운 방울 토마토가 상자에 가득 들어있었
다. 먼저 목사님 댁에 조금 가져다 드리고, 이웃들과 조금씩 나눴
다. 모두가 감사해 한다. 방울 토마토를 보내온 지인을 말하면서
덩달아 내 어깨도 우쭐해 진다.
우리집 주방에 있는 식탁에도 방울 토마토가 자리를 잡았
다. 아들 녀석이랑 아내랑 내가 부지런히 들락 거리며 한개씩 쏙
입에 넣고 행복해 한다. 그릇에 담아서 방안에서 먹어도 되련만
작은 행복을 더 크게 느끼고 싶어 식탁에 놓고 먹는다. 아마 함
께 나눴던 이웃들도 우리집과 같은 상황이리라. 방울 토마토 한
개마다 사랑을 담아 서로에게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현실에 감사
하다. 이 글을 쓰고 난 후 다시 주방에 다녀 와야겠다. 작은 행복
을 느끼러..... ^_^*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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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이제 하루도 다 지나가고 있다. 하루를 마감하며 감사의
조건을 찾아 본단다. 눈에 보이는 것, 우리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감사의 조건임을 다시 깨닫게 된단다. 그래도
가장 감사한 것은 네가 내 곁에 있다는 것이란다. 사랑한다 아들
아....
99/9/17
부천에서 나눔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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