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80] 어떤 그리움

자오나눔 2007. 1. 15. 12:53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은 어떤 흐름이 있는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짐이 있는 게 우리들의 삶인
것 같다. 긴 만남 속에 어우러짐이 끝난 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은 사람도 금방 잊혀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짧은 만남이었
지만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이런 경우를
짧은 만남 긴 여운이라고 하는가 보다.

그와의 만남은 교도소 안에서 이루어졌다. 그의 겉모습은 우
리들이 말하는 곱추... 전과 6범에 나이 26세. 처음 교도소를 방문
했을 때 머리를 율브리너처럼 짧게 깎은 상태에 눈에는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날도 마침 독방에 감금되어 있다가 풀려
나온 날인데 교도관이 권면을 했었나 보다. 그렇게 해서 방문한
우리들을 만나게 되었고, 먼저 마음 문을 열고 다가선 우리들에
게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있었다. 방문 횟수가 많아질수록 그는
뚜렷한 변화를 하고 있었다. 안방처럼 들락거리던 독방하고는
이별을 하고 같은 수인들과 함께 생활도 잘한다는 소식을 교도관
에게 듣게 되었다. 정말 감사의 조건이었다.

출감일이 가까워 오자 그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막상 세상에
나가서 살아 갈 일을 생각하니 막막했는가 보다. 나에게 편지를
보내며 소록도 한센병 환자를 돌보며 살아 갈 수 있는 방법은 없
느냐고 물어 왔다. 이제 다시는 교도소에 들어오고 싶지 않다는
내용과 함께... 여러 가지 방법을 연구해 봤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아내와 상의하여 우리 가족으
로 받아 주기로 했다. 그에 대한 아무것도 몰랐다. 단지 신뢰라는
것 한가지... 출소한 후 우리를 찾아 온 그에게 가족처럼 살자고
했다.

이것저것 나눔에 대하여 가르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함께 살아갈 동생이라고 소개를 하면서 그런대로 잘 살아 갔다.
소록도 봉사도 참가하여 열심히 헌신하는 모습이 너무나 좋았다.
그들의 세계를 잊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줄 알았다. 마음을 주
게 된다. 어느 날...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 횟수가 높아졌다. 아
마 과거의 사람들과 연락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곤 며칠 후 짐
을 정리해서 온다더니 그후로는 소식이 끊어졌다. 들리는 소문
에는 다시 그 생활로 돌아갔다고 한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가난
해도 같이 살았으면 좋으련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집에서 살면서 아들 녀석과 같
은 방을 사용했었다. 준열이에게 너무 잘해 줬었나 보다. 준열이
가 그를 찾는 횟수가 점점 늘어간다. 처음에는 서울에 갔다고 했
는데.... 자꾸 물어 보는 아이에게 진실을 말해 줄 수 없었다. 삼
촌은 왜 안 오느냐는 질문에 돈 많이 벌어서 올거라고만 해 줄
뿐... 준열이에게는 어느새 그리움이 생겨 버렸나 보다. "삼촌은
준열이 안보고 싶은가 봐... 준열이는 보고 싶은데..."라고 말하는
녀석에게 확실한 말을 해 줄 수 없는 내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
각만 든다. 오히려 준열이에게 아픔만 주게 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꾸 머리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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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너에게 어떤 대답을 해 줘야 할지 몰라 쩔쩔매고 있는 아빠
가 이상하게 보일거야. 그러나 아들아.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알
면서도 모른 척, 아니면 선의의 거짓말도 해야 할 때가 있단다.
그러나 아빠는 그것마저도 가르쳐 주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아
빠가 바보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 봤단다. 괜찮지? 사랑한다 아
들아...
99/9/9
부천에서 나눔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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